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창단 이후 최대 도전 직면...‘김광현 없는 SK 야구’

-선발 17승, WAR 기준 6.4승이 빠져나가는 손실

-빠져나간 김광현 승수, 트레이닝 파트 강화와 타선 강화로 채운다

-과거 김광현 없이도 포스트시즌 진출 경험...SK라면 할 수 있다

SK 와이번스는 김광현 없이 2020시즌을 준비해야 한다(사진=SK)
SK 와이번스는 김광현 없이 2020시즌을 준비해야 한다(사진=SK)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는 창단 이후 가장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 없이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김광현 없는 SK 야구,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그림이다.

김광현은 SK의 에이스이자 상징이었다. 2007년 입단과 함께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후 올 시즌까지 13년간 에이스로 활약했다. 투수 부문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고, 산더미처럼 많은 유니폼을 팔아치웠고, 팀을 네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SK가 곧 김광현이고, 김광현이 곧 SK였다.

2020시즌 SK, 김광현의 선발 17승-WAR 6.4승이 빠져 나간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SK 전력에 큰 손실이다(사진=SK)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SK 전력에 큰 손실이다(사진=SK)

이제 김광현은 SK를 떠나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프리미어12가 끝난 뒤 김광현의 국외진출 의사를 확인한 SK는 치열한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쳤다. 팬들의 여론도 살폈고, 야구계 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구단 내 모든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11월 22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는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

이번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로 끝난 5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엔 포스팅 응찰액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200만 달러), 계약 협상도 마감 시한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미국 진출 꿈을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2018년 새로운 한·미 선수계약협정이 체결되면서 포스팅을 통한 미국 진출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김광현도 5년 전보다 더 건강하고 완성도 높은 투수로 거듭났다. 구체적이고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구단도 여럿이다.

미국 구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최소한 메릴 켈리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켈리는 2019시즌을 앞두고 첫 2년간 총 500만 달러, 이후 2년은 구단 옵션으로 95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도 미국 진출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김광현에겐 큰 영광이지만, SK 팀 전력엔 엄청난 타격이다. 지난 시즌 선발 17승을 거둔 에이스가,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로 따지면 6.4승이 빠져나가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염 감독을 잘 아는 야구인은 남들은 ‘보내주라’고 쉽게 얘기할지 몰라도, 소속팀과 감독 입장에선 정말 어려운 결단이었을 거다. 2019시즌 ‘한끗차’로 우승을 놓치고 와신상담 중인 염경엽 감독에겐 내년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이다. 올해의 아픔을 만회하고픈 마음이 얼마나 크겠나. 그런데도 흔쾌히 김광현을 보내줬다는 점에서, 염 감독과 SK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SK의 과제, 빠져나간 김광현 승수를 채워라

2020시즌 김광현도, SK도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사진=SK)
2020시즌 김광현도, SK도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사진=SK)

분명한 건, 이제 ‘김광현 없는 SK’가 다가올 현실이란 점이다. SK는 김광현을 제외한 가운데2020시즌 전력과 그 이후를 구상해야 한다. 당장 내년 시즌은 물론 그 이후까지 바라보며 팀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사실 이전에도 SK는 김광현 없이 한 시즌을 보낸 경험이 있다. 김광현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1년을 통째로 날린 2017시즌이다.

그해 SK는 75승 1무 68패 승률 0.524로 리그 5위를 차지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2016시즌(69승)보다 오히려 6승을 더 거뒀고, 2012시즌 이후 5년 만의 5할 승률도 달성했다. 켈리가 에이스로 선발진을 이끌었고, 박종훈과 문승원이 선발투수로 제몫을 다한 결과였다.

한편 김광현이 있긴 있었지만, 부상으로 제몫을 못한 시즌도 있었다. 17경기 4승에 그친 2011시즌, SK는 정규시즌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 성과를 냈다. 16경기 8승에 그친 2012시즌에도 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염경엽 감독은 과거 넥센(현 키움) 시절 전력의 절반이 빠져나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경험도 있다. 2016년을 앞두고 넥센은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유한준과 손승락의 이적, 조상우와 한현희의 토미존 수술로 로스터가 초토화됐다.

당시 넥센 관계자는 “WAR 30승이 빠져나갔다”며 탄식했다. 모두가 하위권 추락을 예상했지만, 넥센은 보란 듯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넥센의 승수는 주전 선수들이 건재했던 2015시즌(78승)보다 딱 1승이 줄었고, 팀 순위는 오히려 한 계단 상승한 3위에 올랐다. 신인왕 신재영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고, 수비와 주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족한 승수를 만회한 결과다.

결국 2020시즌 SK도 김광현 국외진출로 빠져나간 만큼의 승수를 다른 요소들로 잘 채우는 게 관건이다. SK는 새롭게 재편한 트레이닝 파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상 이탈 선수를 최소화하고, 시즌 후반까지 체력을 잘 유지하면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단 계산이다.

윤석민, 채태인 등을 영입해 타선을 보강했고 확실한 책임자가 없었던 타격 파트에 이진영 코치를 영입했다. 2019시즌 OPS 리그 6위(0.718)에 그친 타선이 힘을 내면 좀 더 많은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애초 ‘FA 영입 불가’를 선언하긴 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외부 영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야구는 알 수 없다. 김광현이 건재했던 2013~2016년 4년간 SK는 한번도 5할 승률을 거두지 못했다. 가을야구는 2015년 와일드카드 진출 딱 한 번에 그쳤다. 그러다 김광현이 빠진 2017년 5할 승률과 와일드카드 진출을 달성하며 반등했다.

김광현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관리한 2018시즌, SK는 거짓말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김광현이 건강하게 30경기에 등판한 올해는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승을 거두고도 우승하지 못했다. 김광현이 있다고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듯이, 김광현 없다고 우승 못하란 법이 없는 게 야구다. SK라면 할 수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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