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FA 김태균, 21일과 22일 연이틀 협상…결론은 못내

-애초 가이드라인은 이승엽・박용택 수준…실제 제안은 그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김태균의 계약 직전 시즌 성적, 37세 시즌 성적 이승엽・박용택과 큰 차이 없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7일…스프링캠프 전에 결론 나올지 촉각

한화와 김태균의 2020시즌 동행은 기정사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와 김태균의 2020시즌 동행은 기정사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결말은 정해져 있는데 러닝타임이 필요 이상으로 긴 영화 같다. 한화 이글스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오늘(23일)까지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지 못했다.

한화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한화 구단과 김태균이 대전에서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화는 정민철 단장과 석장현 운영팀장이 나왔고, 감태균은 에이전트 없이 나와 식사와 함께 계약 얘기를 나눴다. 22일엔 자정을 넘어서까지 장시간 대화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스프링캠프 출국까지는 7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화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설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남은 시간은 사흘뿐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아직 한화 유니폼을 입고 2020시즌 공식 프로필 사진 촬영을 못 한 상태다.

한화, 이달 중순 처음 김태균에 계약 조건 제시해…이승엽・박용택 기준엔 못 미쳐

김태균은 한화 이글스를 대표하는 레전드다(사진=엠스플뉴스)
김태균은 한화 이글스를 대표하는 레전드다(사진=엠스플뉴스)

사실 결말이 뻔한 스토리다. 영화로 치면 관객 누구나 어떤 장면으로 끝날지 아는 시나리오다.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만큼이나 당연한 결말이 예정돼 있다.

김태균이 한화를 떠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김태균은 2001년 데뷔 이후 한화 원클럽맨으로 살았다. 스스로 한화에 뼈를 묻은 지 오래라고 말할 정도다. 아직 미계약 상태임에도 여전히 한화 선수처럼 사고하고 한화 선수처럼 말한다. 은퇴 전 한화를 우승으로 이끄는 게 김태균의 마지막 목표다.

한화 역시 김태균의 중요성을 잘 안다. 정민철 단장은 김태균 얘기가 나올 때마다 “꼭 필요한 선수”라고 했다. 한화 관계자도 김태균은 다른 선수와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직 팀 내에 김태균을 뛰어넘을 만한 타자는 보이지 않는다. 2020시즌에도 함께한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간단치가 않다. 발단-전개까지는 잘 나가다 위기와 절정에서 스토리가 늘어지고 있다.

FA 신청 이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나온 건 이달 중순이었다. 지난해 12월 정민철 단장과 두 번, 석장현 운영팀장과 두 번 식사를 겸한 자리를 가졌지만, 협상 테이블이라기보단 친목을 다지고 교감을 주고받는 정도의 만남이었다.

당시 협상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정 단장은 협상 초반 김태균과 만난 자리에서 이승엽, 박용택의 사례를 언급하며 계약의 큰 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의 레전드 선수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하겠단 뜻을 전했다.

삼성 레전드 이승엽은 마흔 살 시즌을 맞는 2016년 2년 총액 36억 원에 계약했다. LG 레전드 박용택은 마흔 살 시즌을 앞둔 2019년 2년 총액 25억 원에 계약했다. 만약 두 레전드와 대등한 대우를 받는다면, 김태균으로서도 만족스러운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화와 김태균이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교감을 주고받은 뒤 한화는 김태균 계약조건을 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사실상 마지막 FA 계약이 될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고려하는 한편, 최근 성적과 미래가치를 반영한 합리적 계약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태균은 구단의 제안을 기다리며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한화는 해를 넘겨 이달 중순 처음 김태균에게 구체적 계약 조건을 제안했다. 애초 언급했던 이승엽과 박용택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김태균에 앞서 올해 36세 시즌을 맞는 이성열과 2+1년 20억에 FA 계약을 맺었다.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이승엽, 박용택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태균, 이승엽-박용택 수준 계약 받을 자격 충분하다

김태균은 레전드에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김태균은 레전드에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돌아가는 상황이 김태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이승엽, 박용택의 계약 당시보다 KBO리그 시장 상황이 얼어붙었다. 일부 팬들은 구단이 선수에게 후한 대우를 해주면 구단을 비난한다. 김태균 관련 기사마다 따라다니면서 김태균을 깎아내리는 일부 여론이 과잉 대표되는 경향도 보인다.

하지만, 다른 선수가 아닌 김태균이다. 한화 프랜차이즈 역사에 이승엽, 박용택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레전드다. 당분간 한화에서 김태균을 능가하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응원팀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당연히 박수를 받으며 멋지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자격이 충분하다. 훗날 은퇴한 뒤에도 한화를 위해 기여할 부분이 많다. 계약 기간만이 아닌 계약이 끝난 이후까지 생각하면, 마냥 합리성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최근 김태균의 성적이 이승엽, 박용택의 마지막 계약 직전보다 부진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김태균은 2019시즌 ‘공인구 여파’ 속에서도 3할대 타율과 0.382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한화 팀 내에서 김태균보다 타격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는 이성열, 최재훈 둘밖에 없었다.

구장효과와 리그 환경을 중립화해 나타내는 조정 득점생산력(wRC+)으로 보면 김태균의 2019시즌 퍼포먼스는 이승엽, 박용택의 계약 전 시즌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승엽은 계약 전 해인 2015시즌 wRC+ 140.4를 기록했고 박용택은 2018시즌 wRC+ 112.7을 기록했다. 김태균의 지난해 wRC+는 121.8이다.

같은 37세 시즌을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이승엽은 37세 시즌인 2013년 wRC+ 83.1로 크게 부진했다. 박용택은 37세 시즌인 2016년 wRC+ 126.9로 전년도보다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38세 시즌 wRC+ 118.3으로 반등을 이뤘고, 박용택도 38세 시즌에 wRC+ 140.1로 ‘회춘’했다.

2018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김태균은 현재는 별다른 통증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덜 날아가는 공인구에 대해서도 나름의 대응책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팀 내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야기한 심리적 부담도 훌훌 털어냈다. 38세 시즌인 올해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 시즌 한화를 다시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고,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의지도 강하다. 한화 관계자도 “김태균은 성실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다.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다독인다”며 베테랑으로서 김태균의 가치를 인정했다.

한화는 21일에 이어 22일 만남에서도 첫 계약조건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조건이 최종 제시안은 아니란 입장이다. 협상을 통해 절충할 여지는 남겨뒀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겠단 의지도 있다. 가능하면 오늘은 물론 설 연휴 기간에도 협상을 계속 이어간다는 게 한화의 입장이다.

과연 한화와 김태균은 스프링캠프 출국 전까지 계약을 마무리 짓고, 웃으며 2020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까. 결국엔 그렇게 될 거라는 걸 모두가 안다. 다만 정해진 결말까지 얼마나 매끄럽고 부드럽게 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어쩌면 금액이나 조건보단 계약 이후 구단과 선수가 함께 만들어갈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게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