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로 한화 이글스 합류한 장시환 “대전야구장 집중 잘 돼…항상 편안한 느낌”

-“선발 전향 초기엔 시행착오도 겪어, 오기로 버텼다…지금은 자신 얻었다”

-“윈-윈 트레이드? ‘한화 윈’으로 만들 자신 있다”

-개인 성적은 150이닝 이상이 목표…후배 투수들과 함께 한화의 비상 도울 것”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장시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장시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장시환이 대전에 왔다. 태안초등학교와 태안중학교를 거쳐 천안북일고까지, 한화 이글스 연고지에서 성장기를 보낸 장시환이 먼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와 2대 2 트레이드로 장시환을 영입했다. 포수 지성준과 내야수 김주현을 내주고 장시환과 포수 김현우를 받는 트레이드였다. 처음엔 포수 약점을 해결한 롯데의 승리라는 평가도 많았다. 젊은 포수를 내주고 30대 중반 투수를 영입한 한화 프런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한화와 롯데의 트레이드가 ‘윈-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외국인 투수 외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 선발투수가 3회도 못 채우고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고, 선발 조기 강판은 고스란히 불펜 투수들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런 한화에 지난 시즌 선발로 27경기에 등판해 120이닝 이상을 던진 장시환의 가세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장시환은 자신에 넘쳤다. ‘윈-윈 트레이드’를 넘어 아예 트레이드를 ‘한화 윈’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개인 성적은 기본, 무엇보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서 한화 마운드 전체의 힘을 끌어올리는 게 장시환이 세운 목표다. ‘고향 팀’ 한화에서 비상을 꿈꾸는 장시환의 목소리에 엠스플뉴스가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에 한화에서 뛰는 게 꿈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오게 됐네요”

장시환은 태안초, 태안중, 천안북일고를 거친 한화 연고지 출신 선수다(사진=롯데)
장시환은 태안초, 태안중, 천안북일고를 거친 한화 연고지 출신 선수다(사진=롯데)

축하합니다. 오늘 대전에서 살 집을 계약했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연고지 선수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대전에서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천안에서도 고등학교만 다녔고, 그전에는 쭉 서산에서 살았거든요. 저희 본가가 서산에 있어서요.

이제 한화 선수가 됐다는 게 좀 실감이 되나요.

그렇죠. 이제 진짜 한화 선수가 된 것 같아요. 유니폼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오늘 지급받았고, 집도 계약하고 했으니까요.

2007년 프로 데뷔한 뒤 여러 차례 팀을 옮겼습니다. 넥센(현 키움)에서 출발해 KT와 롯데를 거쳐 한화까지, 벌써 네 번째 팀에 몸담게 됐는데요. 새로운 팀에서 유니폼을 받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솔직히 유니폼 받을 때마다 설레요.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여러 팀을 경험하는 것도 복이라고요. 한 팀에서 오래 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팀을 경험해보는 것도 복이라고.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들은 쉽게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 선수 입장에선 팀을 옮기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직장 때문에 생판 모르는 먼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새로 적응하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맞아요. 굉장히 어렵습니다. 만약 저 혼자라면 그래도 좀 나았을 거에요. 그런데 이제는 결혼하고 가정이 있으니까요. 저보다는 아내가 더 힘들죠. 저 따라서 연고 없는 곳에서 생활해야 하고, 원정과 전지훈련 기간에는 혼자 지내야 하잖아요. 사실 처음 부산에 갔을 때도 아내가 힘들어했어요. 이제 좀 적응할 만하니까 또 팀을 옮기게 됐네요.

아내를 위해서라도 한화에 뼈를 묻어야겠네요.

여기서 은퇴해야죠. 마지막까지 여기서 뛸 생각으로 해야죠(웃음).

다른 팀 소속일 때 대전에 오면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전 되게 좋았어요.

그런가요.

