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든든한 리더 김현수, 2년 연속 주장 맡았다

-야구장 안에선 타격으로, 야구장 밖에선 리더십으로 ‘김현수 효과’

-“김현수 헬스교실? 너무 좋게 포장된 것…함께 운동하면 더 재밌잖아요”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상위권 유지하다 기회 오면 놓치지 않는 LG 됐으면”

2020시즌에도 LG의 김현수 효과는 계속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20시즌에도 LG의 김현수 효과는 계속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의 ‘김현수 효과’는 2020시즌에도 쭉 이어진다.

김현수 효과는 야구장 안과 밖을 가리지 않는다. FA 4년 계약 첫해인 2018년엔 야구장 안에서의 효과가 두드러졌다. 막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그해 타율 0.362에 20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타격 기계’다운 활약을 펼쳤다. 늘 방망이가 약해 고민이던 LG는 김현수 합류 이후 만만찮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 됐다. ‘유형’의 김현수 효과다.

지난 시즌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서 김현수의 진가가 드러났다. 주장이란 중책을 맡은 김현수는 매사 솔선수범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LG의 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로 후배들의 모범이 된 것은 물론, 팀이 침체에 빠졌을 땐 크게 화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쉴새없는 수다와 장난으로 선수단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고, 잘못된 행동은 따끔하게 혼낸다. 크고 작은 식사 자리를 자주 마련해 선수들과 대화도 나눈다. 외국인 선수 타일러 윌슨이 처음 합류했을 땐 수시로 안부 전화를 걸고,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보며 한국 적응을 도왔다. LG가 누린 ‘무형’의 김현수 효과다.

올 시즌에도 김현수는 유니폼에 ‘캡틴’ 마크를 달고 뛴다. 지난해 진가를 발휘한 ‘무형’의 리더십은 물론, 잠시 주춤했던 ‘유형’의 개인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2020시즌이다. LG의 야구 문화를 바꾼 ‘진짜 리더’ 김현수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기간 나눈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김현수의 헬스교실? 너무 포장된 것…함께 운동하면 더 재밌잖아요”

김현수는 지금의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LG 훈련 문화를 만든 주역이다(사진=LG)
김현수는 지금의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LG 훈련 문화를 만든 주역이다(사진=LG)


올해도 호주 시드니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성과가 있었나.

성과가 없다고 하면 이상한 것 아닌가. 큰돈을 들여서 멀리까지 캠프에 왔으면 당연히 성과가 나야 하는 거니까. 특별한 목표보단 다치지 않고, 많이 뛰겠단 생각으로 캠프에 왔다. 지금까지는 괜찮다.


LG 캠프 분위기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진지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훈련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유가 뭘까.

분위기는 작년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다들 즐겁게 운동하고 있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듯싶다. 사실 캠프 때는 어느 팀을 가보셔도 알겠지만 다 좋다. 지금은 나쁠 수가 없다(웃음).


겨우내 ‘김현수의 헬스교실’이 큰 화제가 됐다.

그걸 또 설명해야 하나.


얘기하기 싫은가.

그걸 헬스교실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채은성이랑 같이 운동하다가 다른 선수 중에 같이 하고 싶다는 선수들(유강남, 구본혁, 김재성)과 함께 운동한 게 전부다. 아마도 강남이가 얘기해서 그렇게 말이 나온 것 같은데, 그건 너무 좋게 포장된 거다. 함께 운동하고 싶은 선수들끼리 뭉쳐서 웨이트 하는 거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재밌으니까 하는 것일 뿐이다.


LG 선수단에 웨이트 트레이닝 문화를 전파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

그런 건 전혀 없다. 난 내 루틴대로 운동했고, 채은성이 같이 운동하자고 해서 하다 보니까 루틴을 갖는 선수가 늘어난 것뿐이다. 다들 원래부터 몸을 잘 만들었던 선수들이고, 나랑 같이 운동했을 뿐이다. 만약 내가 온 뒤 LG에 헬스 열풍이 생겼다면, 여태까지 계셨던 트레이너님과 코치님들은 뭐가 되나.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건 정말 아니다.


