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대표팀 모자와 유니폼, KBO마켓에선 판매 없어

-기존 로고는 '이전 스폰서' 나이키가 제작, '현재 스폰서' 데상트는 다른 로고 사용

-KBO, 애초 대표팀 굿즈 상품화 계획…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계획 접어

-미국, 일본은 국가대표 브랜드화로 선순환 구조…고유한 아이덴티티 없는 한국야구 대표팀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출전한 박병호. 박병호가 쓴 모자와 동일한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현재로선 구입할 길이 없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출전한 박병호. 박병호가 쓴 모자와 동일한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현재로선 구입할 길이 없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Q: 한국야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야구팬입니다. 2019 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한 국가대표팀 모자와 유니폼을 구입하고 싶어서 KBO마켓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무슨 영문인지 선수들이 착용하는 것과 똑같은 상품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적용한 ‘컬래버’ 상품만 판매하던데,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또 2017년까지 사용한 대표팀 로고와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 로고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고 싶습니다. -야구팬 김은수 외 2명-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야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공식 스폰서사(社)가 이유입니다.

한국 야구대표팀 공식 스폰서의 역사는 1982년 일본의 미즈노가 유니폼과 장비를 제공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부터 미국의 나이키사에서 공식 스폰서를 맡았고, 2013년까지 대표팀의 모자와 유니폼, 스파이크 등 장비 일체를 나이키가 책임졌습니다.

2014년부턴 스폰서 업체가 일본의 데상트로 교체됐지요. 당시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도로 데상트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게 이유였는데요. 협회는 데상트에 2018년까지 청소년과 성인 대표팀 유니폼 및 용품 제작을 맡겼습니다.

협회와 데상트는 2018년 중순 연장계약에 합의해, 2022년까지 4년 더 스폰서쉽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이 착용한 유니폼과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 유니폼도 모두 데상트사의 제품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야구 대표팀 로고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처음 선보였습니다. 로고를 만든 주체는 KBO(한국야구위원회)였습니다. ‘KOREA’를 필기체 느낌의 스크립트 폰트로 디자인했지요. 역동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로고 디자인 덕분에 많은 야구팬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KBO는 나이키에 이 로고를 쓰자고 했습니다. 나이키가 흔쾌히 동의했지요.

그해 한국이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스크립트체 로고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상징하는 로고로 굳어졌습니다. 대표팀 스폰서사가 바뀐 뒤에도 한동안 같은 로고를 유지할 정도였으니까요. 데상트가 스폰서를 맡은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대회 때도, 마제스틱이 스폰서로 나선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같은 로고를 사용했습니다.

KBO는 2018년 데상트와 스폰서 재계약 당시, 향후 제작하는 대표팀 유니폼에도 같은 로고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KBO 관계자는 “데상트 쪽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얘기인즉 이렇습니다.

데상트 쪽에서 '아무래도 기존에 타 브랜드(나이크)에서 사용했던 로고인 데다, 마케팅 측면에서 우리가 자체 제작한 로고를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데상트는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스키, 육상 등) 대표팀도 스폰서를 맡고 있다. 다른 종목은 데상트 자체 로고를 사용하는데 야구만 다른 로고를 사용하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현재 대표팀이 착용하는 유니폼에 사용된 로고는 한국 야구대표팀 공식 로고라기보단, 스폰서인 데상트사의 로고인 셈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건 나이키 역시 다른 종목을 광범위하게 스폰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KBO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브랜드 업계에서 "데상트의 주장 가운데 후자(스폰하는 다른 종목도 자체 로고 쓴다)에 무게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KBO마켓에 올라온 대표팀 한정판 굿즈. 반값에 판매하는 이전 제품과 로고 디자인이 동일하다. 이번 대표팀이 사용하는 모자, 유니폼과는 다른 디자인이다(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쳐)
KBO마켓에 올라온 대표팀 한정판 굿즈. 반값에 판매하는 이전 제품과 로고 디자인이 동일하다. 이번 대표팀이 사용하는 모자, 유니폼과는 다른 디자인이다(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쳐)

그렇다면, 왜 이번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선수들이 착용한 것과 동일한 상품은 KBO가 판매하지 않은 걸까요. 여기에 대해 KBO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애초 KBO는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 유니폼도 KBO마켓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폰서 업체인 데상트가 불매운동 대상인 일본 기업인 것을 고려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하네요.

