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김문호·내야수 최승준, 한화 이글스에서 첫 스프링캠프
-지난해 첫 방출 겪은 두 선수 “손 내밀어준 한화에 감사해”
-김문호 “2016년 ‘커리어 하이’ 재현 도전하겠다.”
-최승준 “부상 트라우마 탈출 중요, 바로 결과 보여주겠다.”

지난해 소속팀 방출 뒤 한화로 이적한 외야수 김문호(왼쪽)와 내야수 최승준(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지난해 소속팀 방출 뒤 한화로 이적한 외야수 김문호(왼쪽)와 내야수 최승준(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방출(放出)’

야구 선수들에게 처음 겪는 이 두 글자의 무게감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라면 더 그렇다. 올겨울 독수리 유니폼을 입게 된 2006년 입단 동기인 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문호와 내야수 최승준은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1월 30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떠난 한화 선수단은 새 얼굴들로 가득했다. 한화는 올겨울 트레이드(장시환)와 2차 드래프트(이해창·정진호·이현호), 그리고 방출 선수 영입(김문호·최승준) 등으로 ‘뎁스 강화’에 성공했다.

출국 현장에서 선수단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한화 정민철 단장은 “올겨울 팀에 필요한 부분에서 전력 보강이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한다. 새 얼굴들이 많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겨울 한화로 이적한 정진호(사진 왼쪽부터)-이해창-이현호-최승준-장시환-김문호(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겨울 한화로 이적한 정진호(사진 왼쪽부터)·이해창·이현호·최승준·장시환·김문호(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겨울 이적한 한화 선수들은 출국 전 특별하게 모여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 가운데서도 절벽으로 내몰렸던 김문호와 최승준의 표정은 더욱더 남달라 보였다. 엠스플뉴스가 차디찼던 방출의 벼랑 끝에서 되살아난 두 선수의 스프링캠프 각오를 직접 들어봤다.

김문호 “2016년 ‘커리어 하이’ 재현 도전하겠다.”

2016년 롯데 소속 시절 김문호는 시즌 중반 타율 4할에 도전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사진=롯데)
2016년 롯데 소속 시절 김문호는 시즌 중반 타율 4할에 도전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사진=롯데)

김문호는 프로 입단 14년 만에 친정 팀인 롯데 자이언츠를 떠났다. 지난해 11월 롯데에서 방출됐던 김문호는 약 2개월여 동안 무적(無籍) 신세였다. 현역 연장의 마음을 접으려는 순간 김문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1월 14일 한화는 김문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무래도 최근 선수단 크기를 줄이는 추세에서 나이가 든 내 입지가 좁아진 차가운 분위기였다. 방출 소속이 충격적이었지만, 현역 연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방출 뒤 2개월 동안 연락이 없었기에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순간 한화에서 연락이 왔다. 캠프 출국 직전에 계약이 성사돼 더 감사했다. 구단 직원들과 동료들 모두 방출 선수라는 느낌이 안 들게끔 다 반갑게 맞이해줘 고마웠다. 김문호의 말이다.

‘절박함’은 한화에서도 당연한 감정이지만, 새로운 환경이라는 ‘긴장감’이 더해졌다. 김문호는 아무래도 한 팀에서 15년 이상 있었으니까 편안한 분위기에서 타성에 젖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절박한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새 팀이니까 아무래도 긴장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롯데에서도 외야 경쟁은 항상 해오던 일이다. 자리는 적고 외야수 자원들이 많다. 연습 때 내 장점을 발휘해 후회 없는 경쟁을 펼치고 싶다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김문호는 시즌 중반 타율 4할까지 찍었던 커리어 하이인 2016시즌(타율 0.325/ 171안타/ 70타점)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니까 콘택트와 출루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지 않을까. 4년 전 타율 4할을 잠시 유지했을 때 장종훈 수석코치님이 롯데에 계셨다. 당시 장 코치님의 지도 아래 좋은 느낌을 잘 이어갔는데 이번에도 그때 느낌을 잘 살리고 싶다. 물론 무리하게 보여주기보단 다치지 않고 내가 지닌 능력을 잘 보여주는 게 먼저다.

