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베테랑 투수 김진성, 스프링캠프 첫날 중도 귀국

-연봉 협상 과정이 문제? “협상 과정에 상심이 컸다” 전언

-NC, 주축 선수 5명 미계약 상태로 캠프 출국…이민호 제외 계약 완료

-일방통행식 계약 협상에 선수들 불만…우승 도전’ 앞서 분위기 수습부터

NC 베테랑 투수 김진성(사진=엠스플뉴스)
NC 베테랑 투수 김진성(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 베테랑 투수 김진성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귀국한다. 김진성은 캠프 첫날인 2월 1일(현지시간) 오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미국 현지 시간 기준 1일 오전 시작한 NC 스프링캠프 공식 일정 첫날 훈련에 김진성이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NC 관계자는 “김진성이 캠프 명단에서 빠진 게 맞다. 전날 코칭스태프와 면담을 가진 뒤 귀국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베테랑 선수가 캠프 첫날 귀국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귀국 결정이 2020 연봉 계약 직후 나왔단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된 NC의 연봉 협상 과정이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NC 선수는 연봉 협상 때문인지 미국에 오는 내내 진성이 형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NC 관계자도 김진성이 연봉 협상이 끝난 뒤 상심이 큰 것 같았다. 코칭스태프 면담 끝에 한국에서 마음을 추스른 뒤 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민호 제외한 선수 전원 계약 완료…밀어붙이기식 계약 협상에 앙금 남아

김진성은 오프시즌 매일 마산야구장에 나와 의욕적으로 시즌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진성의 조기 귀국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크게 작용했단 후문이다(사진=NC)
김진성은 오프시즌 매일 마산야구장에 나와 의욕적으로 시즌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진성의 조기 귀국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크게 작용했단 후문이다(사진=NC)

구단 안팎에선 NC가 미계약 선수들을 무리해서 캠프에 데려올 때부터 예견된 사태란 지적이 나온다. N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봉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스프링캠프 출국일을 맞았다.

지난해엔 미계약 선수가 투수 강윤구 하나였지만, 올해는 5명의 1군 선수가 비행기 이륙 전까지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미계약 선수(구자욱, 이학주)를 캠프 명단에서 제외한 삼성 라이온즈와 달리, NC는 ‘미계약 선수도 캠프에 데려간다’는 방침에 따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을 앞두고는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미계약 5인 중 하나인 2루수 박민우가 출국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구단의 연봉 협상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민우는 이제는 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인데, 아직 계약을 못 해서 신경이 쓰인다. 나 말고도 아직 계약 안 한 선수들이 있다. 계약을 하고 캠프에 가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박민우는 “작년 11월 말부터 2달 넘게 시간이 있었는데, 그 사이 구단과 에이전트가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구단도 사정이 있겠지만 두 번밖에 못 만났다는 건 아쉽다. 협상은 서로 대화하며 이견을 좁히는 것 아닌가”라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NC 관계자는 “다른 미계약 선수와 달리 박민우는 연봉 인상 대상자”라고 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로 구단이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선수기도 하다. 그런 박민우가 목소리를 낸 건, 팀 간판선수로서 다른 미계약 선수를 대신해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선수가 캠프 출국장에서 연봉 협상 얘기를 해야 할 정도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억지로 봉합한 갈등이 미국에 도착했다고 저절로 해소될 리 없었다. NC는 30일과 31일 이틀간 현지에서 운영팀장 주도로 미계약 선수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기준)를 데드라인으로 통보한 뒤, 기한 내 계약을 추진했다.

그 결과 31일까지 투수 이민호를 제외한 선수 전원과 계약서에 사인은 했지만, 일방통행식 협상에 선수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에이전트는 멀리 미국까지 가서 캠프 시작을 앞두고 협상을 진행하면, 선수 입장에선 구단의 제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C 선수를 관리하는 에이전트는 “NC와 연봉협상은 협상이라기보단 통보에 가깝다”고 했다. NC 관계자는 “구단 자체적으로 정량화한 공식에 따라 선수의 기여도를 측정해 연봉을 산정한다. 다른 말이 나올 여지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군 주축 선수들이 캠프 직전까지 사인하지 않았다는 건, 구단의 고과 산출 방식이 선수단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단 얘기도 된다.

김진성의 경우 2년 연속 연봉 삭감 대상이 됐다. 2018시즌 평균자책 7.12로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연봉 3천만 원이 깎였던 김진성이다. 지난 시즌엔 42경기 평균자책 4.29로 성적 반등을 이뤘지만, 연봉 협상 결과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더 큰 폭의 연봉 삭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리그 구원투수 최다이닝(240이닝)을 던지며 팀을 위해 희생한 투수다. 특히 2017시즌엔 리그 불펜투수 최다인 89.2이닝을 던지며 NC 국내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2.56승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간 연봉은 각각 4천 5백만 원(2016년)->3천만 원(2017년)->5천만 원(2018년)으로 소폭 인상에 그쳤다.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많은 공을 던진 대가가 연봉 소폭 인상 뒤 대폭 삭감이라면, 선수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과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다른 팀이 아닌 NC가 연봉협상에서 진통을 겪는 건 의외다. 그간 스토브리그에서 FA 선수들에게 비교적 후한 대우를 해왔던 NC다. 지난해엔 성적도 10위에서 5위로 향상됐는데, 연봉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다고 해서 놀랐다”고 했다.

올 시즌 NC는 두산, 키움과 함께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전력을 갖췄다. 구단 수뇌부가 공개적으로 우승을 언급할 정도로 올 시즌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큰 꿈을 이루려면 준비 과정부터 순조로워야 한다.

그러나 NC는 올해도 선수단 연봉 협상을 기분 좋게 마무리 짓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과 구단 사이에 앙금을 남긴 채 캠프 첫날을 맞이했다. 연봉 협상이 선수단에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남은 캠프 기간 NC에 주어진 과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