-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 4년 전 KS MVP 다시 노린다
-“정규시즌 부진 누구도 원망 안 해, KS 활약이 더 중요하다.”
-“가을야구는 모 아니면 도, 나는 잘해서 영웅이 되고 싶다.”
-“최근 2년 연속 준우승 아쉬움 씻도록 후배들 잘 이끌겠다.”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어느새 7번째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영웅이 되기 위해 대담한 플레이를 보여주겠단 정수빈의 각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어느새 7번째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영웅이 되기 위해 대담한 플레이를 보여주겠단 정수빈의 각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가을은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다. 누군가는 영웅으로 환대받고, 다른 누구는 역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결국, 배짱이 그 운명의 길을 엇갈리게 만든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은 그 갈림길에서 대부분 영웅의 길로 가는 담대함을 주로 보여줬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수빈은 영웅이 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정수빈은 어느덧 가을야구의 베테랑 위치에 올랐다. 2009년 신인 시절부터 가을야구를 맛본 정수빈은 통산 여섯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총 53경기 출전/ 타율 0.278/ 49안타/ 4홈런/ 25타점/ 5도루/ 16볼넷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시리즈 MVP(타율 0.571/ 8안타/ 1홈런/ 5타점)로서 활약은 정수빈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을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차지했다. 물론 지난해 아픈 경험이 있기에 그날의 기쁨은 잠시 잊고자 한다. 정수빈도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고 싶단 각오를 굳게 다졌다. 엠스플뉴스가 또 한 번의 ‘가을 영웅’이 되고 싶은 정수빈의 마음가짐을 직접 들어봤다.

‘정수빈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영웅이 될래요.”

정수빈은 4년 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맹활약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사진=두산)
정수빈은 4년 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맹활약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사진=두산)

‘정수빈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웃음).

어느새 가을이 왔네요(웃음). 정규시즌 1등으로 먼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니까 좋은데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니까 몸도 근질근질하고요. ‘보너스 게임’이니까 더 마음 편하게 해야 재밌지 않을까요.

정규시즌 극적인 뒤집기 우승의 여운이 남아있겠습니다.

마지막 날 그렇게 1위가 된 게 처음이니까요. 다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극적인 순간 나와 정말 기뻤습니다. 솔직히 8월 중순까지만 해도 1등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들 우승의 행복이 배가 됐죠.

개인적으론 시즌 초반 사구 부상으로 아쉬움이 크게 남았겠습니다.

그래도 그 부상 빼고 문제없이 한 시즌을 잘 치른 것에 만족합니다. 시즌 초반에 타격감이 정말 좋았는데 부상으로 길게 쉬고 오니까 흐름이 뚝 끊겼어요. 그게 부상 탓보단 제가 못한 거니까 누굴 원망하는 건 전혀 없습니다. 시즌 막판부터는 그나마 타격감이 조금 올라온 느낌이에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타격 자세도 다시 바뀐 듯싶습니다.

원래 시즌 도중에도 타격 자세를 자주 바꾸는 스타일이에요. 타격감이 안 좋으면 조금씩 바꾸며 버티는 거죠. 올 시즌 타율(0.265)만 보면 아쉽지만, 다른 부분에선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봐요. 시즌 막판 좋은 흐름을 한국시리즈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한 듯싶습니다.

가을야구에서 항상 담대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큰 무대에서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왔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가을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하거나 혹은 정말 못하는 거죠(웃음). 어차피 가을야구는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잃을 게 없으니까 더 담대하게 뛰면 됩니다. 잘하면 영웅이 되는 거고, 못하면 욕을 먹으면 돼요. 저는 영웅이 되겠습니다(웃음).

가을야구에서 오히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역시 ‘멘탈’의 중요성이 느껴집니다.

평소에 잘하는 선수들이 아무래도 가을야구에서 더 큰 부담감을 느끼는 듯싶습니다. 저는 그런 선수들보다 밑에 있는 선수잖아요(웃음). 잃을 게 없단 생각으로 뛰니까 오히려 부담 없이 결과가 더 잘 나오는 게 아닐까요.

“최근 2년 연속 준우승 아쉬움, ‘삼세판’이니까 우승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소화 중인 정수빈. 정수빈은 팀의 주축 선수로 분위기를 이끌어야 가야 할 책무를 맡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소화 중인 정수빈. 정수빈은 팀의 주축 선수로 분위기를 이끌어야 가야 할 책무를 맡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번 한국시리즈가 7번째 정수빈의 가을야구입니다. 2009년 첫 가을야구를 생각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습니다.

‘제 야구 인생이 많이 지나갔구나’라고 느낍니다. 이제 10년도 채 안 남은 거잖아요. 더 열심히 해야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뭐라도 해야 합니다(웃음). 못하면 욕먹는단 각오로 영웅이 될 생각만 해야죠.

10년 전 신인 시절 가을야구와 지금 가을야구에서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무엇입니까.

2009년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갔습니다. 50경기 이상 뛰었으니까 많이 경험한 거죠. 어릴 땐 위에 선배들이 많았어요. 선배들이 해결해주고 저는 받쳐주는 역할 정도였죠. 이젠 제가 이끌어야 하고 경기 분위기를 바꿔야 할 위치라 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이제 정수빈 선수를 포함해 허경민·박건우 선수 등 ‘90 베어스’들이 이제 더그아웃 주축이 됐습니다.

더그아웃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야 할 듯싶습니다. (허)경민이나 (박)건우와 함께 후배들을 끌어줘야죠. 후배들을 챙긴다는 표현보단 그냥 우리가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후배들이 그걸 보고 배울 거로 생각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선배들을 보며 컸거든요. 베어스 색깔 자체가 그런 듯싶어요.

전반적으로 올 시즌 홈런이 줄어들며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수비와 주루의 중요성이 더 커진 분위기입니다. 정수빈 선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예전부터 가을야구 무대에선 점수가 많이 나진 않았습니다. 한 점 한 점 잘 쌓는 게 중요한데 실책이나 도루 등이 변수가 될 겁니다. 기본만 해도 되는데 그런 무대에선 꼭 결정적인 실책이 하나는 나오더라고요. 기본적이고 세밀한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할 겁니다.

수비 시프트도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가을야구 무대일수록 그런 수비 움직임도 고민이 많겠습니다.

주로 코치님이 데이터를 통해 이동을 지시합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감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아요. 상대 타자의 스타일이나 볼카운트, 투수 구종 사인을 보고 감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죠. 10년 넘게 해보니까 저만의 데이터로 위치를 잡는 게 더 수월하더라고요. 이번 한국시리즈 무대도 수비 실력만큼은 자신 있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맛본 선수들과 팬들의 아픔도 씻어야 합니다.

우승은 저희가 하고 싶다고 무조건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늘의 운명에 맡겨야 하는 게 우승인 듯싶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후회 없을 정도로 준비한 다음 열심히 뛰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죠. 그래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두 번 먼저 우승하고 최근 2년 연속 준우승이니까 이번이 ‘삼세판’이잖아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꼭 우승해야 합니다. 두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아래서 꼭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어요. 저도 영웅이 되는 활약상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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