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하늘 영웅’ 이천웅, 3년 연속 주전 외야수 노린다

-지난 시즌 후반 체력 저하 아쉬움…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 만들어

-“올 시즌 더 세밀한 야구가 목표…나만의 루틴 만들기도 과제”

-“144G 전 경기 출전 꿈꾼다…가을야구보다 더 높은 곳에 도전할게요”

몰라보게 탄탄해진 몸으로 나타난 이천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몰라보게 탄탄해진 몸으로 나타난 이천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호주 시드니]

이천웅. 하늘 천(天) 자에 수컷 웅(雄) 자를 써서 이천웅(李天雄)이다.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다.

지난 시즌 LG 트윈스 팬들에게 이천웅은 이름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이었다. 개막전 중견수 이형종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생긴 외야 공백을 공수에서 완벽하게 메웠다. 3할대 고감도 타격은 물론, 넓은 잠실 외야에서 연일 환상적인 호수비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리그 최상위권 외야수로 성장한 이천웅의 활약은 LG를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끈 숨은 원동력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지금의 이천웅을 만든 건 하늘이 준 재능 이전에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이었다. 처음에는 정식선수가 목표인 육성선수로 시작해, 다음에는 1군 선수로, 그리고 이제는 전 경기 출전을 꿈꾸는 주전 외야수로 성장한 이천웅이다.

이천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겨울에도 진지한 노력을 이어갔다. 지난해 시즌 후반 체력 저하의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부지런히 몸을 만들었다. 올 시즌 144경기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굵은 땀을 흘리는 이천웅을 호주 시드니 LG 스프링캠프에서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지난 시즌 후반 체력 저하…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 열심히 했죠”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올라선 이천웅(사진=엠스플뉴스)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올라선 이천웅(사진=엠스플뉴스)

대체 겨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몸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다들 저만 보면 그 얘기부터 하시더라고요.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습니다.

지난겨울 화제가 됐던 김현수 헬스교실’ 멤버였나요?

아뇨, 저는 정주현, 오지환과 같이 운동했어요. 주현이 친형이 제 친구인데 역도선수 출신이거든요. 역도선수들이 하는 운동이 야구에도 좋다고 해서, 배우면서 함께 운동했죠.

홈런 수를 늘리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인가요.

그건 아니예요.

그럼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느낀 다른 계기가 있습니까.

작년 시즌 말부터 조금씩 몸이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견수로 계속 경기에 나오면서 심리적으로는 안정을 찾았는데, 육체적으로는 힘들더라고요. 체력도 떨어지고, 근육도 타이트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도루 시도가 줄어든 것도 그래서였죠.

마지막 9월 한 달간 타율 0.250에 장타율 0.278로 성적이 좋지 않긴 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시즌에는 이런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하자고 다짐했어요. 겨울에 준비를 많이 하자고 마음먹었죠. 마침 주현이 형이 운동을 도와준다고 하기에, 저도 옆에서 같이 운동하겠다고 했어요.

성과가 있었습니까.

캠프 오기 전 마지막으로 측정했을 때 근육량이 3%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체지방은 1% 정도만 늘었고요.

아쉬웠던 점을 들어봤으니까, 이번엔 지난 시즌이 남긴 좋은 기억은 어떤 건지 들어볼까요.

우리 팀의 가을야구 진출이죠.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 가을에 또 한 번 야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지난 시즌이 ‘외야수 이천웅’을 재발견한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외야수 전향 초기만 해도 수비가 다소 불안한 편이었는데, 지난 시즌엔 원숙한 경지에 도달했단 느낌을 받았어요. 타구판단, 수비범위, 송구 등 모든 면에서 상위권 외야수로 도약한 시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플레이도 나왔던 것 같고요. 다만 이따금 안일한 수비를 하곤 했던 게 아쉬워요. 야구란 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번씩 안일한 플레이나 실수를 하고 나면, 마치 하늘에서 제게 ‘정신 차리라’고 경고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해마다 꾸준히 좋아진 수비력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 텐데요.

