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팍 개장 이후 외국인 투수 부진에 울었다

-2020시즌 라이블리와 짝을 이룰 뷰캐넌 영입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에이스 출신…땅볼아웃 많은 투수

-삼성 내야진 안정이 절실…살라디노 수비력과 이학주 성장 기대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오래전 메이저리그 감독을 지낸 밥 레몬이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좋은 친구와 좋은 불펜”이라고. KBO리그 감독들은 조금 생각이 다를지 모른다. 좋은 불펜도 중요하지만, 일단 좋은 외국인 투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임기 3년 내내 한순간도 제대로 된 외국인 투수와 함께하지 못했던 김한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선 외국인 에이스만 가질 수 있다면, 좋은 친구 같은 건 대수가 아니었을지도.

‘라팍시대’ 이후 삼성은 외국인 투수 농사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잘못 뽑았던 사례도 있고, 부상으로 시즌을 망친 선수도 운이 나빴던 경우도 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실패였다.

2017시즌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 듀오는 합작 5승에 나란히 6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그해 외국인 투수가 둘 다 규정이닝을 못 채운 유일한 팀이 삼성이었다. 외국인 투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도 유일하게 음수를 기록했다(9위 두산 4.6승).

2018시즌에도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속을 썩였다. 둘 다 규정이닝은 채웠지만 투구내용의 품질이 떨어졌다. 빅리그 거물 출신 아델만은 평균자책 5.50에 그쳤고, 자기 입으로 ‘156km/h 던지는 제구력 좋은 투수’라던 보니야는 평균자책 5.30에 머물렀다. 그래도 NC, KIA보다는 조금 나은 외국인 투수 성적을 기록했지만, 크게 위안이 되는 사실은 아니다.

2019시즌에도 외국인 투수들이 아픔을 안겼다. 덱 맥과이어는 노히트 경기가 원히트원더로 끝났다. 시범경기 당시만 해도 괴물투수라는 극찬을 받은 저스틴 헤일리는 부상을 달고 던지다 중도 퇴출당했다. 그나마 교체 영입한 벤 라이블리가 가능성을 보여줘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라이블리가 남은 대신, 지난 3년간 보니야 같은 투수들을 데리고 야구한 김한수 감독은 팀을 떠났다.

김한수 감독은 부임 첫해 초반 성적 부진(30경기 5승 2무 23패)으로 수세에 몰린 뒤 3년 내내 팀을 이끄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레나도의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이 원인이었다. 허삼영 감독 역시 초보 감독이다. 지도자 경험도 올 시즌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런 허 감독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고 초반 분위기를 살리려면, 역시 외국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난 시즌 보여준 게 있는 라이블리는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 선수다. 문제는 나머지 한 자리다. 삼성이 1월 16일 총액 85만 달러에 영입을 발표한 데이비드 뷰캐넌(David Buchanan)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인상적 데뷔,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에이스 활약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에서 2014년 인상적 데뷔 시즌을 보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에서 2014년 인상적 데뷔 시즌을 보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뷰캐넌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신 우완 투수다. 1989년 5월 11일에 태어났고 키 190cm에 몸무게 90kg로 탄탄한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대학 시절 뷰캐넌은 두 차례 메이저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치폴라 칼리지 시절인 2009 드래프트에서 뉴욕 메츠의 지명(6라운드)을 받았지만 계약하지 않았고, 이후 조지아 주립대로 옮겨 2010 드래프트 7라운드 지명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무대에서 뷰캐넌은 최고 154km/h의 빠른 볼과 멋진 커브볼을 던지는 투수였다. 투구폼도 독특해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까다롭다는 평을 들었다. 다만 훵키한 투구폼을 일정하게 반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경기중 종종 컨트롤이 흔들리곤 했다. 준수한 볼 스피드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따랐다.

프로 입단 뒤 뷰캐넌은 컨트롤 개선에 성공했다. 볼 스피드는 140km/h 중반대로 다소 내려갔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은 한결 나아졌다. 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구속의 싱커, 커터를 무기로 많은 그라운드볼을 이끌어 냈다. 팀 내에서 상위권 유망주로 주목을 받지는 못해도, 차곡차곡 선발로 등판하며 경험을 쌓아 나갔다.