다행히 팀 적응은 수월할 전망이다. 김문호는 먼저 한화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장시환(1987년생)과 이해창(1987년생) 등 동갑내기 선수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김문호는 올겨울 한화로 새로 온 선수들이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이라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나를 포함해 다들 절박하고 간절함이 더 클 듯싶다. 팀 전력 자체가 확실히 더 탄탄해질 거로 믿는다. 한화 팬들께서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시는데 거기에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다. 내 장점을 잘 보여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이다. 정말 죽기 살기로 뛰어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승준 “부상 트라우마 탈출 중요, 바로 결과 보여주겠다.”

최승준은 SK 시절 겪은 잦은 부상 트라우마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사진=SK)
최승준은 SK 시절 겪은 잦은 부상 트라우마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사진=SK)

최승준은 2015년 포수 정상호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로 친정 팀 LG 트윈스에서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2016시즌 최승준은 역대 FA 보상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19개) 기록을 경신하며 드디어 기량을 만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린 최승준은 3년 동안 인상 깊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23일 SK는 최승준의 방출을 발표했다. 한화는 12월 6일 최승준의 영입을 발표하며 최승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부여했다.

지난해 많은 선수에게 차가운 바람이 정말 강하게 불었다. 나도 방출 발표 뒤 5일 정도 연락이 없었다. 이대로 은퇴하는가 싶어 내심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한화가 가장 먼저 연락을 주셔서 밖으로 뛰어나가 연락을 받았다. 가족들도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출국 날에 제대로 인사를 드리는데 나 말고도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많으니까 오히려 분위기가 더 괜찮다. 금방 적응할 듯싶다. 최승준의 말이다.

최승준은 LG 소속 시절 ‘포수 선배’였던 이성열과의 재회를 가장 반겼다. 최승준은 (이)성열이 형이 가장 반가웠다. LG 입단 초기 나와 성열이 형의 포지션이 포수였다. 그때 성열이 형이 같은 포지션이니까 잘 챙겨주셨는데 이제 다른 포지션으로 재회하게 됐다. 성열이 형한테 자주 물어봐야 할 듯싶다. 다른 이적생들도 많으니까 새로운 기운으로 재밌는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싶다라며 미소 지었다.

최승준은 SK 시절 크고 작은 부상에 계속 시달렸다. 부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도 최승준에겐 중요한 과제다.

최승준은 최근 몇 년간 부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회가 올만 하면 부상이 와 내 복을 스스로 걷어찼다. 부상에 너무 신경을 쓰니까 더 안 풀리더라. 무엇보다 부상 스트레스를 크게 안 받아야 한다. 계속 위축되니까 부상이 더 자주 오는 느낌이다. 비시즌 몸을 잘 만들었으니까 안 아프길 기대한다. 두 번이나 같은 부위(햄스트링)를 다쳤으니까 허벅지 근육 보강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최승준의 나이가 쌓였다. 지난해 방출을 경험하며 최승준도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최승준은 SK 이적 때도 동기들이 많아 편했는데 한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땐 아직도 유망주 소리를 들었을 때고 지금은 다시 절벽으로 밀릴 수 있는 나이다. 기대감보단 절박함이 더 커졌다. 바로 결과를 내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빨리 보여드려야 한다. 내 장점인 장타력을 보여드려야 하지만, 출루 등 다른 부분으로도 팀이 보탬이 돼야 한다. 수비에선 1루수로 김태균 선배의 뒤를 잘 받치고 싶다. 캠프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의 도움으로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을 듯싶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승준은 한화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선수지만, 훈련을 잘 받고 돌아와 웃는 얼굴로 인사드리도록 하겠다. 어떤 목표를 잡기보단 죽기 살기로 뭐든 해야 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절실하게 뛰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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