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홈런 군단의 조력자 정경배 코치, 한화 퓨처스 타격코치 부임

-“지도자 생활 내내 1군…지난해 이천에서 2군 선수 지도의 기쁨 깨달았다”

-‘절친’ 최원호 퓨처스 감독과 의기투합...한화 2군 육성 확 바꾼다

-“타구 발사각 중시? 정말 중요한 건 타구 스피드…트레이닝 통한 준비가 중요”

한화에 합류한 정경배 퓨처스 타격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화에 합류한 정경배 퓨처스 타격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육성 강화를 위해 퓨처스팀에 최원호 감독과 정경배 타격코치를 임명한 것도 그중 하나다.

2017년과 2018년 ‘홈런군단’ SK 타선의 조력자였던 정 코치는 올 시즌부터 한화 퓨처스팀에서 유망주 타자 육성에 힘을 쏟을 참이다. 지난해 2군 코치 경험을 통해 1군에서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는 정 코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인터뷰는 1월 21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이천 생활은 반성의 시간…1군에서 잊고 있던 것들 2군에서 다시 발견했다”

SK 시절 정경배 코치(사진=엠스플뉴스)
SK 시절 정경배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와이번스맨, 베어스맨을 거쳐 올해부터는 이글스맨이 됐습니다. 한화에 합류한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퓨처스팀 소속이니까, 어린 선수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한화에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어요.

어떤 고민이었습니까.

지난 시즌 1군에서 출발했다가 2군에서 마무리했고, 다시 뭔가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어요. 내심 기왕이면 1군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그때 정민철 한화 단장님으로부터 ‘퓨처스팀 타격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의외였죠. 제가 한화 쪽엔 아무런 연고가 없으니까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팀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됐습니다.

결국엔 고민을 끝내고 한화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정 단장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제 생각에 일치하는 점이 많았어요. 정 단장님은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더군요. 저 역시도 잘할 자신이 있었고요. 그래서 함께해보고 싶다고 수락했죠.

고교 동창인 최원호 2군 감독과 퓨처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습니다.

최 감독님과는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야구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같은 지역에서 야구하면서 알고 지냈고, 인천고에 함께 다니면서 더 친해졌어요. 프로 생활은 서로 다른 팀에서 했지만, 워낙 오래 알고 지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에요.

최 감독님의 퓨처스 감독 임명도 한화행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나요.

사실 처음엔 감독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타격코치 제안을 받고 한창 고민 중일 때, 마침 친구도 감독 제안을 받은 모양이더라고요. 당연히 제가 결정하는 데 영향이 있었죠. 워낙 친하고 야구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라 ‘같이 해보자’고 서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두 분 다 한화에 연고가 없기는 마찬가지라,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감독님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최 감독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현장을 떠난 기간이 꽤 길었으니까, 현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제게 많이 물어봅니다. 제가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죠. 반대로 저는 현장에만 있었으니까 방송과 해설을 해본 최 감독님한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구요.

과거 1군에서 큰 성과를 냈던 지도자가 2군 코치직을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저는 코치 생활 대부분의 기간을 1군에서 보냈어요. 그런데 지난해 두산에서 6월 초에 2군행 통보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엔, 선수 시절 2군에 내려갈 때보다 더 실망감이 컸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 여기서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조금씩 깨달았어요. 2군 선수들을 열심히 코칭하면 보이는 성과가 있거든요. 선수들이 1군 올라가서 잘하고, ‘코치님 고맙습니다’ 인사도 받고, 구단에서도 2군 선수들을 자꾸 올려서 쓰려고 하고요.

2군에서 새로운 보람을 찾으셨군요.

예전에는 제가 몰랐던 걸 2군에 있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거의 반성하는 시간이었죠. 너무 1군만 보고 살았던 거죠. 2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제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거에요. 만약 제가 여전히 1군에 있었다면, 한화에서 퓨처스 제안을 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천에서 2군 선수들과 생활해본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군 코치와 2군 코치의 역할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1군 선수에 대해선 코치가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스프링캠프부터 준비 과정에서 멘탈을 잡아주고,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코치 역할입니다. 2군은 달라요. 2군에선 뭔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요. 거기서 오는 재미도 있고요.

그렇군요.

1군에서는 오늘 못했다고 뭘 바꿔놓을 수가 없어요. 당장 내일 또 경기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확 무너질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2군에선 그게 가능해요. 집에 가면 ‘내일은 선수들과 뭘 해볼까’ ‘이런 연습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웃음).

“제일 첫번째는 트레이닝, 몸이 갖춰져야 기술도 늘죠”

SK 시절 정경배 코치(사진=SK)
SK 시절 정경배 코치(사진=SK)

SK, 두산에도 좋은 유망주가 많지만 한화 역시 지난 몇 년간 유망주를 열심히 수집했습니다.

사실 한화에 합류한 뒤 2군 선수들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2월 1일 시작하는 2군 스프링캠프 때부터 본격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합류한 뒤 지켜본 바로는 한화에도 굉장히 좋은 원석들이 많이 있는 건 확실해요. 하드웨어도 좋고, 잠재력 있는 선수가 분명 여럿 있습니다. 코치로서 도전 의식이 생기죠.

지난해 말엔 서산 2군구장에 블라스트모션, 랩소도 등 최신 장비도 설치했습니다. 타자 육성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랩소도에서 나오는 데이터 중에 타자가 쓸 수 있는 데이터는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물론 투수는 회전수 같은 것들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타자가 그런 데이터에 신경 쓰다 보면 자꾸 스윙이 바뀌게 되거든요. 타구 스피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각도가 좋아졌는지 나중에 보고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걸 계속 체크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봐요.

SK 시절엔 ‘발사 각도’를 중시하는 코치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발사 각도를 그렇게 중시하는 코치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타자마다 자기 신체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하고, 첫 번째는 타구 스피드라고 생각해요. 타구 스피드를 내려면 스윙 스피드가 좋아야 하고, 그게 좋아지려면 트레이닝을 잘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타자들한테도 항상 얘기하는 게 그런 데이터만 보지 마라, 트레이닝이 1번이고 트레이너 말을 잘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몸의 트레이닝이 돼야 기술이 올라가는 거에요. 트레이닝이 되면 기술도 그만큼 함께 올라가게 돼 있어요. 선수 실력이 좋다고 무작정 기술만 올리려고 하면 안 됩니다.

타격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타격이 그만큼 힘든 겁니다. 1군 타자들은 말 한마디에 그날 경기에서 맞고 안 맞고가 달라져요. 나는 분명 이렇게 치고 있는데 누가 ‘너 왜 이렇게 안 치고 저렇게 치느냐’ 하면, 그 말이 경기 내내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그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연습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거든요. 타석에 나갈 때는 그런 게 남아있으면 안 됩니다 내가 어떻게 치는지도 몰라야 돼요. 그래서 멘탈을 잡아주는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고요.

달라질 한화 퓨처스팀에 대해 한화 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웃음) 사실 당장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한용덕 감독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1군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바로바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준비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팀에 베테랑 선수가 많으니까 젊은 선수들이 1, 2년 안에 빠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게 도와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원석을 잘 다듬어서 한화가 더 강한 팀이 되는 게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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