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군과 FA 계약, ‘포수 왕국’ 된 NC

-국가대표 넘버원 포수, 전 국가대표 포수, 차기 국가대표 포수까지 포수가 너무 많아

-타 구단 이적 확실해 보였던 김태군, 결국 원소속팀 NC와 4년 계약

-양의지 주전-김태군 백업 구도…유망주 김형준 육성은 어떻게 되나

포수왕국 NC의 양의지, 김태군, 김형준(사진=엠스플뉴스)
포수왕국 NC의 양의지, 김태군, 김형준(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불과 2년 전만 해도 포수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포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1군급 포수만 4명을 보유한 NC 다이노스 앞에 놓인 딜레마다.

NC는 1월 18일 포수 FA(자유계약선수) 김태군과 계약 소식을 전했다. 4년 동안 최대 13억 원을 받는 조건이다. 이로써 NC는 지난겨울 양의지를 125억 원에 영입한 데 이어 스토브리그에서 2연속 포수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NC는 국가대표 포수(양의지)에 리그 최고의 포수 유망주(김형준)가 있는 포수진에 연봉 2억 원을 받는 백업 포수까지 거느리게 됐다. 2018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정범모의 존재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초호화 포수진이다.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어 보인다.

대박 기대-협상 결렬-원소속팀 컴백까지…험난했던 김태군의 스토브리그

김태군의 첫 FA 계약 과정은 다사다난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태군의 첫 FA 계약 과정은 다사다난했다(사진=엠스플뉴스)

NC도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바랐던 건 아니다. NC는 지난겨울 양의지를 영입해 포수 약점을 한 방에 해결했다. 그와 함께 창단 이후 5년 연속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김태군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 김태군이 경찰야구단 전역 후 FA 자격을 얻었을 때,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실제 김태군은 충분히 다른 팀에 갈 기회가 있었다. 스토브리그 개장 후 타 구단의 영입 제안도 받았다. 포수 약점이 뚜렷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그중 한 팀이었다. 하지만 선수가 생각하는 가치와 롯데가 생각한 가치에 차이가 컸다. 시즌 막판 몇몇 기사를 통해 ‘50억’ 소리까지 들었던 선수 입장에선 롯데가 제시한 ‘합리적’ 조건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생각의 차이를 확인한 롯데는 빠르게 플랜 B를 가동했다.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영입해 포수 약점을 채우면서 상대적으로 김태군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추가 보강 여지는 계속 남겨뒀지만, 더는 보상선수까지 내주면서 포수를 외부 영입할 뜻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김태군은 원소속팀 잔류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김태군이 돌아오자 NC도 고민을 시작했다. 이미 양의지가 있는 NC로선 다시 포수 FA에 거액을 쏟아붓기 어려웠다. 시장에서 확인한 조건과 똑같이 맞춰줄 순 없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팀과 함께한 주전 포수가 FA 미아가 되게 놔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NC는 김태군과 FA 계약을 논의하면서, 타 구단과 사인&트레이드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수 강화가 필요한 모 구단은 구체적으로 몇몇 선수를 제시하며 NC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엔 NC 쪽에서 성이 차지 않았다. NC 관계자는 급이 맞지 않는 카드만 제안받았다고 했다. 그 정도 선수를 받으면서 김태군을 보내 남 좋은 일을 할 순 없었다.

결국 NC는 김태군에 최종 계약조건을 제시했고, 다른 선택지가 사라진 김태군도 NC의 조건에 동의했다. 계약 기간 4년을 꽉 채웠고, 연봉은 2억으로 종전(2억 3천만 원)보다 적지만 대신 옵션 4억 원을 넣었다. 경기 수에 따라 적용되는 옵션으로 알려졌다. 김종문 단장은 선수의 분발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넣은 옵션이라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NC가 스토브리그에서 2년 연속 포수 FA를 ‘지르게’ 된 과정이다.

‘미래 국대감’ 포수 유망주 김형준 육성은 어떻게 되나

김형준(사진 우측)은 양의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포수 유망주로 꼽힌다(사진=엠스플뉴스)
김형준(사진 우측)은 양의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포수 유망주로 꼽힌다(사진=엠스플뉴스)

연봉 2억 원에 4년 계약을 맺은 포수는 트레이드하기 어렵다. 김태군은 앞으로 4년간 NC에서 뛰어야 한다. 이제 관건은 이 많은 포수를 어떻게 골고루 활용할 지다. 김종문 단장은 “우리 전력이 강화됐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물론 포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두산 시절 양의지 아래서 백업 역할을 했던 최재훈, 박세혁은 지금 각자의 팀에서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강한 백업이 뒤를 받치고 있었기에 두산은 양의지의 부상이나 이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또 양의지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강한 백업 덕분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재훈, 박세혁은 백업 시절 20대 유망주였다. 어릴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김태군이 벤치에 앉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NC엔 최재훈, 박세혁 역할을 할 만한 유망주 김형준이 있다. 데뷔 첫 2시즌 동안 차세대 안방마님으로서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똘똘한 포수다.

한 야구인은 김형준은 20대 젊은 포수 중에 가장 돋보이는 선수라며송구 등 기본기도 좋고 차분하며 멘탈도 강하다. 지난해 양의지와 함께 뛰면서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도 많이 좋아졌다. 방망이도 경험만 쌓이면 금방 좋아질 것이다. 수년 내로 주전으로 도약할 거라고 본다고 극찬했다. NC 내부 평가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태군의 잔류와 함께 김형준 육성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1군 출전은 FA 계약한 선수에게 우선권이 있다. 양의지가 주전으로 나서고 김태군이 백업을 맡는 그림이 예상된다. 양의지의 휴식일이나 지명타자 출전 경기 땐 김태군이 선발로 출전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양의지가 부상을 당하면 김태군의 존재감이 보다 커질 수 있지만, 이는 NC로선 상상하기 싫은 장면이다.

김형준도 1군 출전 기횔 얻을 순 있지만, 지난 두 시즌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치를 쌓기엔 지금까지 김형준이 보여준 것들이 아깝다. 나이는 이제 스무 살로 어려도 1군 레벨에서 충분히 통하는 포수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1군에서 벤치에 앉혀두기엔 김형준의 재능이 아깝다. 그렇다고 1군에서 뛸 준비가 된 선수를 한 수 아래인 2군 경기에 내보낼 수도 없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군대를 빨리 보내면 되지 않겠나’란 기자의 말에 “1군에서 잘 크고 있는 선수를 군대부터 보내는 경우도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1군 성적과 출전 시간 안배, 장기적 포수 육성 계획까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가운데 이제 공은 이동욱 감독에게 넘어갔다. 국대 포수 2명과 미래 국대감 포수가 포진한 ‘초호화 포수진’을 데리고 모두가 고갤 끄덕일 만한 ‘경우의 수’를 찾을 수 있을까. 누가 보면 배부른 고민처럼 보일지 몰라도, 고민은 분명 고민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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