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2루수 안치홍 롯데행, 큰 취임선물 받은 허문회 감독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2군 선수 성장에도 도움 될 것”

-“안치홍, 2년 전 퍼포먼스 다시 보여줄 가능성 충분하다”

-“롯데 선수들, 눈치 보지 않았으면…고참들 역할이 중요하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롯데)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지난달 호주에 함께 방문했을 때, 성민규 단장님이 ‘안치홍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어요. 좋은 선수이고 필요한 선수라고 제 생각을 전하긴 했는데, 이렇게 우리 팀 선수가 될 줄은 몰랐네요.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입니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고급스러운 취임 선물을 받았다. 1월 6일 롯데는 안치홍과 2+2년 총액 56억 원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보장 기간 2년 동안 안치홍은 계약금 14억 2,000만 원과 연봉 5억 8,000만 원, 그리고 바이아웃 포함 옵션 총액 6억 원을 수령할 수 있다. 2022년에는 2년 최대 31억 원의 구단과 선수 상호 계약 연장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연장이 실행될 경우 최대 4년 56억 원 규모가 되는 계약이다.

안치홍 영입으로 롯데는 팀의 약점인 내야 센터라인 보강에 성공했다. 안치홍-딕슨 마차도가 지키는 2루와 유격수 자리는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큰 업그레이드다. 허 감독도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왔다”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안치홍, 팀 전체에 큰 시너지 효과…숨통이 트였어요”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 가세가 1군 전력은 물론 2군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사진=엠스플뉴스)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 가세가 1군 전력은 물론 2군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사진=엠스플뉴스)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의 합류로 롯데 팀 전체에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상으로 봤을 때 안치홍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허 감독의 말이다.

비록 2019시즌 예년보다 성적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허 감독은 2020시즌 안치홍의 반등을 자신했다. 허 감독은 “지난해 수비 문제는 체중 증가가 원인이었는데 최근 몸무게를 5kg가량 감량했다고 들었다”며 “파인플레이도 좋지만, 앞으로 오는 타구만 잘 처리해도 우리 투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무엇보다 2017, 18년에 정말 잘했던 선수잖아요. 지난해 일시적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그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습니다. 아직 나이도 젊고, 다시 예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봐요. 허 감독의 말이다.

취임 당시만 해도 허 감독은 ‘취임선물’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취임식 기자회견 당시 ‘외부 영입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준비는 구단이 하고 필드에서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그런 허 감독에게 리그 간판 2루수 안치홍 영입은 기대를 뛰어넘는 취임선물이다.

허 감독은 “사실 지난달 호주에 함께 갔을 때 언질이 있었다”며 “질롱코리아에 합류한 롯데 선수들을 보러 단장님과 함께 호주에 갔었다. 그때 성 단장님이 슬쩍 ‘안치홍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좋은 선수고 필요한 선수라는 내 생각을 전하긴 했는데, 그게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당시 허 감독은 성 단장에게 “2군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안치홍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취임한 뒤 2군 데이터를 뽑아봤는데, 젊은 선수 가운데 2군에서 8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거의 없더군요. 게임 수가 너무 적어서 선수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어느 정도 꾸준히 게임에 출전한 선수가 1군에 올라와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허 감독의 말이다.

지난 시즌 롯데는 2군에서 시간을 두고 성장해야 할 유망주들이 급하게 1군에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되풀이했다. 콜업 직후엔 좋은 활약을 하다가도 이내 1군의 높은 벽에 부딪히거나, 2군에서는 맹타를 휘두르다 1군에서 벤치만 지키는 예가 적지 않았다. 1군 성적은 물론 유망주의 성장도 다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안치홍이란 스타 플레이어의 합류로 롯데는 2군 선수들을 키울 시간을 벌게 됐다. 허 감독은 “안치홍이 온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 것 같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롯데 선수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길…고참들 역할 중요해”

허문회 감독은 고참 선수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사진=롯데)
허문회 감독은 고참 선수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사진=롯데)

롯데는 올겨울 드라마처럼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중이다.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 외국인 투수 영입과 포수 지성준 영입,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에 올스타 2루수 안치홍까지 가세해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허문회 감독도 “상동 2군 야구장에서 13일 정도 가을 캠프를 함께 해봤는데, 선수들이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며 팀의 발전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보였다.

롯데는 유망주 선수들을 호주야구리그(ABL) 질롱코리아에 파견해 부족한 실전 경험을 보충하게 했다. 또 후배들과 함께 따뜻한 외국에 나가 훈련 중인 고참급 선수들도 있다. 허 감독은 “이따금 고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했다.

허 감독은 롯데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잠재력을 갖춘 팀이라고 믿는다. 허 감독은 2019년 롯데가 3할 조금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내가 보기엔 그 정도로 나쁜 성적을 낼 팀이 아닌데, 뭐가 문제였을까 스스로 물음표를 던져봤다고 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선수들이 억압되지 않았으면 한다.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선수들이 너무 눈치를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선수가 훈련하고 능력을 계발하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전까지 롯데 선수들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연습을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런 분위기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이나 코치들과 대화할 때도 자기 생각과 요구사항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자꾸 눈치를 보다 보면 나중에는 경기장에서도 눈치를 보게 됩니다. 앞으로 서서히 바꿔 나가야죠. 그러려면 고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량 이전에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허 감독의 소신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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