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대권 도전의 마지막 퍼즐, 로베르토 라모스

-지난해 트리플 A에서 30홈런…가공할 장타력에 안정적인 1루 수비까지

-“운동은 노력…타격, 수비 다 잘하는 선수 되고 싶어 열심히 훈련했다”

-“현재에 충실, 미래는 생각 안 한다…올 시즌 LG 우승이 유일한 내 목표”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끝내러 온 로베르토 라모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끝내러 온 로베르토 라모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로베르토 라모스가 끝낼 수 있을까.

지난 두 시즌 LG는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8년 함께한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에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함께한 토미 조셉 역시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가 자꾸 아팠고, 나중에 합류한 카를로스 페게로는 1루 수비가 문제였다.

이에 LG는 ‘장타력을 갖춘 전문 1루수’를 조건으로 새 외국인 타자를 물색했고,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라모스와 계약에 도달했다. 키 190cm 거한에 지난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62홈런을 날린 라모스는 LG가 원하는 ‘장거리포’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1루 수비력도 수준급이다. 수비범위가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범위 안으로 오는 타구는 어렵지 않게 잡아낸다. 특히 야수들의 송구를 받아내는 포구 능력이 뛰어나다. 류중일 감독도 처음 보고받은 것보다 수비가 괜찮은 편이다. 포구도 잘하고 송구 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라모스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부상 없이 꾸준하게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2017년부터 최근 3시즌은 연평균 120경기 이상 출전했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던 가르시아, 조셉과는 달리 튼튼하고 건강한 선수다.

성격도 합격점이다. 흔히 중남미 선수하면 스테레오 타입으로 떠올리는 ‘흥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르시아처럼 수줍음이 많은 타입도 아니다. 점잖으면서도 사교적인 성격이다. 훈련 때는 동료 타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외국인 선수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와도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한국야구에서 반드시 성공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LG 관계자는 흔히 빅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보이는 ‘내가 메이저리거인데’ 하는 태도나, 한국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사고방식은 찾아볼 수 없다팀과 한국야구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라모스는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오직 LG 트윈스의 승리에 이바지하고, 팀이 우승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는 것만이 현재 라모스가 생각하는 유일한 목표다. LG 대권 도전의 마지막 퍼즐 조각 라모스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서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LG 출신 곤잘레스, 히메네스에게 KBO리그 조언 들었다”

타격 훈련을 준비하는 라모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타격 훈련을 준비하는 라모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LG 트윈스 스프링캠프에서 보름 이상 팀 훈련을 함께했다. 적응은 잘하고 있나.

정말 즐겁다. 하루하루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 동료들, 코칭스태프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좋다.


채은성, 전민수 등 동료들과 장난치는 모습을 봤다. 동료 중에 제일 잘해주는 선수는 누구인가.

꼭 누구 하나를 특정해서 얘기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모든 선수가 다 잘해줬다. 그리고 동료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다.


외국인 선수 ‘선배’인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많은 조언을 들려줄 듯싶다.

(고갤 끄덕이며) 그렇다. 윌슨은 벌써 3년째, 켈리는 2년째 KBO리그를 경험한 선수들 아닌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유용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외국인 선수로서 팀에 잘 녹아들 방법은 무엇인지, 또 주의해야 할 포인트는 어떤 게 있는지 조언해주고 있다. 두 선수에게 고맙다.


LG 입단이 결정된 뒤 KBO리그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고 들었다. 어떤 선수에게 조언을 들었는지 궁금하다.

세계 곳곳에 있는 내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LG에 가게 됐다고 했더니, 다들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더라.


그중에 KBO리그 팬들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선수도 있나.

KBO 팬들도 알만한 선수라면, 10년 전쯤에 LG에서 투수로 뛰었던 에드가 곤잘레스가 있다. 또 ‘루초’ 히메네스(루이스 히메네스)에게도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LG 선수네.

그런가.

