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프리미어12 대회, 외국인 선수 PR 무대로 주목
-KBO리그 구단들, 장신 투수 오몽 및 캐나다 선수들 집중 관찰
-‘아마 야구 강자도 옛 말’ 쿠바, “육성 외국인 제도가 있었다면…”
-적극적인 PR 나선 출전 선수들의 현지 에이전트, KBO리그 드림 나올까

프리미어12 대회 C조 예선에서 KBO리그 스카우트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캐나다 투수 필립 오몽(사진=WBSC)
프리미어12 대회 C조 예선에서 KBO리그 스카우트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캐나다 투수 필립 오몽(사진=WBSC)

[엠스플뉴스]

WBSC 프리미어12는 마치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한 쇼케이스장과 같은 무대가 됐다. 원석을 발굴해 ‘대박’을 터뜨리는 국내외 스카우트진이 집결한 까닭이다.

한국 고척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대회 C조 예선 경기는 스카우트진의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예선 경기가 열린 3일 내내 한국 대표팀 투수 김광현과 다른 나라의 원석들을 관찰하러 온 미국과 일본 구단 스카우트뿐만 아니라 KBO리그 무대에 통할만한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을 보러 온 일부 한국 구단 스카우트진도 고척돔을 찾아 매서운 눈빛으로 선수들을 응시했다.

그 가운데 KBO리그 팀들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선수는 캐나다 투수 필립 오몽이었다. 오몽은 2007년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오몽은 201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팀을 옮긴 뒤 2012년 빅 리그에 데뷔했지만, 크게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후 오몽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소속 마이너리거로 뛰다 올 시즌엔 캐나다 독립리그 오타와 챔피언스 소속으로 공을 던졌다.

오몽은 11월 6일 쿠바와의 예선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3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신장 201cm에서 나오는 오몽의 150km/h대 강속구와 컷 패스트볼, 날카로운 스플리터와 커브는 쿠바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이 한 경기만 본다면 전 두산 베어스 소속 투수였던 더스틴 니퍼트의 투구가 떠오른단 평가까지 나왔다. 오몽은 경기 뒤 한국 무대에서 뛸 의향이 있다. 기회가 있다면 KBO리그에서 활약해보고 싶다며 KBO리그 진출 의지를 밝혔다.

KBO리그 구단 스카우트진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투구였다. 수도권 A 구단 관계자는 다른 외국인 투수들도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투구 내용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면 오몽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였다. 국내 구단 스카우트들이 집중 관찰한 투수인 데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도 좋은 평가를 내리더라. 만약 기존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오몽을 데려올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 한 경기로만 모든 걸 판단할 수 없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이라고 귀띔했다.

대박 외국인 선수? 한 경기로만 판단하긴 조심스럽다

한국전에서 선발 등판해 호투한 캐나다 투수 로버트 자스트리즈니(사진=WBSC)
한국전에서 선발 등판해 호투한 캐나다 투수 로버트 자스트리즈니(사진=WBSC)

앞선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국제 대회로 해당 선수 영입을 결정하는 게 무조건 초대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KIA 타이거즈는 4년 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한국전에서 인상적인 활약(6이닝 7탈삼진 무실점)을 남긴 미국 투수 지크 스프루일을 영입한 기억이 있다. 지크는 이듬해 KIA와 계약해 30경기 등판 10승 13패 평균자책 5.27의 기록을 남겼다. ‘10승 투수’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재계약까지 가긴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한국전에 선발 등판한 캐나다 좌완 투수 로버트 자스트리즈니를 향한 시선도 비슷하다. 자스트리즈니는 날카로운 제구력과 까다로운 디셉션 동작을 앞세워 한국 타선을 5.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전문가인 스카우트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관찰하면 다소 부족함이 보인단 얘기도 나왔다.

지방 B 구단 스카우트는 자스트리즈니를 지켜보니 상체만으로 공을 던진다. 디셉션이나 컨트롤 자체는 괜찮아 짧은 이닝은 잘 막아줄지 몰라도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책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도 투구수가 많아진 5회 이후 어떤 투구를 할지 주목했는데 제구가 높아지고 구속도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상대 타순 세 바퀴를 돌면 곧바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처럼 이번 예선에서 KBO리그 팀에 주로 주목받은 이들은 캐나다 선수들이었다. 아무래도 미국 야구 무대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은 캐나다 선수들에게 쏠리는 시선이 많았다. 캐나다 외야수 달튼 폼페이도 지난해 C 구단 영입 리스트에 있었던 선수였다.

아마 야구 강자 쿠바의 하락세 "외국인 육성 제도가 있었다면…"

쿠바 내야수 프리에토는 1999년생 유망주다. 육성 외국인 제도가 있었다면 충분히 눈에 들어올 만한 선수였다(사진=WBSC)
쿠바 내야수 프리에토는 1999년생 유망주다. 육성 외국인 제도가 있었다면 충분히 눈에 들어올 만한 선수였다(사진=WBSC)

오히려 아마 야구의 강자로 불렸던 쿠바 야구는 하락세가 완연히 드러났다. 한 ‘팀’으로 플레이하는 게 부족했고, 즉시전력 감으로 활용할 만한 눈에 들어오는 선수도 거의 없었다. 고척돔을 찾은 D 구단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즌 뒤 쿠바 선수들의 몸 관리가 부족해 보인다. 아마 야구의 강자라는 말도 이제 옛 말이 된 듯싶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 소속 선수였던 몇 명을 제외하곤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타고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유연성과 힘은 쿠바 야구의 강점이다. 육성 외국인 제도가 있었다면 어린 쿠바 선수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란 반응도 있었다. 앞선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 가운데선 아직 서툴지만, 제대로 기량을 갈고 닦는다면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은 눈에 보였다. 육성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있다면 2군에서 키울 만한 쿠바 유망주 영입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이제 스카우트진의 눈은 슈퍼 라운드가 펼쳐지는 일본 도쿄로 향한다. 마이너리거 유망주들로 구성된 미국과 자국 리그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멕시코 경기는 스카우트진의 구미를 당길 요소다.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거나 한국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의 현지 에이전트들은 소속 선수들의 활약상이 나올 때마다 국내 외국인 스카우트들에게 적극적인 ‘PR’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프리미어12가 어느덧 외국인 선수 쇼케이스 장으로 활성화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연 프리미어12 무대를 통해 ‘KBO리그 드림’이란 목표를 실현할 선수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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