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020년 로봇 스트라이크 존 시범 도입 계획

-2020시즌 후반기 일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시험

-KBO “공정성 위한 도입, 심판진도 반대 안 해”

-1군에선 빠르면 2022시즌부터 도입 전망

미국 메이저리그는 트랙맨 레이더 장비를 활용한 로봇 스트라이크 존 실험을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와 협약해 진행 중이다(사진=gettyimageskorea)
미국 메이저리그는 트랙맨 레이더 장비를 활용한 로봇 스트라이크 존 실험을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와 협약해 진행 중이다(사진=gettyimageskorea)

[엠스플뉴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심판도 사람이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스포츠계에선 볼 수 없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와 최첨단 기술은 이제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심판 판정과 관련될수록 더 그렇다. 과거 심판 개인의 판독 실력에 의존했다면 이젠 기계와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까닭도 있다. 이제 팬들은 결과보단 과정, 즉 공정함이라는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심판의 오심으로 득을 보더라도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다. 언젠가 다시 오심으로 팀이 손해를 보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서도 심판 오심과 관련한 큰 난제와 논란이 있다. 바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이다. KBO 야구 규칙을 살펴보면 스트라이크 존은 공식적으로 오각형 홈플레이트를 가로축,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부터 가슴 중간 부분까지 이어지는 세로축으로 만들어지는 입체적인 형태의 공간이다.

KBO 야구규칙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의 정의. 스트라이크 존은 평면적인 형태가 아닌 입체적인 공간이다(사진=KBO)
KBO 야구규칙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의 정의. 스트라이크 존은 평면적인 형태가 아닌 입체적인 공간이다(사진=KBO)

인간의 눈으로 완벽하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 판정 성향에 각자 다르기에 관련 논란은 해마다 반복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불만을 쏟는 팬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한 경기 내에서라도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려달라는 아우성도 빗발친다.

팬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천당과 지옥을 넘나든다. 무엇보다 자신의 명예와 기록, 그리고 연봉이 걸린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선수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판정에 한순간 슬럼프로 빠지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한 현장 지도자는 공 하나에 그 선수의 시즌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 그만큼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정말 공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야구계에서 실험 중인 ‘로봇 스트라이크 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로봇 스트라이크 존 제도가 도입된다면 KBO리그에도 곧바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사진=gettyimageskorea)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로봇 스트라이크 존 제도가 도입된다면 KBO리그에도 곧바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사진=gettyimageskorea)

이제 스트라이크·볼 판정도 사람이 아닌 기계에 맡겨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을 위한 실험에 나섰다. 미국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의뢰를 받아 로봇 스트라이크 존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애틀랜틱 리그 구심들은 투구 뒤 트랙맨 레이더 장비를 활용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바로 듣고 판정을 내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0시즌 일부 마이너리그 경기에서도 로봇 스트라이크 존 시험을 계획 중이다. 만약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로봇 스트라이크 존 제도를 시행한다면 KBO리그에도 큰 파급 효과가 일어날 전망이다. 비디오 판독이나 자동 고의4구 등 메이저리그에서 새로 만들어진 제도를 시간을 두고 도입하는 KBO리그의 특성상 로봇 스트라이크 존도 피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는 까닭이다.

로봇 스트라이크 존을 향한 KBO리그 현장의 시선은 어떨까. 의외로 유보적인 시선이 많았다. A 코치는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투수와 타자가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인 면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손해 보는 투수들도 있지만, 이를 이겨낼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 코치는 로봇 스트라이크 존이 시행된다면 야구 본연의 재미가 떨어질 듯싶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돌고 돈다. 득이 있으면 언젠가 실도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규정대로 로봇 스트라이크 존이 철저히 시행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거란 의견도 있다. C 코치는 만약 홈플레이트 오각형 형태의 입체적인 스트라이크 공간을 다 잡아준다면 지금까지 펼쳐진 야구 경기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 끝부분을 어떻게든 스치게 하려는 투구를 할 텐데 타자나 팬들에겐 ‘이것도 스트라이크야?’라는 반응이 나올 듯싶다. 원바운드 성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애매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고갤 갸웃거렸다.

선수들의 반응에서도 로봇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향한 유보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몇몇 타자는 억울했던 스트라이크 판정의 경험을 언급하며 로봇 스트라이크 존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단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KBO의 로봇 스트라이크 존 시험, 공정성 지키기 위한 첫 발걸음

KBO리그에서도 로봇 스트라이크 존을 볼 날이 머지않은 분위기다. 이제 구심은 기계 장비를 통해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KBO리그에서도 로봇 스트라이크 존을 볼 날이 머지않은 분위기다. 이제 구심은 기계 장비를 통해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KBO리그에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 현실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야구를 시청하는 팬들은 중계사의 화면에서 찍히는 스트라이크 존을 보고 판단을 내린다. 만약 화면상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거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음에도 볼이 선언된다면 경기 뒤 야구팬들의 수많은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MBC SPORTS+는 독자적인 기술로 스트라이크 존 판독 카메라를 따로 설치해 홈플레이트 가장 앞 단면에서 프레임을 잘라 스트라이크 판정의 정확성 여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다른 방송사들은 스포츠투아이의 PTS 데이터를 이어받아 스트라이크 존 투구를 보여주기도 한다. 중계사의 스트라이크 존 투구 화면은 대부분 정확하다고 보면 되지만, 그렇다고 입체적인 스트라이크 존 공식 판정을 위한 100% 정확도를 구현한다고 보긴 힘들다. 로봇 스트라이크 존 공식 도입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아닌 까닭이다.

MBC SPORTS+는 독자적인 기술로 스트라이크 존 판정 관련 촬영 카메라를 따로 설치해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정확성 여부를 전달한다(사진=엠스플뉴스)
MBC SPORTS+는 독자적인 기술로 스트라이크 존 판정 관련 촬영 카메라를 따로 설치해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정확성 여부를 전달한다(사진=엠스플뉴스)

결국,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계획과 같이 레이더 기술을 활용한 로봇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KBO도 이에 발맞춰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을 준비하기로 했다. KBO는 2월 12일 로봇 스트라이크 존 시범 운영 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최대 9,7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입찰과 기술평가회를 거쳐 선정된 시범 업체는 올 시즌 후반기 퓨처스리그가 열리는 2~3군데 구장에서 최소 20경기 이상 로봇 스트라이크 존을 시범 운영해야 한다.

KBO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서 여섯 군데 정도 업체가 참가해 관심을 보였다. 야구계에 이름이 알려진 업체뿐만 아니라 생소한 업체도 보였다. 선정된 업체는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에서 로봇 스트라이크 존 운영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2021시즌부터 곧바로 1군에서 로봇 스트라이크 존이 적용되긴 어려울 듯싶다. 퓨처스리그 전체 일정에도 적용해봐야 하기에 1군에선 가장 빠르면 2022시즌부터 로봇 스트라이크 존 정식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KBO가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 시기를 최대한 빨리 앞당기는 건 야구팬들이 원하는 공정성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뜻이다. 이젠 스트라이크 존 논란도 심판의 재량 혹은 야구의 일부라는 시선은 스포츠로서 야구의 공정성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됐다. KBO 심판진도 오히려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 자세로 알려졌다.

KBO 관계자는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과 관련해 KBO 심판진도 수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심판들이 누구보다도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았을 거다.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안 하더라도 심판진이 해야 할 다른 판정도 많다. 이제 심판 판정을 두고 나오는 공정성의 가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KBO도 거기에 발맞춰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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