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의 움짤·2차 가공 영상 관련 저작권 강화 움직임
-KBOP “팬들이 만드는 움짤과 경기 편집 영상, 법적으로 불가”
-지난해 뉴미디어 계약으로 ‘1020’ 많은 유튜브 플랫폼 활용 어려운 KBO
-“시대 역행하는 플랫폼 쇄국정책, 젊은 야구팬 확장 기회 놓친다.”

향후 4년간 KBO리그 경기 관련 영상은 제한된 플랫폼에서만 제작될 수밖에 없다(사진=엠스플뉴스)
향후 4년간 KBO리그 경기 관련 영상은 제한된 플랫폼에서만 제작될 수밖에 없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스포츠팬들이 만드는 2차 가공물은 리그 흥행 요소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움짤’이다. 움직이는 짤방의 준말인 ‘움짤’은 경기 영상에서 나온 극히 짧은 분량의 GIF 영상 파일을 뜻한다. 팬들이 각자 재밌는 짧은 순간을 포착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고 화제성을 지닌 ‘움짤’이 퍼지며 더 많은 팬이 영상을 접하게 된다.

지난해 가을 온라인 야구팬들 사이에선 영상 저작권 단속이 강화됐단 이슈가 쏟아졌다. 온라인에 게재된 야구 영상 제작자가 삭제 권고를 받은 사례가 나왔다. 권고 기간 내 자진 삭제하지 않을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단 뜻이다.

지난해 체결한 뉴미디어 중계권, 저작권 단속 강화 움직임

KBOP는 지난해 2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총 1,100억 원의 규모로 뉴미디어 중게 및 콘텐츠 저작권 계약을 체결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OP는 지난해 2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총 1,100억 원의 규모로 뉴미디어 중게 및 콘텐츠 저작권 계약을 체결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O리그의 뉴미디어 중계권은 LG·SK·KT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 2곳이 연합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보유 중이다. 해당 컨소시엄은 지난해 2월 5년간 총 1,100억 원이라는 대규모 계약을 통해 뉴미디어 중계 및 콘텐츠 저작권을 따냈다.

실제로 ‘움짤’을 온라인상에 올려도 처벌을 받을까. KBO(한국야구위원회) 마케팅 자회사인 KBOP의 공식 입장은 ‘움짤’을 포함한 경기 영상 콘텐츠를 통산·포털 컨소시엄과 협의 없이 올릴 경우 무조건 저작권 위반이라는 것이다.

KBOP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이제 팬들이 자신의 창작물 안에 KBO리그 경기 영상을 사용할 수 없다. 2019년뿐만 아니라 이전 KBO리그 경기 영상 사용도 안 된다. 소위 말하는 ‘움짤’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엔 상업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됐다면 그냥 넘어갔던 상황으로 안다. 하지만, 지난해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뉴미디어 저작권을 획득했으니까 저작권을 보유한 주체의 의견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물론 ‘움짤’과 같은 영상 가공물을 온라인상에 올리는 팬들을 일일이 다 물색해 처벌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법적 처벌이 명확해진 이상 팬들의 KBO리그 2차 가공 콘텐츠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뉴미디어 저작권 계약으로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당연한 권리 찾기지만, 넓게 본다면 KBO리그의 흥행과 야구팬 확장엔 악영향을 주는 요소다.

유튜브 활용 미흡? 1020 세대 팬 확보 기회 놓친다

어린이와 청소년 팬 확보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언제까지 올림픽 금메달의 콩고물만을 기대할 순 없다(사진=엠스플뉴스)
어린이와 청소년 팬 확보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언제까지 올림픽 금메달의 콩고물만을 기대할 순 없다(사진=엠스플뉴스)

또 일부 야구계 관계자가 지적하는 요소는 바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활용이다. 유튜브는 사실상 뉴미디어 저작권을 보유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경쟁자다. 경쟁 사이트에 순순히 자신이 보유한 저작 권리를 넘겨주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제 KBO리그 경기 영상이 향후 유튜브 콘텐츠에서 활용되는 그림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결국, KBO가 지난해 뉴미디어 계약으로 당장은 큰 이익을 얻었지만, 향후 새로운 야구팬 유입 및 흥행 확장성에선 후퇴했단 지적이 쏟아진다. 유튜브는 현재 대한민국 10대와 20대를 지칭하는 ‘1020’세대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해 8월 동안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20세대가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유튜브로 확인됐다. 이 조사에서 10대는 1인당 평균 2,500분(월 41시간 40분)을 이용해 1인당 월 평균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세대였다. 20대는 1인당 평균 1,882분(월 31시간 22분)을 이용해 1인당 월 평균 사용 시간이 두 번째로 길었다.

