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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양준혁 “현장 복귀? 청소년 야구가 진짜 내 현장”

  • 기사입력 2020.01.27 09:55:03   |   최종수정 2020.01.27 09: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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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해설위원, 10년째 ‘양준혁 재단’ 자선행사 성료
-“자선야구 대회 첫 매진, 무료 봉사한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
-“저변 부족한 청소년 야구, 뛰어놀 수 있는 시간 주고 싶었다.”
-“지난해 재단 재정 악화 어려움, 2020년 사업 내실화에 초점”
-“지도자 생각했다면 이 길 선택 안 했다, 청소년 야구가 진짜 내 현장”

 

양준혁 위원은 여전히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 뒤 10년 동안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청소년 야구 대회 개최는 양 위원의 야구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준혁 위원은 여전히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 뒤 10년 동안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청소년 야구 대회 개최는 양 위원의 야구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지난해 12월 15일 제8회 양준혁 자선야구 대회가 열린 고척돔 안은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로 가득 찼다. 그라운드 위를 뛰는 선수들과 팬 모두 환한 웃음으로 걱정 없이 야구를 마음껏 즐겼다. 승부의 세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아닌 야구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만이 만들 수 있는 분위기였다.

 

선수들의 다양한 변신과 투수와 타자가 자리를 바꿔 맞대결하는 자선야구 영상은 경기 종료 뒤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대회 첫 매진이라는 기록과 더불어 양준혁 자선야구 대회의 흥행력을 보여준 하루였다. ‘올라프’와 ‘엘사’ 코스프레 등 너나 할 것 없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망가지는 선수들을 보며 양준혁 해설위원 겸 재단 이사장은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2010년 현역에서 은퇴한 양 위원은 곧바로 양준혁 야구 재단을 설립해 사회취약계층을 돕는 멘토리 야구단, 엘리트 장학사업, 유소년 야구대회 개최 등 야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힘썼다. 좋은 뜻에서 시작한 자선야구 대회도 어느덧 8번째 대회를 맞이하며 자리를 잡았다.

 

‘양신’이란 별명으로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인 양 위원은 현장 복귀를 향한 갈망이 있을 법했다. 하지만, 양 위원의 머릿속엔 오로지 ‘청소년’들을 위한 생각뿐이었다. 양 위원은 야구하는 아이들이 그저 좋아 자존심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선야구 대회가 크게 성장해 청소년들이 마음껏 공을 던지고 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양 위원의 목표다. 더 나아가 먼 훗날 야구 학교 건립까지 그리는 양 위원에게 은퇴 뒤 10년간 쉬지 않고 청소년 야구를 위해 달려온 소회와 2020년 소망을 직접 들어봤다.

 

‘첫 매진’ 자선야구 대회 “무료 봉사한 선수들 덕분”

 

양준혁 위원은 자선야구 행사에 도움을 준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준혁 위원은 자선야구 행사에 도움을 준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자선야구 대회 첫 매진 기록이 놀라웠다. 겨울 야구를 보고 싶은 팬들의 열망이 대단했다.

 

이제 KBO 올스타전이 우리 대회를 따라 한다고 하지 않나(웃음). 이제 자선야구 대회가 입소문이 나며 확실히 자리 잡는 듯싶어 다행이다. 지난해 (김)민수가 ‘가오나시’ 캐릭터 분장로 한 방에 인기를 얻었다. 원래 고척돔 내야석만 오픈하는데 이번에 팬들로 가득 차 놀라웠다.

 

지난해 WBSC 프리미어12 대회 대표팀 고척돔 경기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열띤 분위기였다. 흥행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선수들 덕분이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데 선수들이 한다고 하면 제대로 변신하더라. 또 부상을 피해야 하니까 투수가 야수, 야수가 투수를 하게 했는데 이게 재밌는 요소가 됐다. 투수가 방망이를 휘두르고 야수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걸 평소에 못 보니까 팬들이 그런 걸 재밌어하신다. 팬들이 경기장에 직접 오고 싶어 하시는 데다 MBC SPORTS+의 생방송 중계도 큰 힘이 됐다. 대회가 끝나도 온라인 영상 콘텐츠 생산이 되니까 화제성이 더 이어지는 듯싶다.

