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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준우승 그 후 5년…박병호도, 키움도 더 강해졌다

  • 기사입력 2019.10.21 10:38:50   |   최종수정 2019.10.21 11: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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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넥센 시절인 2014년 이후 5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5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건재한 홈런왕 4번타자 박병호

-“어린 선수들 보며 놀란다…베테랑 선수 입장에서 고마워”

-“막연한 우승 생각보단 그날 하루 경기에만 집중한다”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박병호(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박병호(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그때도 강했지만, 지금이 더 강하다. 키움 히어로즈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2014년 이후 5년 만의 도전에 나선다.

 

5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때는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였고, 팀 이름도 넥센 히어로즈였다. 올해부터 키움증권이 메인스폰서를 맡으며 키움 히어로즈로 이름을 바꿨다.

 

5년 전엔 염경엽 현 SK 감독이 히어로즈 사령탑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당시 1군 매니저였다. 장 감독은 그해 한국시리즈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처럼 떨리고 긴장되는 느낌은 없었다. 뒤에서 편안하게 지켜봤던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다른 팀 소속인 강정호, 유한준, 이성열, 손승락, 김민성이 그때는 모두 히어로즈 소속이었다. 이택근과 문우람이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앤디 밴헤켄은 한창 선수로서 전성기였고 브랜든 나이트, 마정길, 오 윤, 송신영 코치도 현역이었다. 

 

조상우와 한현희는 그때만 해도 호리호리한 체형이었고, 김하성은 갓 데뷔한 신인이었다. 포수 이지영은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반대편 더그아웃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그대로인 건 박병호의 존재다. 박병호는 그때도 리그 홈런왕이자 히어로즈 4번타자였고, 지금도 여전히 홈런왕 4번타자로 그 자리에 있다.

 

5년 전 그때보다 지금 팀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한국시리즈를 이틀 앞둔 10월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박병호의 말이다. 그때보다 선수단 연령대가 많이 어려졌어요.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어린 선수들이 워낙 잘하기 때문에 그때보다 좀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5년 전 히어로즈 야수진의 평균 나이는 28.8세, 투수진은 29세였다. 올해는 야수진이 27.1세, 투수진 27.3세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젊은 선수진을 구축했다. 주전 2루수 김혜성이 20세, 최다안타 2위 이정후가 21세, 리그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1위 김하성은 24세다. 

 

5년전 20대였던 박병호는 이제 33세 베테랑이 됐다. 이지영, 김지수와 함께 야수진 최고참이다. 

 

“제 나이가 그때보다 많이 들었죠.” 박병호가 웃으며 말했다. “5년 전과 비교해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심정이나 감정은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우리 팀이 보여준 모습에 다들 놀라움을 느끼고 있고 선수들 또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한국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감정보단, 지금 이 자신감을 계속 이어서 좋은 경기를 해야죠.”

 

“5년 전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컸다…지금은 젊은 선수들과 책임 분담 이뤄져”

 

2014년 넥센 시절 박병호의 모습(사진=키움) 2014년 넥센 시절 박병호의 모습(사진=키움)

 

2014년 포스트시즌 당시 히어로즈는 특정한 몇몇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었다. 타선에선 박병호와 강정호, 서건창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삼성 마운드는 한국시리즈 6경기 내내 세 선수를 꽁꽁 묶는 데 성공했고, 히어로즈는 경기당 평균 2.83득점에 그쳤다.

 

마운드에선 외국인 투수와 조상우-한현희-손승락에 전적으로 기댔다. 앤디 밴헤켄-헨리 소사-오주원은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조상우와 한현희는 포스트시즌 팀의 10경기 가운데 7경기에 등판했다. 나머지 투수들은 승패와 무관한 상황에나 공을 던질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시구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세였다.

 

5년이 지난 지금, 히어로즈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야구를 한다. 지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7경기에서 투수 엔트리 14명 전원이 등판 기횔 얻었다. 에이스부터 다른 팀이었다면 ‘패전조’로 분류됐을 법한 투수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능력치를 발휘해 팀 승리에 기여했다. 

 

장정석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투수조 미팅에서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이고 필승조”라며 힘을 실어줬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3차전, 마지막 순간 마운드를 지킨 윤영삼은 5년 전만 해도 ‘한 경기 12실점’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윤영삼은 “팀의 주축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분이 좋고, 자꾸 나가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SK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박병호는 11타수 2안타로 침묵했다. 준플레이오프 기간 3홈런 6타점 장타율 0.938로 뜨겁게 타올랐던 방망이가 플레이오프 기간엔 잠잠했다.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도 13타수 2안타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키움은 4, 5번 타자의 동반 침묵에도 SK를 3연승으로 제압했다. 키움 타선은 플레이오프에서 팀 타율 0.328에 OPS 0.823, 경기당 평균 7득점을 올렸다. 이정후가 15타수 8안타 3타점을, 송성문이 8타수 5안타 3타점을, 김규민이 8타수 5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상하위 타선의 경계를 지웠다.