이상하게 여기 대전만 오면 잘 던졌어요. 고교 때부터 쭉 그랬어요. 연고 팀이고 좋아하는 팀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선수 입장에서 유독 편하게 느껴지는 구장이 있거든요. 이제 와서 말이지만 사실 전 사직야구장은 별로였어요(웃음). 잠실도 마찬가지인데, 홈과 백네트 거리가 멀어서 마운드에서 홈까지 거리가 멀게 느껴졌거든요. 반면 대전은 홈과 백네트가 가까워서 더 집중이 잘 되는 느낌입니다.

이제 그 대전야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습니다. 한화에 잘 오셨습니다(웃음).

(크게 웃는다) 하하하. 안 그래도 평소 주위 사람들한테 ‘마지막은 꼭 한화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생각보다 좀 일찍 왔네요. 덕분에 한화에서 오래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선발 확정? 젊은 투수들과 경쟁…내 자리 없다고 생각한다”

장시환은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사진=롯데)
장시환은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사진=롯데)

한용덕 한화 감독은 장시환 선수에게 ‘3선발’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경쟁이죠. 다들 저를 선발로 데려왔다고 하지만, 전 선발 확정이라고 생각 안 해요. 제가 절 아는데, 저 같은 타입은 경쟁이라고 생각해야 느슨해지는 일 없이 열심히 합니다. 그래야 젊은 선수들도 자극받아서 더 열심히 할 거고요. 솔직히 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벼랑 가까이에 가야 힘을 내는 스타일인가요.

맞아요. 그런 거 좋아합니다. 벼랑 끝까지 밀려서 살아남는 거, 그런 게 좋아요. 안락한 게 싫어요. 차라리 혹독한 게 좋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김성근 감독님과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뭘 또 그렇게까지.

조범현 감독님과 KT 시절 해봤는데, 형들 얘길 들어보니 김성근 감독님이랑 하면 더 힘들다는 거에요. 그래서 ‘은퇴 전에 한번은 김성근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고 형들 앞에서 말했다가 욕먹었어요. 말이 씨가 된다고(웃음). 제 생각엔 그렇게 한번 해보고 다른 감독님이랑 하면 되게 편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화제를 바꾸겠습니다. 한화에서는 장시환 선수가 작년 시즌 선발투수로서 보여준 가능성에 기대가 큰 것 같아요.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인데도 로테이션 펑크 없이 27경기에 등판했고, 120이닝 이상을 던졌으니까요.

제가 시즌 시작 전에 목표로 했던 건 다 달성했어요. 첫 번째는 풀타임 선발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던지는 것, 둘째가 100이닝 넘게 던지는 거였습니다. 선발투수로는 첫 시즌인 만큼 승패와 성적을 떠나 풀타임을 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개는 선발에서 불펜으로 가는 것보다 불펜이 선발로 전향하는 게 성공확률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선발 전향 초반엔 힘들지 않았나요.

초반 한두 달은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불펜을 오래 하다 보니까,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중간은 1이닝만 막으면 되잖아요. 이닝당 투구 수는 30개 안에서 끊으면 되고요. 그렇게 던지다 보니 투구 수 관리도 안 되고, 체력도 빨리 동나고,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5월쯤 되니까 조금씩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뭘 깨달았습니까.

선발투수는 6이닝 3실점만 해도 퀄리티 스타트잖아요. 그래, 주자가 있으면 차라리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맞바꾸자고 생각했어요. 가령 1사 주자 3루에서 삼진을 잡을 수 있으면 좋지만, 외야플라이가 나와도 점수와 주자를 바꾼 거니까 나쁠 게 없다고 받아들였죠.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났더니, 그때부터 무너지는 경기도 줄었고 좀 더 긴 이닝을 던지게 됐어요.

확실히 시즌 초반엔 대량실점하고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2.2이닝 만에 6실점하고 팀은 4대 23으로 대패한 삼성전이라든지……

한창 시행착오를 겪을 때는 ‘다시 중간으로 갈까’ 생각도 했어요. 제가 중간투수를 해봤잖아요.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중간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게 보기가 싫었던 거에요. 중간투수들한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불펜으로 갈까 생각했었죠.

하지만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결국엔 선발로 자릴 잡았습니다.

갑자기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내가 선발한다고 작년 9월부터, 마무리캠프부터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아까워서라도 포기 못 하겠다. 되든 안 되든 끝까지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죠.

