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 4년 전 KS MVP 다시 노린다
-“정규시즌 부진 누구도 원망 안 해, KS 활약이 더 중요하다.”
-“가을야구는 모 아니면 도, 나는 잘해서 영웅이 되고 싶다.”
-“최근 2년 연속 준우승 아쉬움 씻도록 후배들 잘 이끌겠다.”
[엠스플뉴스]
가을은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다. 누군가는 영웅으로 환대받고, 다른 누구는 역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결국, 배짱이 그 운명의 길을 엇갈리게 만든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은 그 갈림길에서 대부분 영웅의 길로 가는 담대함을 주로 보여줬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수빈은 영웅이 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정수빈은 어느덧 가을야구의 베테랑 위치에 올랐다. 2009년 신인 시절부터 가을야구를 맛본 정수빈은 통산 여섯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총 53경기 출전/ 타율 0.278/ 49안타/ 4홈런/ 25타점/ 5도루/ 16볼넷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시리즈 MVP(타율 0.571/ 8안타/ 1홈런/ 5타점)로서 활약은 정수빈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을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차지했다. 물론 지난해 아픈 경험이 있기에 그날의 기쁨은 잠시 잊고자 한다. 정수빈도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고 싶단 각오를 굳게 다졌다. 엠스플뉴스가 또 한 번의 ‘가을 영웅’이 되고 싶은 정수빈의 마음가짐을 직접 들어봤다.
‘정수빈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영웅이 될래요.”
‘정수빈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웃음).
어느새 가을이 왔네요(웃음). 정규시즌 1등으로 먼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니까 좋은데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니까 몸도 근질근질하고요. ‘보너스 게임’이니까 더 마음 편하게 해야 재밌지 않을까요.
정규시즌 극적인 뒤집기 우승의 여운이 남아있겠습니다.
마지막 날 그렇게 1위가 된 게 처음이니까요. 다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극적인 순간 나와 정말 기뻤습니다. 솔직히 8월 중순까지만 해도 1등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들 우승의 행복이 배가 됐죠.
개인적으론 시즌 초반 사구 부상으로 아쉬움이 크게 남았겠습니다.
그래도 그 부상 빼고 문제없이 한 시즌을 잘 치른 것에 만족합니다. 시즌 초반에 타격감이 정말 좋았는데 부상으로 길게 쉬고 오니까 흐름이 뚝 끊겼어요. 그게 부상 탓보단 제가 못한 거니까 누굴 원망하는 건 전혀 없습니다. 시즌 막판부터는 그나마 타격감이 조금 올라온 느낌이에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타격 자세도 다시 바뀐 듯싶습니다.
원래 시즌 도중에도 타격 자세를 자주 바꾸는 스타일이에요. 타격감이 안 좋으면 조금씩 바꾸며 버티는 거죠. 올 시즌 타율(0.265)만 보면 아쉽지만, 다른 부분에선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봐요. 시즌 막판 좋은 흐름을 한국시리즈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한 듯싶습니다.
가을야구에서 항상 담대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큰 무대에서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왔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가을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하거나 혹은 정말 못하는 거죠(웃음). 어차피 가을야구는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잃을 게 없으니까 더 담대하게 뛰면 됩니다. 잘하면 영웅이 되는 거고, 못하면 욕을 먹으면 돼요. 저는 영웅이 되겠습니다(웃음).
가을야구에서 오히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역시 ‘멘탈’의 중요성이 느껴집니다.
평소에 잘하는 선수들이 아무래도 가을야구에서 더 큰 부담감을 느끼는 듯싶습니다. 저는 그런 선수들보다 밑에 있는 선수잖아요(웃음). 잃을 게 없단 생각으로 뛰니까 오히려 부담 없이 결과가 더 잘 나오는 게 아닐까요.
“최근 2년 연속 준우승 아쉬움, ‘삼세판’이니까 우승해야 한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7번째 정수빈의 가을야구입니다. 2009년 첫 가을야구를 생각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습니다.
‘제 야구 인생이 많이 지나갔구나’라고 느낍니다. 이제 10년도 채 안 남은 거잖아요. 더 열심히 해야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뭐라도 해야 합니다(웃음). 못하면 욕먹는단 각오로 영웅이 될 생각만 해야죠.
10년 전 신인 시절 가을야구와 지금 가을야구에서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무엇입니까.
2009년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갔습니다. 50경기 이상 뛰었으니까 많이 경험한 거죠. 어릴 땐 위에 선배들이 많았어요. 선배들이 해결해주고 저는 받쳐주는 역할 정도였죠. 이젠 제가 이끌어야 하고 경기 분위기를 바꿔야 할 위치라 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이제 정수빈 선수를 포함해 허경민·박건우 선수 등 ‘90 베어스’들이 이제 더그아웃 주축이 됐습니다.
더그아웃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야 할 듯싶습니다. (허)경민이나 (박)건우와 함께 후배들을 끌어줘야죠. 후배들을 챙긴다는 표현보단 그냥 우리가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후배들이 그걸 보고 배울 거로 생각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선배들을 보며 컸거든요. 베어스 색깔 자체가 그런 듯싶어요.
전반적으로 올 시즌 홈런이 줄어들며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수비와 주루의 중요성이 더 커진 분위기입니다. 정수빈 선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예전부터 가을야구 무대에선 점수가 많이 나진 않았습니다. 한 점 한 점 잘 쌓는 게 중요한데 실책이나 도루 등이 변수가 될 겁니다. 기본만 해도 되는데 그런 무대에선 꼭 결정적인 실책이 하나는 나오더라고요. 기본적이고 세밀한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할 겁니다.
수비 시프트도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가을야구 무대일수록 그런 수비 움직임도 고민이 많겠습니다.
주로 코치님이 데이터를 통해 이동을 지시합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감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아요. 상대 타자의 스타일이나 볼카운트, 투수 구종 사인을 보고 감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죠. 10년 넘게 해보니까 저만의 데이터로 위치를 잡는 게 더 수월하더라고요. 이번 한국시리즈 무대도 수비 실력만큼은 자신 있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맛본 선수들과 팬들의 아픔도 씻어야 합니다.
우승은 저희가 하고 싶다고 무조건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늘의 운명에 맡겨야 하는 게 우승인 듯싶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후회 없을 정도로 준비한 다음 열심히 뛰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죠. 그래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두 번 먼저 우승하고 최근 2년 연속 준우승이니까 이번이 ‘삼세판’이잖아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꼭 우승해야 합니다. 두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아래서 꼭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어요. 저도 영웅이 되는 활약상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