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양현종, 스프링캠프에서 주장 선임
-윌리엄스 감독 “항상 다른 동료 챙기는 양현종이 적격자”
-양현종 “첫 주장? 나를 인정해주신 거니까 감사하다.”
-“꿈 이룬 (김)광현이가 부러워, 나도 큰 무대로 도전하고 싶다.”

KIA 투수 양현종은 올 시즌 종료 뒤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사진=KIA)
KIA 투수 양현종은 올 시즌 종료 뒤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은 2020년 세 마리를 토끼를 잡아야 한다. 자신이 처음 맡는 ‘캡틴’으로서 책임감과 도쿄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국외무대 진출이다. 특히 2010년대 초반 좌완 트로이카였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꽃길을 걷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양현종은 미국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중간 주장으로 선임됐다. 5일마다 등판하는 선발 투수가 주장을 맡는 건 흔치 않은 그림이다. KIA 매트 윌리엄스 감독은 팀 동료들을 향한 양현종의 애정과 관심을 지켜보고 주장 선임을 결정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MBC SPORTS+와 만난 윌리엄스 감독은 물론 선발 투수를 주장에 임명하는 건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다. 양현종은 캠프 기간 선수들 가운데 가장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 자신의 훈련 시간 이외에도 타자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수비 훈련 때도 함께한다. 동료들을 신경 쓰며 모든 선수가 잘하길 응원하는 게 보였다. ‘캡틴 양현종’은 나에겐 완벽한 선택이라고 주장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팀에서 처음으로 주장을 맡게 된 양현종은 부담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나를 인정해주신 거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감독님과 제대로 인사를 나눴는데 카리스마가 있으셔서 선뜻 말을 먼저 못 건넸다. 훈련 때 감독님이 솔선수범 앞장서서 보여주시니까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듯싶다. 진지하되 즐거운 훈련 분위기 만들려고 노력하신다라고 전했다.

ML 도전의 꿈, 김광현을 보며 더 커졌다

양현종이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사진=KIA)
양현종이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사진=KIA)

양현종은 올 시즌 종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재취득한다. 4년 전 실현하지 못한 국외 무대를 향한 꿈을 다시 펼칠 수 있는 시기가 돌아왔다. 류현진이 속한 토론토 스카우트 직원들은 최근 KIA 캠프를 찾아 구단의 양해를 구하고 양현종의 캠프 첫 불펜 투구를 바로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양현종은 캠프에서부터 실감이 난다. 투구할 때 미국 스카우트진도 지켜보고, 언제 던지느냐고 질문을 받기도 한다. 4년 전 큰 무대로 도전하고 싶었는데 스스로 준비가 안 됐었다. 최근 (류)현진이 형 기사나 (김)광현이 기사를 보며 스카우트가 왔을 때 대화도 잘해야겠단 생각도 든다. 마음속으로 마지막 기회인만큼 큰 무대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미국 진출을 향한 강한 열망을 내비쳤다.

KIA 캠프에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세인트루이스 주피터 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신입생으로 고군분투 중인 김광현의 소식도 양현종에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양현종은 광현이는 신인 시절 때로 돌아갔더라(웃음). 나름 한국에서 최고 투수인데 거기서 신인처럼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다. 내가 도전하려고 하는 목표를 먼저 실천했으니까. 거기서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절대적으로 응원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2020년 과제는 이강철 감독의 152승 경신과 올림픽 금메달 획득

물론 미국 무대 도전 전까지 양현종은 올 시즌 이루고 가야 할 목표가 많이 남았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양현종이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에이스’의 중책을 맡아야 하는 까닭이다. 양현종은 다가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1선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경기 초반 흔들리며 우승컵을 내준 아쉬움을 꼭 씻어야 한다.

시즌 중반 대표팀을 다녀온 뒤 소속팀에서 시즌 마무리 결과도 중요하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목표를 포함해 KT WIZ 이강철 감독이 보유한 타이거즈 통산 개인 최다승 기록(152승) 경신도 양현종의 중요한 목표다. 타이거즈 통산 136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은 올 시즌 16승 이상을 할 경우 이 감독을 따라잡게 됐다.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님이 자신의 기록을 깨라고 계속 얘기하신다(웃음). 떳떳하게 좋은 기록을 남기고 큰 무대로 도전하겠다 주장인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팀이 하나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캠프에서 선수들이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데 감독님 주문대로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려고 한다면 당연히 높은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선수들 잘 이끌어 좋은 시즌을 보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2020년은 어쩌면 한국에서 당분간 보지 못할 ‘대투수’ 양현종의 투구를 감상해야 할 시기일 수 있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항상 겸손하게 주변을 감쌀 줄 아는 양현종은 ‘ML 꽃길’을 걷을 자격이 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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