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에 허문회 전 키움 수석코치 임명

-뛰어난 소통 능력 바탕으로 선수들의 신임 받는 지도자

-타격 이론 전문가…선수와 대화 통해 장점 이끌어내는 데 능해

-새로운 기술과 이론에 열린 자세…롯데가 추구하는 새로운 야구와 좋은 궁합 기대

롯데가 선택한 허문회 신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롯데가 선택한 허문회 신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선수들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지도자다. 파도 파도 미담밖에 없어서 ‘파파미’란 말을 들을 정도다.

현대야구가 필요로 하는 ‘스마트’한 지도자다.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으로 정립한 자신만의 야구 이론을 갖고 있다.

선수에게 자기 이론을 강요하거나 주입하지 않는다. 선수와 대화를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스타일이다. 1000번 스윙해서 느낄 걸 50번 스윙해서 느끼게 돕는다.

롯데 자이언츠 신임 허문회 감독을 향한 야구계의 평가다. 롯데는 10월 27일 “신임 사령탑에 허문회 전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3년간, 10억 5천만 원을 받는 조건이다.

신임 허 감독은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공고-경성대를 거쳐 1994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애초 신인 드래프트에선 해태 타이거즈에 2차 1순위로 지명받았지만, 지명 직후 한대화-김상훈 트레이드에 포함돼 LG로 건너갔다.

현역 시절 화려한 성적을 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아니다. LG 입단 당시만 해도 차세대 주전 1루수 감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함께 입단한 서용빈(현 SPOTV 해설위원)에 밀려나 빛을 보지 못했다. 주로 대타 요원으로 출전하며 2003년까지 10년간 523경기 타율 0.269에 20홈런 129타점만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뒤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04년 춘천고등학교 야구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친정 LG 2군 타격코치를 지냈다. 2012년엔 상무야구단 코치를, 2013년부터 넥센(현 키움) 타격코치를 맡아 리그 최고의 홈런 군단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15년엔 2군 타격 총괄로 자릴 옮겨 유망주 양성에 힘을 보탰고,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1군에 올라와 수석코치로 장정석 감독을 보좌했다.

“말로만 소통 아닌, 진정한 소통을 하는 지도자”

허문회 감독은 LG와 롯데에서 10년간 선수로 활약했다(사진=LG, 롯데)
허문회 감독은 LG와 롯데에서 10년간 선수로 활약했다(사진=LG, 롯데)

롯데는 신임 사령탑에 허문회 감독을 선택한 이유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들었다. 롯데 관계자는 허 감독은 처음 신임 감독 인터뷰를 시작할 때부터 스캇 쿨바 등 외국인 후보와 함께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통에 능하고 선수들이 따르는 지도자란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롯데 핵심 관계자는 “허 감독과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가진 장점 대부분을 허 감독도 갖고 있었다. 여기다 오랫동안 코치로 활동해 KBO리그 특성을 잘 알고, 롯데 선수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지도자보다 빠르게 적응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취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새 감독의 조건으로 “선수가 좋아하는 감독”을 들었다. 이 점에서 인격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허 감독은 선수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의 조건을 갖췄단 평이 많다.

허 감독을 선수 시절부터 지켜본 이광환 서울대 감독은 “허문회는 인간성이 착하고 성실한 선수였다. 수비력이 다소 약해 주전으로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인격 면에서 훌륭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박용진 전 한화 2군 감독도 “인간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성품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허 감독과 오랜 시간 지도자 생활을 함께한 다른 구단 코치는 “말로만 소통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기 생각만 강요하는 지도자도 많다. 허 감독은 자기 생각을 앞세우기보단 선수의 말과 생각을 먼저 경청하는 분이다. 진정한 소통을 할 줄 아는 지도자”라고 했다.