삼진 잡으려는 욕심을 버렸다고 했는데, 확실히 지난 시즌 기록을 보면 그전보다 삼진율과 헛스윙 비율이 줄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제 공을 타자 방망이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던졌어요. 0-2 볼카운트에 하위타선과 만났을 때, 혹은 1회나 5회 중요한 위기에서 중심타선과 만났을 때만 삼진 잡을 생각으로 투구했죠. 그렇게 상황에 따라 패턴을 바꾼 게 통했던 것 같아요. 삼진이 줄어든 이유기도 하고요.

작년 장시환 선수의 피칭을 보며 한 가지 놀랐던 게, 불펜투수일 때와 평균구속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2018시즌 패스트볼 평균이 147.7km/h였는데, 작년에는 선발로 던지면서도 평균 145.9km/h를 기록했습니다.

저는 선발투수는 최고구속이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그보단 평균구속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구부터 100구까지 꾸준히 145km/h를 던지는 게 중요합니다. 갑자기 147km/h 하나 던졌다가 141km/h 던지는 식으로는 안 하려고요. 그걸 생각해서 투구폼에도 약간의 변화를 줬고요.

스플리터 구사율도 전보다 배 이상 늘었습니다.

꼭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겠다는 의도보다는 그날그날 다르게 갔어요. 만약 그날 스플리터가 잘 들어간다 싶으면 던지고, 안되면 과감하게 버리고. 아무래도 선발투수니까 구종 가짓수를 늘린 건 맞아요. 슬라이더도 빠르게 던졌다 느리게 갔다가 변화를 줬어요. 그렇게 해야 선발로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선발투수 보직 변경을 위해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군요.

저도 야구 공부를 하게 되더군요. 중간투수는 원, 투, 쓰리로 끝내면 되지만 선발은 5이닝을 채워야 승리투수가 되니까요. 저도 이것저것 시도도 해보고, 저절로 야구 공부가 되더라고요.

불펜투수와 선발투수 중에 솔직히 어느 쪽이 더 어렵습니까.

선발이죠. 선발을 안 해본 사람들은 중간이 더 힘들다고 하는데, 둘 다 해본 제 입장에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선발이 더 힘들어요.

그렇습니까.

물론 중간도 매일 불펜에 대기해야 하지만, 승리조 투수는 지는 경기에는 안 나가고 쉬잖아요. 3연투도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자기 연봉 고과에 반영되니까요. 선발은 한 번 던진 뒤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4일의 시간 동안 할 게 많습니다. 등판 다음 날부터 바로 루틴을 지켜야 하잖아요. 온몸에 알배긴 상태로 준비하다 보면 4일이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갑니다(웃음). 몸이 회복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벌써 등판하는 날이 돼 있다니까요.

선발등판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죠?

이게 되게 웃긴 게, 등판 전날은 컨디션이 100%일 때가 많아요. 와, 내일 경기 기대된다 하고 있는데 막상 다음 날이 되면 컨디션이 안 좋아요. 제가 작년에 27번 등판했는데 그중 컨디션 진짜 좋은 날은 2경기 밖에 없었어요. 나머지는 그저그렇거나, 진짜 컨디션 안 좋은 날 등판했어요. 근데 또 웃긴 게 뭔지 아세요?

투수들은 오히려 컨디션 좋은 날에 얻어맞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그러니까요. 되레 컨디션 꽝인 날에 더 잘 던져요. 반쯤은 포기한 채 등판하거든요. 어떻게든 버티자는 생각으로 올라가는데 6이닝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컨디션 좋은 날은 ‘다 죽었어’ 생각하고 올라가서는 오히려 제가 죽어요(웃음). 컨디션 좋다고 너무 힘이 들어가서 생기는 결과죠.

결과적으로 선발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팀을 옮기게 됐습니다. 선발투수 전향이 신의 한 수가 된 셈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발투수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사실 그전까지는 선발투수를 잘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의외인데요. 구종도 다양하고, 스태미너도 좋아서 선발투수가 천직인 것 같은데요.

