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내야수 나주환, KIA 타이거즈 이적 뒤 첫 캠프 출국
-“은퇴 갈림길에서 손 내밀어준 KIA, 전혀 예상 못 했다.”
-“안치홍 공백 기회? 이제 난 포지션 욕심을 버렸다.”
-“특정 포지션보단 어떤 포지션이든 뒤를 받쳐주겠다.”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이 KIA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떠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이 KIA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떠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저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었단 자체가 행운이었죠.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은 지난해 시즌 종료 뒤 은퇴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향후 젊은 키스톤 콤비 성장을 염두에 둔 SK 와이번스에서 1984년생 나주환의 입지는 매우 좁혀진 분위기였다. SK에서의 현역 마무리까지 생각했던 나주환에게 KIA 타이거즈가 손을 내밀었다. 그것도 무상 트레이드였다.

KIA 조계현 단장은 “경험이 풍부한 나주환이 백업 내야수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주환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마침 KIA 내야진은 2020년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이다. 부동의 주전 2루수였던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내부 FA로 잔류한 김선빈의 2루수 이동 가능성과 더불어 내야수 박찬호가 유격수 자리로 복귀할 계획이다. 최근 트레이드로 영입된 내야수 장영석은 3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내야진에 큰 변화가 이뤄질 상황에서 베테랑 나주환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나주환은 2루수를 중심으로 유격수와 3루수까지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2020년 KIA 내야진 구상에서 한 끗이라도 어긋난다면 나주환이 그 빈틈을 메워야 한다.

“팀 성적이 먼저, 멀티 포지션 역할을 준비하겠다.”

안치홍이 롯데 이적으로 나주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사진=롯데)
안치홍이 롯데 이적으로 나주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사진=롯데)

1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은 나주환은 SK가 아닌 KIA 선수로서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출국 전 만난 나주환은 솔직히 KIA로 이적을 전혀 생각 못 했다. SK에서 현역 마무리해야겠단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현역 연장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SK에서 좋게 마무리할 기회가 아쉽긴 하지만, KIA에서 내 의지를 잘 알아주셨다. 선택의 기회가 있었단 자체가 행운이었다라며 전했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2007년 4월 이대수와 1대 1 트레이드로 SK에서 뛴 나주환은 13년 만에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공교롭게도 SK 선수단과 같은 플로리다 캠프로 떠나는 상황이다.

나주환은 17년째 스프링캠프를 가고 있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팀에서 첫 캠프라 설레는 마음이 있다. 어린 선수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야 하니 신경을 더 쓰는 것도 있다. 다행인 건 SK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경험해본 점이다. 플로리다로 가는 캠프에서 컨디션 조절하는 루틴이 이제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팀 문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안치홍의 이적으로 나주환의 활용 가능성이 더 커졌다. 특히 내야진 전체 구성이 물음표에 빠진 가운데 시즌 도중 나올 수 있는 구멍을 나주환이 메워야 할 분위기다. 나주환은 특정 포지션에 욕심을 내기보단 어떤 자리든 팀이 원하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한다.

나주환은 최근 해마다 수비 포지션 질문을 받았는데 이제 그런 욕심은 버렸다. 윌리엄스 감독님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팀 상황에 따라 2루수나 3루수 어디든 나갈 수 있는 거다. 어떤 자리에서 꼭 주전이 되겠단 생각보단 멀티 포지션 준비하며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겠다. 무조건 팀 성적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SK와 만나면 가장 기대하는 맞대결 상대는 하재훈”

나주환은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과 맞대결을 가장 기대했다(사진=엠스플뉴스)
나주환은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과 맞대결을 가장 기대했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고 ‘주전’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건 아니다. 앞으로 나가 무리한 욕심을 부리기보단 팀 내에서 후배들과의 가교 역할이 먼저라는 뜻이다.

내야 포지션이 다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점이 나에게 동기부여는 분명히 된다고 본다. 선수라면 주전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다만, 특정 포지션에서의 주전 욕심보단 어린 선수들과의 가교 구실에 먼저 집중하고자 한다. 팀에서 나에게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을 거다. 무엇보다 캠프에서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비시즌 때 열심히 몸을 잘 만들었으니까 걱정은 없다. 나주환의 말이다.

이제 사실상 친정인 SK와의 맞대결도 피할 수 없다. 나주환은 SK 마무리 투수인 하재훈과의 맞대결을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

나주환은 SK와 맞붙으면 편안하면서도 낯설 듯싶다. 물론 경기를 할 땐 냉정하게 이기는 데 집중하겠다. 가장 기대하는 맞대결 상대는 (하)재훈이다. 지난해 정말 위력적인 공을 던진 투수 아닌가. 사실 지난해 캠프 때 재훈이의 공을 못 쳐봤다. 다른 SK 투수들의 공은 자주 봤는데 하재훈과 처음 붙어보면 새롭지 않을까. 만약 만난다면 중요한 상황에서 맞붙을 텐데 비수를 꽂을 수도 있다라며 미소 지었다.

나주환은 지난해보다 팀 성적이 더 좋아질 거로 기대했다. 그 과정에서 나주환이 맡을 임무도 막중해 보인다.

나주환은 명문 팀인 KIA에 와 영광이다. 지난해 KIA를 봤을 때 강한 투수진과 함께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야수진이 좋아 보였다. 어린 친구들이 많은 건 사실인데 그들에게 경험이 쌓이다 보면 성적을 낼 발판이 만들어질 거다. KIA 팬들도 열심히 응원해주신다면 올 시즌 성적이 더 좋지 않을까. 올 시즌 막판엔 지난해보단 높은 위치에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도 그 과정에서 꼭 힘을 보태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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