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백정현, 첫 FA 앞둔 2020시즌
-“변화구 중심 선발 운영능력 발전, 150이닝 이상 소화 의미 커.”
-“첫 FA 신경 쓰기보단 스스로 파악한 단점 보완에 집중”
-“더 많은 승리 원해, 주축 투수로 가을야구 도전하고 싶다.”

활짝 웃고 있는 삼성 투수 백정현(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활짝 웃고 있는 삼성 투수 백정현(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백)정현이는 따로 말할 필요 없이 알아서 몸을 잘 만들어왔어요.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투수 백정현의 스프링캠프 몸 상태에 큰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 이유는 확실했다. 백정현이 올 시즌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까닭이다. 백정현은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이 최대한 많이 승리한다면 저절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갈 거로 믿고 있다.

올 시즌 삼성 선발진의 이름을 하나씩 작성한다면 그 리스트에서 백정현은 ‘변수’가 아닌 ‘상수’에 가까워졌다. 2017년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준 백정현은 2018년 선발 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지난해 시즌 150이닝 이상을 처음으로 소화한 백정현은 선발 투수로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지난해 백정현의 성적은 28경기(157이닝) 등판 8승 10패 82탈삼진 56볼넷 평균자책 4.24다.

삼성 왕조 시절 추격조 불펜 투수로 뛰었던 백정현은 이제 주축 선발 투수로서 뛰는 가을야구를 그린다. 5년 만의 가을야구 무대와 생애 첫 FA 대박을 노리는 백정현의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스프링캠프에서 직접 들어봤다.

"승환이 형한테 배운 운동 방법, 캠프에서 잘 써먹고 있다."

백정현(오른쪽)은 오랜만에 재회한 오승환(왼쪽)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사진=삼성)
백정현(오른쪽)은 오랜만에 재회한 오승환(왼쪽)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사진=삼성)

스프링캠프 투수조 분위기가 활기차 보인다.

예전과 비교해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그만큼 선수들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보다 비시즌 준비 과정에서 체중 증량이 잘 이뤄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기에 힘이 더 생긴 느낌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오승환 선수에게 배울 점도 많겠다.

(오)승환이 형에게 운동하는 걸 잘 배우고 있다. 나에게 맞는 보강 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승환이 형이 가르쳐 준 대로 잘 써먹고 있다. 시즌 개막 뒤 내가 승리 조건을 만들고 내려가면 승환이 형이 지켜주실 테니까 더 감사하다(웃음). 승환이 형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

‘선발 투수’ 백정현이 이제 입에 달라붙는다.

선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부터는 후반기 때 좋았던 흐름으로 잘 유지하고 싶다. 지난해보단 더 많이 이겨야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

이제 1군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건가.

특별한 방법을 찾은 것보단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진 느낌이다. 이제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할 과제들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선발 투수로서 경기 운영 능력도 발전했다. 변화구로 맞혀 잡는 투구가 돋보였다.

아무래도 불펜 등판할 때보다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변화구 구사 능력이 더 좋아진 듯싶다. 변화구를 활용해 맞혀 잡는 요령도 터득했다. 그래서 지난해 완투승을 한 차례 경험한 게 큰 의미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투구수를 줄일지 영감을 얻었다.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커리어 첫 150이닝 소화다.

안 아프고 끝까지 공을 던졌으니까 가능한 뜻깊은 기록이다. 올 시즌도 지난해만큼 꾸준하게 던져야 한다. 150이닝을 또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딱히 승수 목표를 정하진 않았는데 내가 선발 등판하는 날만큼은 팀이 최대한 많이 이겼으면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었을까.

볼넷(36개->56개)이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늘어난 편이다. 시즌 초반에 안 좋았을 때 볼넷이 많이 나왔다. 올 시즌엔 초반부터 제구가 흔들리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

확실히 구속보단 제구에 중점을 둬야 할 듯싶다.

(고갤 내저으며) 또 그건 아니다. 제구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구속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승환이 형과 대화하며 느낀 점이다.

어떤 대화였나.