주변 친한 선배들도 그런 얘길 많이 했어요. 체력도 좋고 변화구도 있으니까 시환이 너는 선발을 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선발은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한번 나왔을 때 100개 가까운 투구 수도 채워야 하고, 6이닝을 책임져야 하는데 솔직히 그럴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늦기 전에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어떤 이유였나요.

나중에 더 나이 먹은 뒤엔, 제가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감독님이나 구단에선 나이 많은 선수보다는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려고 할 테니까요. 작년 롯데에선 노경은 형이 계약을 못 하면서 제게 기회가 왔고, 운 좋게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뛰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생겼나요.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아요. 저 스스로 마운드 위에서 폭발하지만 않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일 년에 어쩌다 1경기 우당탕탕 두들겨 맞는 날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런 경기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한화와 함께 비상하는 게 목표…젊은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 내고 싶다”

한화 유니폼을 손에 들고 활짝 웃는 장시환(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유니폼을 손에 들고 활짝 웃는 장시환(사진=엠스플뉴스)

처음 한화와 롯데의 2대 2 트레이드가 발표됐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엔 롯데가 젊고 유망한 포수를 영입했다는 사실에 포커스가 맞춰졌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한화가 손해’라는 쪽으로 여론이 조성됐고요. 서운하지 않았나요.

뭐, 그건 시즌 들어가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제 생각엔 한화가 ‘윈’인 트레이드 같은데요.

근거가 있습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제가 앞으로 몇 년을 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전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힘을 줄 겁니다. 싹 다 바꿀 거에요. 저와 한화가 함께 비상할 수 있도록, 다른 선수들이 다 같이 잘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겁니다.

벌써부터 의욕이 대단하네요. 장시환이 생각하는 시너지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제가 팀을 여러 번 옮겨 봤잖아요. 넥센도 있었고 KT, 롯데에도 있어 봤잖아요. 직접 겪어보니까 수도권 팀이 왜 상위권 성적을 내는지 알겠더라구요.

이유가 뭔가요.

선수들이 운동을 체계적으로 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잘 알아요. 현대야구에서 이기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을 키워서 경기 때 나오게 만들어야죠. 힘이 부족하고 체력이 없는데 기술훈련을 어떻게 하겠어요. 기술이 안 되는데 경기에서 어떻게 잘하겠어요. 염경엽 감독님 시절 넥센은 체력 안 되는 선수는 기술훈련을 안 시켰고, 기술이 안 되는 선수는 경기에 안 내보냈어요. 그 1, 2, 3단계가 갖춰져야 비로소 1군에 올라갈 준비가 됐다고 봤어요. 거기서 김하성이 나오고 임병욱이 나온 거에요.

앞으로 한화에서 웨이트 전도사 역할을 할 생각입니까.

사실 제 포지션이 투수라서 쉽지는 않아요. 야수는 방망이 돌리고 1년 144경기 버티려면 웨이트 해야 하는 걸 누구나 아는데, 투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지도자나 선수도 많거든요. 근육 키우면 공 못 던진다, 유연성 떨어진다 그러면 할 말이 없는 거에요. 웨이트 해서 좋아지는 걸 자기가 경험해봐야 하는데, 공 던지는 데 지장이 생길까 두려운 거에요. 그래서 저도 선뜻 투수들에게 웨이트하라고 권유하긴 어려워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보여줘야죠. 제가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걸 보여주고 결과를 내는 게 제일 좋죠. 그래야 선수들이 웨이트가 좋다는 걸 알고 할 수 있으니까요.

옛 소속팀 넥센은 선수단 전체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었습니다.

몸만 봐도 딱 알죠. 웨이트 하는지 안 하는지. 키움은 그런 문화가 만들어져 있으니까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난 거죠.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 하는 걸 보고 배우거든요. ‘야구 잘하려면 웨이트를 해야 되는구나’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게 눈에 보이면, 선배들도 긴장해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게 팀 전체가 강해지는 길이에요. LG도 보세요. 김현수 선수가 와서 후배들에게 웨이트 시키고, 그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 성적을 내잖아요. 그걸 보고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런 시너지 효과가 중요합니다.

그렇군요.