 

대회 시기가 비활동기간임에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좋은 뜻에 공감해주니까 선수 섭외에 어려운 점이 없다. 무료 봉사처럼 해주니까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특히 (유)희관이와 (김)용의, 그리고 (김)민수가 흥행을 담당하는 핵심 역할이다. 사실 지난해 민수를 부를 생각이 없었는데 먼저 연락이 와 오라고 했는데 ‘가오나시’로 대박이 났다(웃음). 정말 고마웠다.
 

 
또 하나 의미가 깊었던 점이 2010년 은퇴 뒤 처음 개최한 청소년 야구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한선태 선수가 KBO리그 최초로 정식 야구부를 거치지 않은 비선수 출신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이다. 한선태 선수가 당시 청소년 야구 대회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들었다.

 

솔직히 당시 대회에 1,5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참가했기에 (한)선태의 얼굴을 딱 기억하진 못한다. 나중에 선태에게 들어서 그 얘길 알게 됐다. 내가 개최한 청소년 야구 행사에서 한선태가 꿈을 키웠다고 하니 정말 뿌듯했다. 이뿐만 아니라 모델로 활동 중인 한현민도 다문화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는 ‘멘토리 야구단’ 출신이다. 당시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고 하니까 기분 좋았다.

 

“전력 질주와 근성은 기본, 팬들이 가장 잘 안다.”

 

양준혁 위원은 10년 가까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 대회를 재단 주최로 열어 야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준혁 위원은 10년 가까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 대회를 재단 주최로 열어 야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은퇴 뒤 재단 설립과 함께 청소년 야구에 ‘올인’한 모양새다.

 

은퇴 경기로 나온 수익을 뜻깊게 쓰려고 당시 곧바로 청소년 야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그때를 시작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에선 청소년들이 제대로 운동할 환경이 잘 안 갖춰져 있다. 옛날부터 오로지 공부만 강요해온 분위기가 있지 않나. 체육 활동은 잠시 짬이 나면 할 수 있는 요소였다.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야구를 배우며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국가 기관까지 찾아가 청소년 야구 저변 확대에 노력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청소년 대회를 개최하면 기업들의 후원이나 광고가 쉽지 않다. 청소년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개인적으로 국가가 청소년 체육 활동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여성가족부를 만나려고 은퇴 뒤부터 꾸준히 노력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우연히 기회가 찾아와 여성가족부 청소년 담당자와 만날 수 있었다.

 

성과가 있었나.

 

청소년 부서 담당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나니 ‘정말 좋은 일을 하신다’라고 얘길 하시더라. 그런데.

 

그런데?

 

‘저희 부서엔 예산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그해 한국 청소년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여성가족부 청소년 배정 총 국가 예산이 얼마인지 들었는데 ‘9억 원’이라고 하더라. 물론 교육부가 있지만, 한국 청소년들을 위한 예산치곤 턱없이 부족한 돈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운동할 여건이 없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외국에선 공부하는 것처럼 체육 활동을 당연하게 정기적으로 할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한국 청소년 문화는 여전히 공부만 하라는 폐쇄적인 느낌이라 정말 아쉽다.

 

게다가 최근 어린 10대들이 야구를 향한 관심도가 확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기술이나 데이터 등 이런 분야에서 엄청나게 발전한 건 맞다. 다만, 옛날과 비교해 야구의 맛이 떨어지는 건 근성과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몸을 사리고 건성으로 뛰는 건 팬들의 눈에 정확하게 보인다.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는 건 기본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부터 그런 자세가 몸에 배 있어야 하는 게 그런 걸 안 하니까 지켜보는 입장에선 답답할 때가 자주 있었다.

 

전력 질주와 근성 하면 또 ‘양신’ 아닌가(웃음).