유튜브에서 KBO리그 관련 콘텐츠 생산이 위축될 경우 1020세대를 야구로 유입할 통로가 확연히 좁아진다. 벌써 경고등은 켜졌다. 지난해 3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20대의 프로야구 관심도는 30%까지 떨어졌다. 2015년 같은 항목의 조사 결과인 49%에서도 무려 19%가 하락한 수치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KBO가 눈앞의 이득에 눈이 멀어 미래 세대를 향한 확장성을 포기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 최근 미국 매체에서 조사한 메이저리그 평균 시청 연령이 ‘57세’라는 얘길 들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야구 말고도 흥미롭게 다가올 콘텐츠가 많다. 한국 야구계도 결국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메이저리그의 팬 노령화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야구팬 고령화에서 발버둥 치는 ML, KBO도 긴장해야 할 때

MLB.com으로 통합 운영이 가능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구독자만 229만 명이 넘는 가운데 비시즌에도 다양한 영상을 통해 젊은 팬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사진=온라인 화면 캡처)
MLB.com으로 통합 운영이 가능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구독자만 229만 명이 넘는 가운데 비시즌에도 다양한 영상을 통해 젊은 팬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사진=온라인 화면 캡처)

팬 고령화가 현실이 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유튜브를 통해 젊은 세대들을 유입하고자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사무국 주도로 다양한 선수들의 활약 및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주기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무료 생중계를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내 경쟁 종목인 NFL(미식축구)과 NBA(농구)와 비교해 인기가 확연히 밀리는 추세를 극복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영상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저작권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KBO와 달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젊은 세대를 유입할 수 있는 통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단 점이다. 물론 KBO도 2015년 1월 유튜브 공식 채널을 개설해 KBO리그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KBO는 지난해 체결한 뉴미디어 계약으로 유튜브 채널 활용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든 분위기다(사진=온라인 화면 캡처)
KBO는 지난해 체결한 뉴미디어 계약으로 유튜브 채널 활용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든 분위기다(사진=온라인 화면 캡처)

하지만, KBO 공식 유튜브 채널(2월 20일 기준 총 구독자 8,630명)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야구팬들이 대다수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올라온 이 채널의 영상은 1월 2일 올라온 후원 기부금 전달식 영상이다. 비시즌 내내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흥미롭게 편집해 올린 메이저리그 공식 채널과 비교하면 폐업 수준에 가깝다. 겨울 동안 야구에 목마른 팬들은 각 구단 채널의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게다가 각 구단 채널의 생산 영상에도 올 시즌부터 저작권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전망이다.

KBOP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KBO 윈터미팅 기간에 각 구단 유튜브 채널 제작 영상과 관련한 경기 영상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곧 언론사와 방송사에도 가이드라인을 전달할 계획이다. 팬들이 만드는 영상과 관련한 저작권 가이드라인도 컨소시엄과 의논을 해봐야 할 듯싶다라고 밝혔다.

결국, 팬들의 2차 가공 영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동시에 ‘1020’ 젊은 세대들에게 야구를 어필할 수 있는 주요한 플랫폼도 제대로 활용하기도 힘든 분위기다. KBO의 플랫폼 ‘쇄국 정책’에 야구의 확장성이 가로막힌 셈이다. 앞선 야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야구가 ‘고인 물’이 될 거로 염려했다.

이제 짧은 움짤이나 영상만으로도 깜짝 스타가 되는 시대다. 여전히 4년의 뉴미디어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어린 세대들이 가장 많이 접근하는 플랫폼에서 KBO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가 ‘고인 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야구팬들 사이에선 ‘시대 역행’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야구 산업화’를 그렇게 강조하는 정운찬 총재가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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