지난해 일부 선수들의 벌크업 실패 사례를 근거로 일각에선 ‘웨이트 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다고 본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결과가 안 좋았다기보단, 그 선수가 몸이 안 좋았던 건 아닐까. 아니면 운동 방법을 다르게 했다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물론 내 개인적 의견이고, 웨이트 해서 좋은 선수가 있으면 안 맞는 선수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핑계 없는 김현수 “공인구 얘기, 이제는 그만합시다”

김현수는 지난해 아쉬웠던 점으로 수비, 그리고 좋은 컨디션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점을 들었다(사진=LG)
김현수는 지난해 아쉬웠던 점으로 수비, 그리고 좋은 컨디션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점을 들었다(사진=LG)


지난해 홈런 11개에 장타율 0.437로 ‘김현수’란 이름값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지난 시즌 가장 마음대로 안 된 건 어떤 부분이었나.

아무래도 수비가 제일 안 됐던 것 같다. 수비가 제일 아쉬웠고, 더 잘하고 싶은 부분이다.


타격은 어떤가.

타격은 항상 어려우니까. 야구는 안 좋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도 시즌 중에 컨디션이 괜찮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좋은 컨디션을 좀 더 끌고 가지 못했다. 그게 아쉬웠다.


모두가 얘기하는 저반발 공인구 영향은 없었나.

이제 공인구 얘기는 더는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공인구 핑계를 대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김현수가 준비한 저반발 공인구 대응책은 뭔가.

글쎄, 작년보다는 배트 중심에 더 잘 맞히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좀 더 좋은 공을 골라 쳐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들, 그게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더라.


그만큼 야구가 어렵다.

공략법을 찾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일단은 잘 맞아야 잘 날아가는 거니까. 일단 지금 연습하는 대로 해보고, 게임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야구하면서 절대 양보 못 할 김현수만의 가치, 원칙 같은 게 있나.

없다.


단 하나도?

나는 다 양보할 수 있다. 전혀 상관없다. 꼭 뭘 지켜야 하나? 나는 다 열려 있다. 내 것, 네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짐? 무겁지 않아요…선수들이 다 알아서 하니까”


올 시즌 많은 언론과 전문가가 LG를 대권 후보로 지목한다. 두산, SK, 키움 등 상위권 3팀의 전력이 지난해보다 약해졌단 게 이유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미디어에서 얘기하는 거고, 개인적으로는 상위권 팀이 절대 약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가.

분명 유명한 선수, 좋은 선수들이 빠져나간 것은 맞다. 하지만 우승팀, 상위권 팀이 선수 한 명 빠졌다고 바로 전력이 안 좋아진다? 그래서 LG가 우승한다? 이렇게 말하는 건 잘못된 방식인 것 같다.


올해 LG 전력이 괜찮은 것도 사실 아닌가.

물론 LG가 전력을 그대로 잘 지킨 건 맞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항상 어디서 변수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또 그만큼 상대 팀들이 우리 팀에 대한 분석도 더 많이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처음 LG에 왔을 때 인터뷰에서 ‘우승 많이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이라기보단,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는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얘기했다. 4강권, 상위권에 계속 올라가는 팀을 함께 만들고 싶다는 의미였다. 우승? 당연히 많이 하면 좋지. 하지만 우승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니까.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승으로 가려면 밟아나가야 할 단계가 있다.

어떤 단계인가.

일단은 우리 선수들이 작년에 좋은 성적을 냈고, 좋은 맛을 봤으니까 앞으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다 같이 한마음 한뜻이 돼서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그런 팀이 됐으면 한다.


올 시즌 김현수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인가.

(단호하게) 없다. 항상 개인적 목표는 세우지 않고 시즌을 준비한다. 처음 프로에 왔을 때 김광림 코치님, 김민호 코치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다.


어떤 말씀인가.

‘개인 목표를 생각하면, 그 목표가 너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보단 다치지 않고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라’는 말씀이었다. 그 말씀대로 개인 목표보다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려 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2년 연속 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 ‘리더’라는 짐, 무겁지 않은가.

안 무겁다. 부담도 전혀 없다. 선수들이 다 알아서 하는데 뭐가 무겁겠나. 가끔 화만 한 번씩 내면 된다. 화내는 건 쉽다.


계속 잔소리하기 보단 가끔가다 한번씩 심하게 화내는 게 더 효과적인가.

난 잔소리도 계속하면서 화도 낸다. 말하기도 화내는 것만큼 쉽다. 전혀 어렵지 않다(웃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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