“롤모델은 오티즈…타격은 물론 수비도 자신있다”

라모스와 류중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라모스와 류중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성장 과정에 관해 얘길 해보자.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나는 멕시코 에르모시요 지역에서 태어났다. 아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고, 야구가 좋았다. 친구들과 동네에서 야구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멕시코 출신인데 고등학교와 칼리지는 멕시코가 아닌 미국에서 다녔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고교와 주니어 칼리지를 다닌 특이한 이력이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2년간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고교를 졸업한 뒤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의 지명(16라운드)을 받았고, 바로 계약하면서 미국 야구에서 선수로 활동하게 됐다. 그때 내 나이가 19살이었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선수는 누군가.

데이비드 오티즈가 내 롤모델이다. 오티즈는 타격을 정말 쉽게 해낸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스윙으로 굉장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롤모델로 삼게 됐다.


마이너리그에서 해마다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018시즌엔 2개 레벨(A+, AA)에서 도합 홈런 32개를 때려내며 놀라운 장타력을 발휘했다. 무엇이 달라진 건가.

글쎄. 스윙 자체에 큰 변화를 줬던 것은 아니다. 그보단 프로 선수로서 조금 더 ‘성숙’해진 게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성숙이라.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간 뛰면서 경험이 쌓였고,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야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훈련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숙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1루 수비수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류중일 감독도 생각보다 포구 능력이 좋고 송구도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더라.

수비 훈련도 열심히 했다. 타격이나 어느 한 가지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공격과 수비를 둘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운동은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항상 많은 연습을 하려고 한다.


지난해 당신은 트리플 A팀 앨버커키 소속으로 30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앨버커키는 대표적 ‘타고투저’ 리그인 PCL에 속한 팀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당신이 넓은 잠실야구장, 덜 날아가는 공인구를 쓰는 환경에서도 장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거 아나? 내가 2018년도에 뛰었던 마이너리그 팀 경기장도 잠실 못지않게 넓었다. 난 거기서도 3할대 타율과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가.

사실, 여러 가지 외부의 환경적인 요소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안타, 홈런, 타점 같은 개인 성적도 마찬가지다. 그보단 내가 팀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구장이나 공인구 같은 외적인 부분은 개의치 않는다.


지난 2년간 LG는 외국인 타자의 잦은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LG 팬들도 코칭스태프도 제발 이번 외국인 타자만큼은 부상 없이 건강하기를 바랄 거다. 건강, 자신있나.

지나간 선수들은 잊어라. 난 잘할 자신이 있다.

“개인 목표 없다…LG 우승만이 유일한 목표”

라모스는 잠실야구장에서 수많은 팬 앞에 야구할 날을 기다린다(사진=LG)
라모스는 잠실야구장에서 수많은 팬 앞에 야구할 날을 기다린다(사진=LG)


빅리그 데뷔까지 마지막 문턱만 남겨둔 상황에서 LG 트윈스 입단을 결정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새로운 문화와 야구를 경험하면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배운다면, 선수로서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KBO리그에서 가장 좋은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게 결심하는 데 결정적 동기가 됐다.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뒤 다시 메이저리그 도전하려는 것 아닌가.

난 현재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려고 한다. 현재에만 집중하고, 미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현재’라.

지금 내가 속한 팀 LG 트윈스가 우승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LG의 마지막 우승이 굉장히 오래전이라고 들었다. LG가 다시 우승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야구 기술과 능력을 모두 동원해 팀 승리를 도울 것이다. 그게 지금 내가 집중하는 ‘현재’다.


이제 정규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무엇이 가장 기대되는가.

빨리 야구장의 수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 정말 환상적인 경험일 것 같다. 동료들과 함께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쳐 챔피언십까지 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올 시즌 LG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말로, 정말로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무슨 홈런이라든가, 타점이나, 높은 타율 같은 목표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팀의 우승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나아가고 싶다. 매일 저녁 LG의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 그게 올 시즌 내게는 유일한 목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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