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재도약 꿈꾸는 한화 이글스에 1987년생 선수 5명 합류

-트레이드로 영입한 신정락과 장시환, 2차 드래프트 이해창, 방출 설움 겪은 최승준과 김문호

-잠수함 불펜, 선발, 포수, 거포, 좌타 외야수로 한화 약점 해결할 키 플레이어

-30대 후반 노장과 20대 초반 어린 선수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기대

올 시즌 한화의 반등을 이끌 1987년생 5형제. 좌측부터 장시환, 이해창, 신정락, 최승준, 김문호 순(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한화의 반등을 이끌 1987년생 5형제. 좌측부터 장시환, 이해창, 신정락, 최승준, 김문호 순(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누구냐 누구냐 그 누구냐. 2020시즌 재도약을 꿈꾸는 한화 이글스에 ‘1987년생 독수리 5형제’가 떴다. 30대 후반 고참과 20대 젊은 선수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줄 이들 외부 영입 5인조의 활약에 올 시즌 한화의 성패가 달렸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외부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내부 FA 4명과만 계약한 뒤 시장에서 철수했다. 개장 초기엔 FA 외야수 영입도 검토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 대신 FA 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활발한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우선 2차 드래프트 카드 세 장을 전부 사용해 이해창, 정진호, 이현호를 영입했다. 포수와 외야수, 좌완투수 뎁스를 채워 넣었다. 바로 다음 날엔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최재훈에게 밀려 기회가 줄어든 포수 지성준과 내야수 김주현을 내주고 선발투수 장시환과 포수 유망주 김현우를 데려왔다. 여기에 타 구단에서 방출된 최승준, 김문호를 영입해 홈런 파워와 외야를 보충했다.

이 가운데 새로 합류한 1987년생 선수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시즌 중 송은범과 1대 1 트레이드로 합류한 신정락은 처음 한화에 왔을 땐 내 나이대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너덧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동갑내기가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 신정락을 비롯해 이해창, 장시환, 김문호는 1987년생으로 올해 33살 시즌을 맞는 중견 선수다. 1988년 1월생 최승준도 이들과 함께 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동기다.

여기에 1988년생 외야수 정진호까지 포함하면, 30대 초반 선수만 6명이 새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셈이 된다. 기자가 ‘1987년생 독수리 5형제가 모였다’고 하자, 신정락은 “그거 괜찮네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FA 영입 없는 한화, ’1987년생 5형제’ 활약이 반등 열쇠

지난 시즌 LG에서 부진을 겪다 한화에 와서 살아난 신정락(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지난 시즌 LG에서 부진을 겪다 한화에 와서 살아난 신정락(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한화 성적의 열쇠도 이들 1987년생 5형제가 쥐고 있다. 지난해 전력에서 플러스 요인은 사실상 이들 5형제가 전부다. 결국 이들의 활약에 따라 한화가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니면 계속해서 하위권을 맴돌 수도 있다.

포지션도 하나같이 한화 전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맡고 있다. 신정락은 사이드암 불펜 전문 투수다. 김재영의 군입대로 이제 한화 선수단에서 1군용 옆구리 투수는 신정락 혼자만 남았다. 이해창은 백업 포수 역할을 맡는다. 지성준의 롯데 이적으로 1군 수준에 근접한 포수는 사실상 이해창 하나다. 박상언, 김창혁, 허관회 등과는 격차가 크다.

장시환은 한용덕 감독이 3선발로 낙점했다. 한화 국내 선발투수가 규정이닝을 채운 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4년 이태양(153이닝)이 마지막이었다. 장시환처럼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5, 6이닝을 던져주는 선발투수가 절실했던 한화다.

최승준은 2016시즌 홈런 19개를 때려낸 슬러거. 지난해 팀 홈런 최소 3위(88홈런)로 구장은 작은데 똑딱볼을 했던 한화 타선에 힘을 더해줄 자원이다. 김문호(그리고 정진호)도 좌타 외야수가 수적으로 많지 않은 한화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1987년생 5형제는 풍부한 1군 경험을 자랑한다. 이해창, 최승준, 김문호의 1군 출전 경기수만 합해도 1인당 평균 400경기에 달한다. 신정락과 장시환도 도합 471경기에 출전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소속팀 1군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는 것도 공통점. 장시환을 제외하면 경쟁에서 밀려 전력 외로 분류된 것도 하나로 통한다. 한화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일종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신정락의 각성이 좋은 예다. LG에서 23경기 평균자책 9.47로 고전을 거듭하던 신정락은 한화에 합류한 뒤 21경기 평균자책 3.16으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LG 시절보다 슬라이더 구사를 줄이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늘리는 변화가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지려고 노력한 건 LG 시절이나 한화에서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신정락은 환경적인 부분이 달라졌다. LG에선 너무 생각이 많았다. 연습 때부터 너무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했고 폼도 많이 바꿨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잘 안 됐던 것 같다한화에 온 뒤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스트라이크가 잘 들어갔다. 어쩌면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던지다 보니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뭐가 달라진 건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새로 합류한 1987년생 독수리들도 신정락처럼 분위기 전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이 나란히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한화는 20대 초반 어린 유망주들이 경험치를 쌓고 성장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당장 2020시즌 성적은 물론, 한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팀이 잘 나가려면 1987년생 역할 중요해” 독수리 5형제가 뜬다

프로필 영상을 촬영하는 신정락,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장시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프로필 영상을 촬영하는 신정락,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장시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87년생 독수리 5형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야구 실력만이 아니다. 신정락은 “나도 이제는 베테랑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팀이 잘 돌아가려면 나처럼 중간 나이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화 선수단은 30대 후반 노장과 20대 초반 어린 선수로 연령대가 크게 나뉜다. 물론 정우람이나 김태균처럼 ‘라떼’를 멀리하고 어린 후배들과 잘 지내는 노장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이 어린 선수들 입장에선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다.

30대 전후 선수들이 위로는 선배들을 챙기고, 아래로는 후배들을 돌보면서 팀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실제 두산, SK, NC 등 최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팀들을 보면 30세 전후 선수들이 중심이 돼서 팀을 이끌어 가는 걸 볼 수 있다.

신정락은 중간 나이대 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시환은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나와 한화가 함께 비상할 수 있도록, 다른 선수들이 다 같이 잘 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 열심히 운동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모범을 보이면 후배들도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 했다. 이해창, 최승준, 김문호도 성실한 태도와 좋은 품행으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신정락은 “이해창, 장시환, 최승준, 김문호 다 원래부터 알던 친구들”이라며 한화 비상을 위한 독수리 5형제의 의기투합을 다짐했다.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올 시즌 한화의 은빛 날개로 활짝 펼쳐질 1987년생 5형제의 활약이 기대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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