 

사실 예전엔 경기에서 잘 못 하면 책임이 컸죠.박병호의 말이다.지금은 책임이 가벼워졌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4번타자를 맡고 있으니까요. 다만 이제는 모든 선수가 다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저마다의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책임 분담이 이뤄진다고 할까요.

 

박병호는 특히 나이 어린 동료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깜짝 놀란다”고 했다. “송성문 선수가 그런 역할을 하고, 김규민 선수가 갑자기 그렇게 할줄 누가 알았겠어요. 베테랑 선수 입장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고마워요. 그 친구들이 지금처럼 흥이 났을 때, 계속 흥이 나서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자신있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어 박병호는 “단기전은 누구 한 사람이 이끄는 것보다는, 모든 선수가 잘해서 경기를 풀어가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다들 어린 선수들이지만, 데일리 MVP도 받고 찬스에서 좋은 역할을 해줬습니다.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도 경기를 잘 했고, 고척과 인천에서도 많은 관중들 앞에서 떨지 않고 했잖아요. 한국시리즈에 가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거고, 잘하는 선수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승이란 막연한 생각보단, 오늘 경기 이기는 데만 집중한다”

 

박병호와 키움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상태다(사진=엠스플뉴스) 박병호와 키움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상태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시리즈 상대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 1위 팀이지만 키움 입장에서 충분히 해 볼 만한 상대다. 정규시즌 승차는 2경기에 불과하고, 상대전적도 9승 7패로 우위를 기록했다. 득점과 실점으로 구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키움이 0.638로 두산(0.630)보다 높다. 팀 전력상으론 오히려 키움이 근소하게 앞선다는 얘기다.

 

장정석 감독도 자신감을 보였다. 장 감독은 ‘두산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었나’란 질문에 “힘들다기보단 오히려 자신감이 있다. 지난 3년간 우리 선수들이 두산 상대로 언제나 좋은 경기를 펼쳤다. 감독으로서 개인 첫 승도 잠실 두산전에서 거뒀다”고 했다.

 

박병호도 두산전에 자신감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 박병호는 올 시즌 두산전에서 5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0.245로 높지 않았지만 중요할 때 한 방을 날린 경기가 많았다. 특히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 상대로 2홈런 4타점(0.333)을 기록했고 승리조 윤명준과 함덕주 상대로도 홈런 하나씩을 때렸다. 

 

이에 대해 묻자 박병호는 “단기전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그날 컨디션이나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게 단기전”이라며 “정규시즌 상대전적은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투수들의 패턴도 정규시즌과는 다른 게 나올 수 있고, 저도 거기에 맞춰 준비해야 합니다. 그날 경기에서 투수의 상태가 어떤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병호는 플레이오프 기간 ‘부진’에 대해 “컨디션이 나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나름 볼넷도 얻어 나가고 했어요. 조금 더 치기 어려운 공들이 오긴 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것도 있었고 특별히 감이 나쁘단 생각은 안 하고 넘겼습니다.”

 

키움 타선은 박병호의 침묵 속에서도 SK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만약 여기에 박병호까지 폭발한다면, 그 파괴력은 가공할 수준이 될 게 분명하다. 타격 사이클이 한국시리즈 때 다시 올라오지 않겠냐는 말에 박병호는 “그렇게 흘러가면 좋겠다”면서도 “단순하게 첫 경기만 생각하고 상대 선발, 첫 경기에 만날 투수만 생각하며 준비하겠다”고 했다.

 

장정석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미리 한국시리즈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이 장기전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우승에 필요한) 10승이 아니라 3승만 바라보며 시리즈를 운영했고, 늘 벼랑 끝 승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장 감독의 말이다.

 

이런 생각은 장 감독을 비롯해 키움 선수단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박병호는 “우승이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오늘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마지막 (우승) 모습을 미리 그리는 대신, 그날 경기에만 집중했습니다. 하루 경기를 끝내고 잊고, 다시 또 하루를 준비하고. 한국시리즈도 그렇게 임해야죠.

 

이날 고척돔에서 만난 박병호를 비롯한 키움 선수들의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나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똑같은 마음입니다.” 박병호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평소보다 긴장하거나 그런 마음은 없어요. 여느 때와 똑같이, 화요일 경기를 잘 준비하자는 마음입니다.” 5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서는 지금, 박병호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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