키움 한 선수는 허 코치님은 선수의 성격부터 파악하고, 대화를 많이 하신다.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서, 선수가 스스로 깨닫고 진심에서 우러나와 변화할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 ‘넌 할 수 있다’ ‘넌 최고다’라고 자신감을 주는 말도 주문처럼 계속해주신다고 감사를 표현했다.

상무야구단 시절 허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모 선수는 “야구가 잘 안 돼서 고민할 때, 허 코치님은 함께 고민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책을 만들어 주셨다. 절대 정답을 강요하는 법이 없다.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선수가 선택하게 해주셨다. 원래 타격에 자신이 없었는데, 허 코치님과 만난 뒤 타격에 자신이 생겼다. 선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했다.

키움 관계자는 “허 코치는 나이 어린 선수라도 결코 쉽게 대하는 법이 없었다. 선수의 생각을 존중하고, 선수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교감을 나누는 분”이라며 “세심한 소통 능력으로 야구 기술은 물론 선수들의 멘탈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극찬했다.

지난해와 올 시즌 키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수석코치로서 허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단 평가다. 키움 관계자는 “지난해 시즌 중반 여러 악재 속에 팀이 크게 흔들릴 뻔한 위기가 있었다. 이 때 허 코치가 1군 수석으로 올라오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상승세를 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추구하는 롯데가 요구하는 감독상은 ‘매니저(manager)’다. 감독 혼자 독불장군식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는 전통적 한국야구의 감독 모델은 롯데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다.

롯데는 프런트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각 파트별 전문 코치와 선수단을 아우르는 ‘관리자’ 역할을 할 적임자를 찾았다. 이는 롯데가 외국인 감독 후보를 진지하게 고려한 이유이자, ‘소통의 달인’ 허문회 감독을 선택한 이유다.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 새로운 지식에 열린 자세…’스마트’한 지도자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사진=키움)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사진=키움)

롯데 성민규 단장은 취임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새 감독이 꼭 데이터에 능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현장 지도자가 데이터 분석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데이터 활용은 R&D팀과 퀄리티 컨트롤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대신 현장 지도자에게 필요한 건 최신 기술과 이론에 대한 ‘열린’ 자세다.

이 면에서 신임 허문회 감독은 롯데가 원하는 ‘스마트’한 지도자의 조건에 잘 부합하는 지도자다. 야구계에서 허 감독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넥센 시절 허 감독과 함께한 이지풍 전 KT 트레이닝코치는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남들이 다 하니까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라 10년 전부터 본인 스스로의 궁금증으로 공부를 시작한 분이다. 선수 지도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곤 했다고 전했다.

선수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지도자가 된 뒤 더 열심히 야구를 공부했다. 허 감독은 초년 코치 시절 야구 선배부터 레슬링 등 다른 종목 지도자, 심지어 체육과학기술원(KISS) 박사까지 찾아가 스포츠 이론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전 한화 2군 감독은 “과거 LG에 있을 때 허 감독과 야구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갖고 연구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좋았다”고 했다.

허 감독은 지옥훈련과 강훈련이 선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 지론을 갖고 있다. 그보단 쉽고 단순한 접근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확실한 자기 이론이 정립돼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데이터를 비롯한 최신 기술과 이론에도 해박하고, 새로운 것에 열린 자세를 갖췄단 평가다.

다른 구단 한 코치는 허 감독에 대해 “1000번 스윙해서 느낄 걸 50번 스윙해서 느끼게 해주는 코치가 최고의 코치라고 하는데, 허 감독이 바로 그런 지도자”라고 했다. 최첨단 장비와 스포츠 사이언스를 통해 새로운 야구를 시도하는 롯데와 허 감독의 좋은 궁합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허 감독은 취임 소감으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경기 운영과 편견 없는 선수 기용을 하여 롯데가 롱런 할 수 있는 팀이 되는 데에 일조하겠다.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야구의 도시, 롯데자이언츠의 감독을 맡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신임 허문회 감독은 11월 1일(금) 오전 10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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