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게 된 이보근(사진=엠스플뉴스)
FA 계약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게 된 이보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양재]

11월 20일 열린 2020 KBO 2차 드래프트에선 노장과 베테랑이 대거 선택을 받았다. 대부분의 구단이 핵심 유망주 보호에 주력하면서 젊은 유망주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결과다. 30대 후반의 노장 선수, 기량이 떨어진 선수, 실패한 유망주 출신이 주를 이뤘다.

18명의 지명 선수 명단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 출신이 적지 않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선수는 LG가 2라운드에서 지명한 내야수 정근우다.

한때 국가대표 2루수였던 정근우는 신예 정은원의 등장으로 주전 자릴 잃었다. 이후 1루수, 중견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시도했지만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이번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됐다. 선수단 분위기 쇄신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LG에선 다시 원래 포지션인 2루수로 돌아간다.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를 정주현과 2루 경쟁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위즈가 1라운드에서 뽑은 투수 이보근도 눈에 띄는 이름이다. 히어로즈 성골 출신인 이보근은 2019시즌을 앞두고 3+1년 총액 19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했다. 임은주 당시 단장이 진두지휘한 계약은 당시에도 ‘오버페이’란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보근은 2019시즌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19경기 평균자책 9.72)을 보였고, 결국 40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키움은 이보근을 40인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악성계약을 털어냈다는 점, 3억원의 보상금을 감안하면 내심 다른 구단이 이보근을 선택하길 바랐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이보근이 새로운 환경에서 반등하길 기대하고 있다. 노춘섭 스카우트 팀장은 “이보근은 검증된 선수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확인한 결과 부상이나 몸의 이상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환경이 바뀌면 다시 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불펜에 경험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새 소속팀과 코칭스태프에 잘 적응하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태도로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과제다.

NC가 2라운드에서 지명한 투수 홍성민도 반등이 필요한 선수다. 한때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였던 홍성민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근 2년간 1군에서 16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9시즌에도 부상 여파로 12경기 평균자책 4.26에 그쳤다.

NC 김종문 단장은 “우리 팀 불펜이 완전 노장 아니면 20대 초반 어린 선수로 양극화돼 있다. 그 사이에서 역할을 해줄 경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홍성민을 선택했다. 1군에서 커리어가 있고 경험이 많은 투수”라고 밝혔다.

홍성민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건 NC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 단장은 “부상 이야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홍성민처럼 경험있는 선수가 바톤터치해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SK 와이번스는 30대 베테랑 2명을 영입했다. 1라운드에서는 KIA 투수 김세현을, 2라운드에선 롯데 1루수 채태인을 각각 지명했다. 둘 다 과거 넥센(현 키움) 시절 염경엽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선수들이다.

손차훈 SK 단장은 “그간 2차 드래프트 성공사례를 분석해보니 유망주보다는 즉시전력감 선수 쪽의 성공확률이 훨씬 높았다. 처음부터 즉시전력감 쪽에 포커스를 맞춰 2차 드래프트를 준비했다”며 베테랑을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김세현에 대해 손 단장은 “내년 시즌 SK 불펜에 불확실성이 있다. 김태훈과 김택형이 팔꿈치 통증 완화 목적의 수술이 예정돼 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하재훈과 서진용도 다음 시즌 똑같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불펜 보강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채태인의 영입은 클러치 능력을 갖춘 왼손 대타 요원 보강 차원이다. 손 단장은 “올해 팀 공격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클러치 능력이 좋은 선수가 필요했다. 채태인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고, 우리 팀에 부족한 왼손 대타요원”이라 밝혔다. 여기에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인 정수민을 3라운드에서 지명해 내후년 투수 뎁스까지 채운 SK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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