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오늘 호주프로야구리그 개막전 선발등판

-2018년 이후 406일 만의 실전 등판, 경기 감각 회복 과제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질롱코리아, 반격 선봉에 나선 노경은

-장시환 내주고 지성준 영입한 롯데, 노경은 호투가 중요하다

호주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노경은(사진=김도형 기자)
호주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노경은(사진=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이 406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른다.

노경은은 한국시간으로 오늘(21일) 오후 4시 30분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 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리는 ABL(호주프로야구리그) 2019-20시즌 개막전에 질롱코리아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노경은에게도, 질롱코리아에도,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에도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등판이다.

노경은의 지난 1년은 파란만장했다. 2018시즌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했지만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대가는 혹독했다.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있었지만, 보상선수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FA 미아가 된 노경은은 2019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노경은은 동의대학교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때를 기다렸다. 시즌 때와 같은 루틴으로 몸을 만들고, 5일에 한 번씩 100구 이상을 던지며 마운드 복귀를 준비했다. 2019시즌 뒤 마침내 기회가 왔다. 구단 수뇌부가 바뀐 롯데와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2년 총액 11억 원에 계약에 합의해,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노경은의 마지막 실전 등판은 2018년 10월 11일 광주 KIA전. 이날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노경은은 이후 400일이 넘도록 실전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곤 하지만,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유망주들이 주로 참가하는 질롱코리아에 합류한 것도 부족한 실전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만만찮은 파워와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호주 선수들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1년의 공백에도 여전히 140km/h 중반대 빠른 볼을 던질 수 있을지, 변화구 구사 감각과 컨트롤은 여전할지,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는 데는 문제가 없을지 등 확인할 게 많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노경은을 선택한 그레엄 로이드 질롱코리아 감독은 “노경은은 노련하고 구위가 좋다”며 “중요한 개막전이기 때문에 가장 믿을만한 투수를 첫 경기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은도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팀이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노경은 등판, 질롱코리아의 명예회복과 롯데의 프로세스가 달렸다

노경은의 개막전 등판은 ABL에서 두 번째 시즌을 앞둔 질롱코리아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팀 질롱코리아는 지난겨울 호주리그 데뷔 시즌을 치렀다. 독립리그 출신, 방출선수 위주로 팀을 꾸려 도전했지만 결과는 7승 33패 리그 최하위. 호주야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올해는 KBO리그 각 구단 유망주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롯데 고승민, 한화 박주홍 등 잠재력 있는 유망주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싱글 A 타격왕 배지환까지 합류해 탄탄한 전력을 구성했다. 베테랑 노경은이 개막전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우면 올 시즌 호주리그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노경은의 등판은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에 중요하다. 롯데는 오늘 오전 포수 지성준과 1루수 김주현을 받고 투수 장시환과 신인 포수 김현우를 한화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 장시환을 내준 건, 노경은이 충분히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줄 거란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노경은으로 선발 한 자리를 채운 뒤 박세웅, 서준원, 김원중, 윤성빈 등 젊은 투수들의 경쟁으로 선발 뎁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다 새로 영입한 지성준으로 안방을 안정시키고, 새 외국인 선수로 센터라인을 강화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프로세스가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노경은이 FA 선언 직전 두 시즌 동안 보여준 활약을 재현해야 한다.

롯데는 노경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공의 힘으로만 밀어붙이던 투구에서 벗어나, 2019시즌엔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하며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는 수준 높은 피칭을 보여줬던 노경은이다. 2019시즌부터 공인구 교체로 장타 위험도 줄어들어,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단 게 롯데의 계산이다. 이날 노경은의 첫 등판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MBC 스포츠플러스와 엠스플뉴스는 이날 개막전을 시작으로 질롱코리아의 전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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