입단 5년 만인 2014년 뷰캐넌은 초청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을 함께 했다. 5월 말에는 선발진이 구멍 난 빅리그의 부름을 받아 데뷔전도 치렀다. 데뷔 시즌 20경기 6승 8패 평균자책 3.75의 준수한 성적. 이전까지 ‘베이스볼 아메리카’ 랭킹에도 제대로 이름을 올려본 적이 없는 투수의 예상 못 한 ‘갑툭튀’였다.

그러나 빅리그에서 성공은 길지 않았다. 2015년 뷰캐넌은 15경기에서 2승 9패 평균자책 6.99로 두들겨 맞았다. 데뷔 시즌엔 ‘땅볼 투수’였는데 2년 차 시즌엔 배팅볼 투수가 됐다. 2016시즌엔 내내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2017시즌을 앞두고 FA가 된 뷰캐넌은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겼다. 75만 달러에 야쿠르트 스왈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부터 성공적이었다. 승패 기록은 6승 13패에 불과했지만, 팀 내 유일한 규정이닝 투수로 로테이션을 지켰고 평균자책도 3.66을 기록했다. 2018시즌엔 팀의 개막전 선발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고, 팀 내 유일한 10승을 달성했다.

2019시즌엔 다소 부침을 겪었다. 개막을 앞두고 하반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중반 5실점, 11실점, 7실점 경기가 연속되면서 2군행도 경험했다. 최종 성적은 18경기 4승 6패에 4.79의 평균자책. 시즌 뒤 야쿠르트는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고 뷰캐넌에 작별을 고했다.

라팍 최적화 투수? 내야 수비부터 최적화해야

삼성은 뷰캐넌의 일본 경험과 땅볼아웃 능력을 기대한다(사진=삼성)
삼성은 뷰캐넌의 일본 경험과 땅볼아웃 능력을 기대한다(사진=삼성)

삼성은 일본프로야구에서 3년간 아시아야구를 경험한 뷰캐넌의 경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뷰캐넌은 2017년과 2018년 야쿠르트 마운드 에이스였다. KBO리그 에이스 앤디 밴헤켄과 제이크 브리검이 일본에선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을 못한 점을 떠올리면, 일본에서 팀 에이스로 활약한 뷰캐넌에게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부진한 성적을 남긴 2019시즌에도 후반기 투구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후반기엔 거의 매 경기 6이닝 이상-2실점 이하 행진을 이어갔고 8월 한 달간은 평균자책 0점대로 호투했다. 다린 러프, 벤 라이블리 등 ‘필리스 동기’들로부터 삼성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한 것도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뷰캐넌은 투지와 책임감이 강한 선수란 평가를 받는다. 일본에서 한번은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 여부가 결정되는 경기에서 기습번트를 대다 손가락에 공을 맞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뷰캐넌은 고통을 참고 루상에 출루했고, 후속타자의 좌중간 2루타 때 전력 질주해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뷰캐넌은 삼진보다는 많은 그라운드볼을 이끌어내 땅볼 아웃을 잡는 투구를 한다. 메이저, 마이너, 일본 시절 모두 9이닝당 탈삼진이 5개 안팎에 불과했다. 포심과 싱커, 커터의 구속이 모두 140km/h 중반대에 형성된다. 여기에 130km/h대 체인지업과 120km/h대 느린 커브도 있다. 던지는 레퍼토리와 투구 스타일면에서 NC의 드류 루친스키와 유사하다.

문제는 삼성의 수비력이다. 삼성은 라팍 개장 이후 꾸준히 땅볼 유도형 투수를 영입하면서 ‘라팍 최적화’라고 홍보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투수만 라팍에 최적화했지 내야진은 최적화하지 못했던 결과다. 다른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지난 몇 년간 삼성 외국인 투수 중엔 영입 당시만 해도 다른 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투수가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도 삼성 내야진의 타구처리율은 89.46%로 한화, 롯데에 이은 리그 8위에 그쳤다. 내야진의 실책은 77개로 리그 최다였다. 빗맞은 내야 땅볼이 많은 뷰캐넌이 기대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내야진의 수비 지원이 절실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했던 새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와 2년 차를 맞는 이학주의 수비력이 관건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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