 

개인적으로 그런 기본적인 걸 안 하면 경기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그런 조그마한 것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타자의 경우 10번 가운데 7번은 실패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쉽게 죽으면 안 된다. 전력 질주로 송구하는 야수에게 스트레스를 최대한 줘야 하고, 정말 강한 구위의 공이라도 최대한 커트를 많이 하며 죽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한국 야구의 위기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다.

 

지금이 진짜 중요한 시기다. 좋은 경기력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완벽한 팬서비스로 어린이 팬들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이렇게 가단 한국 야구의 암흑기가 다시 찾아온다. KBO와 구단들도 정말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다른 프로 종목들을 살펴보면 진짜 죽을 각오로 마케팅을 하더라. 한국 야구도 구단과 선수가 합심해 절치부심해야 한다. 또 단순히 야구만 하면 안 된다. 선수들도 팬들을 위해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무언가 특별한 걸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양 위원도 TV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에서 ‘엔터테이너’로 자주 출연하지 않나.

 

은퇴 뒤 방송을 처음 할 땐 ‘딴따라’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에 출연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사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는 금방 잊히는 존재다. 할 수 있을 때 나도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재단의 좋은 뜻을 알리고 청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선 해야 할 일이다. 은퇴 뒤 10년이 넘어가는데 최근 어린아이들이 나를 알아봐 놀라기도 한다(웃음).

 

“자선야구 대회 규모 확대, 재단 사업 내실화가 2020년 소망”

 

양준혁 위원은 자선야구 대회가 겨울 야구 축제로 더 성장하길 기대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준혁 위원은 자선야구 대회가 겨울 야구 축제로 더 성장하길 기대했다(사진=엠스플뉴스)

 

재단을 설립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꾸준히 좋은 일을 이어가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어렵단 걸 알고 시작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상황이 점점 많아진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종목이다. 대회를 한 번 열 때마다 몇천만 원씩 나가는 건 기본이다. 정말 10년 동안 100억 원 정돈 쓴 듯싶다. 그러다가 지난해가 정말 큰 위기였다. 나라 경제가 안 좋아진 탓인지 후원이 반 토막 났을 정도다. 직접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레전드 선수로서 자존심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그런 곳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걸 따지려면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 시작할 때부터 다 내려놓고 일을 시작했다.

 

2020년 양준혁 자선야구 대회 규모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듯싶다. OB 대결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자선야구 대회를 겨울야구 축제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 후원이나 광고 문제를 생각해 이틀 이상으로 대회 일정을 늘리려고 한다. 삼성 OB와 해태 OB 간의 맞대결 아이디어도 거기에서 나왔다. 오래전부터 제안한 일인데 최근 김응룡 전 감독님 팔순 잔치 때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2020년엔 올드팬들이 흥미로울 OB 선수들의 맞대결을 추가할 계획이다.

 

2020년 이루고 싶은 소망도 궁금하다.

 

지난해 재단 사정이 너무 어려웠기에 기존에 진행하는 재단 사업이 더 탄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10년 동안 이어온 자선야구 대회와 청소년 야구대회, 멘토리 야구단, 그리고 지난해 진행한 자선골프 대회 등이 큰 문제 없이 2020년에도 잘 치러졌으면 한다. 또 개인적으로 야구 학교를 건립하고 싶은데 장기적인 계획으로 구상하고 있다.

 

야구팬들은 ‘양신’의 현장 복귀 여부를 항상 궁금해한다. 현장 복귀를 향한 생각은 없을까.

 

우선 불러주는 곳이 없고(웃음). 그런 지도자 방향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 길을 선택 안 했을 거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는 그 맛에 살고 있다. 주위에서 알아주기 힘든 일이지만, 내가 좋으니까 어려워도 이 길을 가겠다. 한선태와 한현민 같은 사례로 보람도 느낀다. 솔직히 힘든데 재밌다. 청소년 야구가 진짜 내 현장이다(웃음).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양준혁과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생 내내 야구를 정말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다. 때로는 야구가 연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웃음). 눈을 감을 때까지 계속 야구와 사랑을 이어나가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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