대신 KBO는 메이저리그 유니폼 공식 업체인 마제스틱과 함께 대표팀 ‘컬래버레이션’ 한정 상품을 제작해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엔 2017년 이전까지 사용했던 대표팀 특유의 로고가 고스란히 적용됐습니다. 문제는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실제 착용하는 것과는 디자인이 전혀 딴판이었다는 것입니다.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제품을 착용하고 ‘일체감’을 느끼고 싶었던 야구팬에겐 아쉬운 소식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 미국은 ‘팀 USA’…한국야구는 ‘브랜드’가 없다

사무라이 재팬과 팀 USA 공식 홈페이지(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쳐0
사무라이 재팬과 팀 USA 공식 홈페이지(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쳐0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국가대표 경기는 야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야구팬은 물론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한마음이 돼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게 바로 이때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WBC 한일전,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팀을 향한 응원 열기는 2002 월드컵 못지않게 뜨거웠습니다. 당시의 높은 국민적 관심은 KBO리그의 인기로 이어졌고, 리그 규모 확대와(9, 10구단 창단) ‘베이징 키드’로 불리는 야구 유망주들이 자라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야구가 ‘국가대표’의 브랜드와 비즈니스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선뜻 ‘그렇다’는 답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야구 국가대표팀을 브랜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가대표를 야구팬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인기 콘텐츠 산업으로 키웠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야구팬 유입과 유소년 야구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야구는 2014년 ‘사무라이 재팬’이란 국가대표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프로 대표팀부터 사회인야구, 대학, 고교, 중학교, 초등학교, 여자야구 대표팀까지 ‘사무라이 재팬’이란 브랜드로 통합했습니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같은 로고와 같은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고 사무라이 재팬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만듭니다. 일본어와 영어 버전으로 통합 홈페이지도 운영합니다. 여기에선 역대 대표팀을 거쳐 간 모든 선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대 국가대표 선수를 찾으려면 옛날 신문과 위키백과를 뒤져야 하는 한국 대표팀과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사무라이 재팬 굿즈와 텔레비전 중계권을 판매하는 회사도 만들었습니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와 12개 프로구단이 공동출자해 세운 주식회사입니다. 사무라이 재팬이 메인스폰서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평균 10억 엔 이상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도 1999년부터 야구 국가대표 브랜드 통합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협회와 MLB가 함께 ‘USA 베이스볼’이란 기구도 만들었습니다. ‘팀 USA’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국가대표의 자부심과 전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입니다. 대표팀 관련 각종 콘텐츠가 올라오는 공식 홈페이지도 있습니다. 각종 수익사업, 유소년 지원사업 관련 회계보고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됩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 그에 어울리는 브랜드 가치를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사진=엠스플뉴스)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 그에 어울리는 브랜드 가치를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사진=엠스플뉴스)

반면 한국야구 대표팀은 아직 고유한 아이덴티티라고 할 만한 것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대표팀 감독이 누구인지가 대표팀의 이미지를 좌우할 뿐입니다. 대표팀 선수 구성에서도 ‘연속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동열호’만 해도 처음엔 젊은 선수 위주 팀 구성을 외치다 정작 아시아경기대회 때는 병역 혜택을 고려한 선수 구성으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대표팀을 상징하는 로고도 대회에 따라 스폰서에 따라 수시로 바뀝니다.

브랜드로서 가치도 아직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2014년 대한야구협회가 데상트와 맺은 스폰서 계약은 4년간 20억 원대에 그친 반면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2년 나이키와 체결한 7년 계약은 무려 1,200억 원대에 달합니다. KBO 관계자는 “기존 로고를 사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우리 주장만 앞세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KBO가 이제라도 국가대표 브랜딩과 사업화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KBOP 이진형 이사는 한국야구 대표팀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갈 필요성을 절감한다. 다음 스폰서 계약 때는 로고 디자인 등에서 통일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이사는 바쁘게 새로운 비전을 만들려고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KBO 관계자도 “국가대표팀 선발부터 대표팀 운영, 브랜드화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단 데 동의한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을 33세 이하 젊은 선수 위주로 선발한 것도 앞으로 연속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야구 대표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KBO가 약속대로 ‘한국야구 대표팀’이란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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