불펜 등판 땐 속구 구속이 그래도 140km/h 초중반까진 나왔다. 그런데 선발 등판 땐 속구 구속이 130km/h 중후반대로 떨어졌다. 승환이 형에게 ‘선발 등판할 때 투구수가 많아지며 구속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듯싶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승환이 형이 ‘그런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구속을 높여 유지하겠단 마인드로 공을 던지면 어떻겠느냐’라고 지적해줬다. 그래서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을 140km/h 초반대로 목표하고 있다.

'첫 FA' 앞둔 백정현 "내가 보완해야 할 점에만 집중"

백정현이 2월 9일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 베테랑 투수들 가운데 빠른 페이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백정현이 2월 9일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 베테랑 투수들 가운데 빠른 페이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제 백정현이 팀 선발 자리 하나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얘기가 됐다.

바깥 시선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에만 집중하고 있다. 선발 경쟁 구도도 그렇다. 내가 할 일만 생각하겠다.

생애 첫 FA를 앞두고 있는데 남다른 마음가짐이 생겼나.

솔직히 처음이니까 잘 모르겠다. 주위에선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하는데 해마다 그런 마음으로 훈련해왔다. 몇 승하고 몇 이닝 이상 소화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얘기하는데 그런 건 당연한 얘기니까. 지난해 느낀 내가 보완해야 할 점에만 집중하겠다.

5년 만의 가을야구 도전도 올 시즌 목표에서 빼놓을 수 없다.

가을야구는 정말 꼭 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그렇다. 시즌 초반부터 팀이 잘하도록 다들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이제 후배들 스스로 자기가 할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듯싶다. 내가 어렸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좋은 현상이다. 누구 한 명의 활약이 아닌 모든 선수가 다 잘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 나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겠다.

왕조 시절을 떠올린다면 격세지감의 상황이다.

왕조 시절엔 누구 한 명이 아닌 모두 야구를 잘했다. 나는 그땐 불펜 투수였고, 추격조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엔 내가 주축 투수로서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싶다. 예전처럼 묻혀가는 게 아니라 나도 함께 활약하며 팀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

야구 선수 아닌 사진 작가? 백정현은 그 순간의 감정을 남기고자 한다

백정현은 지난해 한가위 특별 사진전과 사진 팬 사인회를 열었다(사진=삼성)
백정현은 지난해 한가위 특별 사진전과 사진 팬 사인회를 열었다(사진=삼성)

야구 외적인 얘길 한다면 백정현 선수는 국외 여행을 다니며 사진 촬영하는 취미로도 유명하지 않나. 사진을 찍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을 사진 속에 남기려고 한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잡생각이 많아졌을 때 잘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 순간이 떠오르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당장 어디로 떠나지 않아도 되니까(웃음).

어떤 장소가 가장 멋있었나.

여행을 같이 다니는 친구가 사진을 찍을 줄 알아서 잘 배웠다. 겨울 아이슬란드 사진이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 가운데 가장 멋있었다. 현역 은퇴 뒤엔 여름에도 아이슬란드로 찾아가 사진을 찍고 싶다.

웨딩 사진도 셀프 촬영이었다고 들었다.

웨딩 화보 촬영 비용이 많이 드니까 내가 직접 찍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여행 겸 웨딩 촬영을 하러 가 셀프타이머로 사진을 찍었다. 자연 사진은 자연만 찍으면 되는데 웨딩 화보는 사람이 잘 나와야 하니까 생각보다 힘들었다.

백정현의 셀프 촬영 웨딩 화보(사진=삼성)
백정현의 셀프 촬영 웨딩 화보(사진=삼성)

지난해 사진 전시회와 함께 사진 사인회도 열었다. 올 시즌에도 계획된 백작가의 행사가 있나(웃음).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집에 많이 남았다. 올 시즌에도 사진전을 또 열지 고민해보겠다(웃음).

올 시즌 야구장에서 환하게 웃는 백정현 선수의 사진도 많이 찍혔으면 한다.

내가 선발 등판했을 때 팀이 이기는 장면이 자주 나와야 하지 않을까. 굳이 승리 투수가 아니더라도 팀의 역전승이 나왔으면 한다. 첫 FA도 결국 야구부터 잘하고 봐야 한다. 팀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이긴다면 나도 더 많이 웃을 수 있을 거다. 올 시즌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이겨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하겠단 말씀을 삼성 팬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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