제가 처음부터 주전 선수는 아니었잖아요. 보완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비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방망이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 때 수비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훈련했어요.


“주전 외야수? 아직도 내 자리 없어…더 많이 생각하고 준비해야죠”

스프링캠프에서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이형종과 이천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스프링캠프에서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이형종과 이천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번 호주 캠프 테마는 뭔가요.

좀 더 지난해보다 세밀한 야구를 하고 싶어요. 뭐랄까, 좀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야구랄까요. 수비에서도 날아오는 공만 잡는 게 아니라, 안타가 나왔을 때 미리 상황에 맞게 움직여서 그 자리에 먼저 가 있는다거나, 백업 플레이 같은 부분을 잘하고 싶어요. 또 경기 외적인 부분에도 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저만의 루틴을 만들고, 몸 관리에도 더 신경 쓰고 시간을 투자하려고 해요.

루틴 만들기는 성과가 있었나요.

네. 만들어가고 있어요. 김현수 형을 보면서 루틴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또 제 친구 (김)민성이도 루틴대로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실행하고 있어요.

이천웅 선수의 매력은 수비도 있지만, 역시 날카로운 타격 솜씨잖아요. 이병규 타격코치와의 호흡은 어떻습니까.

좋은 분위기 속에 운동하고 있어요.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캠프에서 컨디션 안 좋은 날에는 훈련을 조절해 주시기도 하고요. 대화를 통해 잘 소통하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확고부동한 LG의 주전 외야수가 됐습니다.

저는 아직 확실한 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가요.

워낙 이형종도 좋고, 채은성도 좋고, 김현수 형도 있고 하니까요.

2016시즌 주전으로 도약했다가 그다음 해 주전 자리를 내줬던 아픈 기억 때문인가요.

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일한 마음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굳건합니다. 제가 원래부터 주전 선수도 아니었잖아요.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야구 외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나이 30대가 돼서야 비로소 1군 무대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까.

아쉬움은 있죠. 사람이니까 당연히 아쉬운 게 있는데……지금보다 어릴 땐 과거에 묻혀 살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지나간 날을 자꾸만 생각했죠. 그런데 과거에만 묻혀 있다 보면, 그 생각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더군요. 그걸 버리는 데만 한 2년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제는 현실주의자가 됐습니다. 또 최근 들어 이 야구판이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어요. 힘닿는 데까지 야구해야죠. 버티고, 버텨야죠. 차명석 단장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유니폼 오래 입는 사람이 제일 성공한 거라고요.


앞으로 야구인생에 어떤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나요.

늦게 시작한 만큼, 건강하게 오래 야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기록도 자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고요. 부모님께 가능한 오랫동안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올 시즌 목표가 궁금합니다.

만약에 제가 주전으로 나간다면, 한번 144경기를 뛰어보고 싶어요. 개인 성적보다도 전 경기 출전이 제 소원이에요. 계속 나가다 보면 기록은 자연히 따라오잖아요. 물론 몸이 안 되면 어쩔 수 없겠지만, 몸 관리를 잘해서 전경기 출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야구를 잘해야겠죠.

맨 처음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했을 때 이천웅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LG 정식선수가 되는 거였습니다.

정식선수 꿈을 이룬 다음에는요?

1군에서 50경기만 뛰어보는 게 목표였죠.


이제는 1군에서 144경기를 전부 뛰는 게 목표가 됐군요. 지금까지 이뤄온 것처럼, 그 목표도 꼭 이뤄질 겁니다.

그러고 나면, 그다음에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요.


끝으로 이천웅 선수를 사랑하는 LG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LG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에 가을야구 하면서 그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팬들도 많이 와서 응원해주시고, 저희도 가을야구가 어떤 느낌인지 경험해 본 만큼 올 시즌 또 한 번 힘을 내겠습니다. 이번엔 가을야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을야구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이 되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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