어린 후배들과 얘기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야구를 잘하려면 과정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다들 말로는 야구를 잘하고 싶다면서 중간과정 없이 1에서 곧장 10으로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도 옛날에 그랬거든요. 이제는 1에서 2, 3, 4, 5로 가는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고, 그 과정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하단 걸 알고 있지만 어린 친구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1에서 바로 10으로 가려고 해요.

그러다 안 되면 자포자기하게 될 텐데요.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저기 가 있으니, 못했을 때 실망감이 크죠. 그러면 운동이 하기 싫어져요. 다시 맘 잡고 해야 하는데, 겨우 7월밖에 안 됐는데 ‘올해는 포기, 내년이나 준비하자’는 식이 됩니다. 1년을 허송세월하는 셈이죠. 결과가 아닌 과정을 생각한다면, 1군 선수가 되는 시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을 텐데. 안타까워요. 모두가 류현진, 강백호, 이정후가 될 수는 없는 건데요. 생각을 바꿔야 할 텐데 말입니다.

솔직히 장시환 선수를 보면 항상 ‘유망주’ 같다는 인상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해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많이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어릴 때는 운동하는 게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놀기도 많이 놀았죠.

생각이 달라진 계기가 있나요.

결혼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생겨서 그렇죠(웃음). 운동이 제 밥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또 나이 서른이 넘으면서 목표 의식도 생겼습니다.

어떤 목표 의식입니까.

그래도 내가 야구를 20년 동안 했는데, 뭔가 이름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14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1년 만에 그만둔 선수를 많이 봤거든요. 그걸 보면서 달라져야겠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름 석 자는 남기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조금 더 노력하게 됐고, 마침 결혼을 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난 거죠. 요새는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나머지 6일은 죽어라 운동합니다. ‘능력이 아깝다’ ‘공이 아깝다’는 소리는 더는 듣지 말아야죠.

“트레이드, 무조건 한화 ‘윈’으로 만들어야죠…자신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성숙해진 장시환(사진=롯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성숙해진 장시환(사진=롯데)


지난 시즌 평균자책은 4.95로 썩 좋지 못했지만, 수비무관 평균자책(FIP)는 4.32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비수 도움만 따랐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단 얘기입니다.

그런 거 따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잖아요. 그냥 제가 못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저 말고 다른 투수들도 덕을 보지 못한 건 마찬가지니까요. 그냥 제 복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잘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화에서 최재훈이라는 올스타 포수와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더 좋은 피칭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죠. 포수가 안정감을 주는 게 정말 크니까요.

포수와 내야 수비진의 도움이 있는 만큼,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무조건 한화가 윈인 트레이드가 될 거에요. 자신합니다. 올해 목표는 150이닝 이상 던지는 거에요. 반드시 규정이닝 이상 던질 겁니다.

혹시 그 목표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지난 시즌 후반부터 연습한 패턴이 있어요. 그걸 올해 본격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같은 구종이라도 로케이션을 다르게 해서 타자의 착시를 끌어내는 방법인데요. 이를테면 슬라이더도 바깥쪽으로 멀리 갔다가 몸쪽으로 갔다가, 낮게 던졌다 높게 던졌다 하면서 타자의 눈을 속이는 거에요. 이걸 작년 9월부터 불펜피칭 때도 연습하고 실전에서도 시도했습니다.

가운데를 향해 150km/h를 때려 박는 피칭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재미있어요. 빠른 공만 계속 던지는 것보다, 제가 생각하는 곳에 다양하게 던지는 게 은근히 재밌더라고요.

진짜 장시환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될까요.

야구를 생각하는 깊이가 예전과 달라졌어요. 전에는 배운 게 이것뿐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야구를 좀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연구도 많이 하고요. 제게 맞는 폼을 만들고, 저만의 볼 배합을 만들려고 하죠.

야구를 더 사랑하게 됐습니까.

솔직히 어릴 땐 야구, 안 좋아했어요(웃음). 지금이 좋아요. 지금이 더 재미있고요.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요. 이리저리 연구하고, 미국 선수들이 운동하는 법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고.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정답이 없으니까요. 야구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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