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제도 개선안에 포함된 ‘샐러리캡’ 논란

-선수단 규모 및 연봉 축소 우려 제기

-“실제론 메이저리그식 사치세 방식 논의” “예외조항 많아 문제 안 될 것” 의견도

-12월 1일 선수협 총회에서 결정...선수마다 이해관계 엇갈려 결론 주목

KBO가 FA 등급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O가 FA 등급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엉킨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았던 FA(자유계약선수) 난제가 드디어 풀릴까. KBO 이사회가 FA 등급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이번 KBO 이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KBO는 11월 28일 2019년 KBO 제6차 이사회를 열어 KBO리그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개된 제도 개선안에는 FA 취득기간 단축, FA 등급제, 부상자 명단 제도, 최저연봉 인상, 1군 엔트리 확대 등 다수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만한 내용이 담겼다. 물론 외국인 선수 3명 출전,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등 국내 선수들이 반기지 않을 만한 내용도 포함됐다.

종전 실행위원회에서 내놓은 안보다 진전된 부분도 있다. 이사회는 FA 취득기간 단축을 샐러리캡 도입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일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2022년 이후 시행한다는 실행위 안보다 시기적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당장 2020시즌이 끝난 뒤부터 적용될 가능성도 생겼다.

“샐러리캡, 실제로는 사치세 형태의 소프트 샐러리캡에 가까울 것”

KBO리그 전체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사진=엠스플뉴스)
KBO리그 전체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사진=엠스플뉴스)

이번 개선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선수협의 동의가 필요하다. 물론 선수협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적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KBO는 선수들이 거부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실행하진 않겠단 입장이다.

선수협은 이사회에 앞서 열린 KBO 실행위원회의 FA 제도 개선 제안안에 대해선 수용 거부 의사를 확고히 밝힌 바 있다. 특히 샐러리캡 도입과 FA 계약 시 구단의 4년 보유권 유지를 문제로 삼았다.

이 가운데 샐러리캡이 의제가 된 건 지난해부터다. KBO와 각 구단이 FA 몸값을 최대 4년 80억원으로 묶는 상한제를 관철할 움직임을 보이자, 선수협이 FA 상한제 대신 샐러리캡 도입을 ‘역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수협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샐러리캡을 요구한 게 아니라, FA 상한제 외에 몸값 거품을 줄일 다른 방안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구단들이 내놓은 답이 바로 샐러리캡이다.

샐러리캡 도입시 생길 부작용을 선수협에서 우려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선수협 측은 샐러리캡 관련 명확한 기준 총액을 제시받지 못한 점, 선수단 규모 및 연봉 축소와 관련한 우려를 내비쳤다.

과거 우리 히어로즈 창단 때처럼 극단적인 쥐어짜기 사례가 나오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타 선수들이 같은 몸값이면 수도권 팀을 선호하는 만큼 지방구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선수협의 우려처럼 기형적으로 줄인 샐러리 캡 액수를 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판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지방구단 단장도 “지금까지 나온 논의대로라면 샐러리캡 상한선이 꽤 클 것이다. 일부 구단의 경우엔 80퍼센트를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막상 샐러리캡을 도입해도, 일각의 우려처럼 ‘파괴적’ 부작용은 없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KBO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구단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자체적으로 샐러리캡을 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 했다.

한 지방구단 단장은 “샐러리캡 도입과 별개로 많은 구단이 선수단 전체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100명 넘는 선수단을 70명 선까지 줄인 구단도 있다”며 “구단마다 위기의식이 큰 상황이라 샐러리캡을 도입하든 하지 않든 운영비 절감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지방구단 단장은 샐러리캡이란 용어를 선택한 게 거부감을 주는 것 같다. 실제 실행위에서 논의된 건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한 ‘사치세’에 가까웠다고 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적용되는 샐러리캡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여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BO의 샐러리캡은 예외조항 없는 ‘하드 샐러리캡’ 형태가 되진 않을 전망이다. 그보단 미 프로농구 NBA나 메이저리그처럼 여러 예외를 허용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 샐러리캡’을 참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시즌 NBA의 경우 30개 팀 가운데 29개 팀이 ‘예외조항’을 활용해 샐러리캡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NBA는 샐러리캡 위에 사치세 규제도 따로 두고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한 팀도 5팀이나 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아직 샐러리캡이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기준을 만들어 놔도 머리 좋은 구단들은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서 빠져나가게 마련”이라 했다.

일부 구단은 FA 4년 보유권 폐지 의견...충분히 협상 가능한 문제

선수협 이사회 장면(사진=선수협)
선수협 이사회 장면(사진=선수협)

샐러리캡 제도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아직 샐러리캡을 어떤 형태로 시행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논의해서 만들어갈 부분”이라고 밝혔다. 기준을 팀내 연봉 상위 25인으로 할지, 선수단 전체로 할지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저연봉 선수와 신인급 선수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고, 의무 소진율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류 총장은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할 것이라 했다. 한 선수 에이전트는 “구체적인 안을 봐야 샐러리캡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선 얘기할 게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KBO의 제도 개선안을 놓고 선수협 내에선 샐러리캡과 ‘FA 4년 보유권 유지’를 이유로 절대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제안을 선수협이 거절할 경우, FA 등급제를 포함해 모든 개선안이 함께 백지화된다. 이 경우 FA 자격을 앞둔 B, C 등급 베테랑 선수와 첫 FA 취득을 앞둔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 반면 구단이나 KBO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 번에 모든 요구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4년 보유권의 경우 일부 구단도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선수협이 협상의 문을 아예 닫지 말고, 4년 보유권 폐지를 두고 다시 협상의 물꼬를 트면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취재중 접촉한 몇몇 구단 단장도 “4년 보유권은 없애야 하는 제도”란 의견을 밝혔다. 일단 논의를 시작하면, 타협할 여지가 있는 문제란 얘기다.

선수협은 12월 1일 전체 총회를 열어 KBO 이사회의 제도 개선안을 두고 찬반 투표를 열 계획이다. 선수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일부 선수는 ‘제안대로 되면 당장 내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을 수도 있다’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 총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