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확산하는 코로나19 사태, 프로야구도 직격탄

-시범경기 ‘무관중 경기’ 유력…이러다 정규시즌도 연기될라

-전문가 “정부 방침상 시범경기 무관중 경기는 불가피, 다만 경기 안에서는 감염 가능성 작아”

-정규시즌 정상 개최 가능할까? “앞으로 1~2주가 고비”

프로야구 2020시즌 정상 개최는 가능할까(사진=엠스플뉴스)
프로야구 2020시즌 정상 개최는 가능할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2020시즌 정상 개최는 가능할까.

지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하나의 감염증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다. 1,261명의 확진 환자와 12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 감염증의 영역에서 야구장도 예외는 아니다.

KT 위즈는 타이완에 차릴 예정이었던 2군 캠프를 취소했고,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취소돼 발을 동동 굴렀다. 26일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LG 트윈스는 한때 일본 2차 캠프를 취소하고 2차 캠프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치르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문제는 3월 14일로 예정된 시범경기부터다. 이미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이 무관중 경기 혹은 리그 연기를 선택한 상황이다. KBO도 시범경기 취소부터 관중 없이 경기하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다. 28일 개막 예정인 정규시즌까지 사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개막을 연기하거나 시즌을 단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KBO리그는 앞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큰 위기를 겪었다. 당시 메르스가 본격화된 6월부터 야구장 관중이 전월대비 40%가량 줄었고, 관중 동원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당시엔 경기 취소나 리그 중단까지 가지 않고 계속 리그를 진행했고, 이후 메르스가 잠잠해지며 무사히 리그를 마친 기억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어떨까. KBO리그 정상 개최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엠스플뉴스는 황승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와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강양구 전 프레시안 기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역학과 공중보건 전문가인 황 교수는 2015년 당시 메르스 역학조사에 참여하는 등 메르스 사태 최전방에서 활동한 의료인이다. 열렬한 야구팬으로 ‘한국야구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 전 기자는 2005년 황우석의 실체를 폭로하는 보도로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고, 2015년에는 메르스 감염 병원 실명을 최초로 공개해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기여한 언론인이다.

“무관중 경기는 불가피, 경기 안에서 감염 가능성은 작아”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공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공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선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는 시범경기 무관중 경기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서 위기경보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뉜다. ‘경계’ 단계를 넘어서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규모 체육 행사 제한 조치’를 내린다. 그런데 코로나19는 현재 경계를 넘어 ‘심각’으로 격상된 상황이라, 야구가 아닌 어떤 종목이라도 관중을 모아놓고 경기할 수 없다.

황승식 교수는 야구장은 관중석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어 관중들 간에 접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먹고 마시고 소리치면서 응원하다 보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출입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감염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당장 관중 앞에서 경기하긴 어렵다는 생각을 전했다.

강양구 전 기자는 “지금은 정부가 ‘심각’ 단계로 상향조정한 상태라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경기는 어렵다”며 “심각 단계에서 방역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 두기’다.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숙주와 숙주 사이에 거리를 둬서 전파를 차단한다는 개념이다. 병원, 회사, 교회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일이 최선”이라 했다. 무관중 경기가 최선의 대안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무관중 경기가 관중만 보호하고, 선수나 관계자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 조처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예 경기 자체를 열지 않는 게 최선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야구 경기 내에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생각을 전했다. 선수나 관계자처럼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고, 종목 특성상 감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생각이다.

강 전 기자는 구기종목은 선수와 선수가 일대일로 밀착해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경기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교수도야구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선수간 신체 접촉이 많지 않다. 침이나 체액이 닿을 가능성도 크지 않고, 유니폼도 상하의를 다 입고 하기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코로나19 사태에서 프로스포츠 경기장의 위험성은 다중이용시설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데서 나온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 자체는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경기 자체를 막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무관중이라도 선수단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문체부에서도 심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각종 안전수칙 등 지침을 배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방역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1~2주, 코로나19 ‘통제 가능’ 여부 분수령 될 것”

코로나19는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밀집했을 때 감염 위험성이 커진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19는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밀집했을 때 감염 위험성이 커진다(사진=엠스플뉴스)

시범경기가 지나고 정규시즌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앞서 대한핸드볼협회는 코로나19가 ‘경계’ 단계가 되자, 리그 잔여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리그 종료를 결정한 바 있다. 프로가 아닌 실업리그라서 가능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프로야구는 메인스폰서부터 중계권 계약, 뉴미디어 계약, 각종 크고 작은 광고 계약까지 거대한 자본이 얼키고설킨 산업이다. KBO 관계자는 시범경기는 몰라도 정규시즌을 무관중으로 개막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KBO에 최악의 상황은 ‘경계’ 혹은 ‘심각’ 단계가 시즌 개막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이 경우 KBO의 의지와는 별개로, KBO리그는 관중을 모아놓고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자연히 개막 연기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올 시즌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 정규시즌 스케쥴에 빈 공간이 거의 없다. 개막 연기는 곧 단축시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단축시즌은 KBO리그 39년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앞으로 1~2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천지’ 같은 최악의 돌발 상황만 생기지 않는다면, 3월 중순 경엔 다시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단 기대다.

황승식 교수는 “현재 정부가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올린 건 진짜 ‘심각’해서 올렸다기 보단 대구・경북 지역 해결을 위한 선제적 조처의 성격이 강하다”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감당이 안 되니까, 지방정부를 제치고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여야 한다. 내용 상으로 볼 때는 사실 심각 단계까지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황 교수는 “대구를 잡는 게 관건”이라 했다. 30번 환자까지 상황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 이후 신천지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지금 새로 나온 확진자는 대부분 거기서 나온 감염자다. 대구만 잘 잡으면, 2015년 메르스 때처럼 병원 내에서만 전파되는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1~2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만약 3월 중순까지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단계로 진정되면, 3월 말 개막하는 KBO리그에도 희망이 생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만약 3월 안에 사태가 진정된다면, 1주일 정도만 개막을 연기하면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다. 4월 첫주에 리그를 개막하고 대신 올스타 브레이크를 단축하는 방법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인 단축시즌은 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려면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위생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 강양구 전 기자는 단체생활을 하는 운동선수 특성상,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리그를 진행해도 선수 사이에 집단감염이 나타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지금은 스프링캠프 기간이라 국외에 있지만, 국내에 들어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가족들과 만나고, 특히 삼성 선수들 같은 경우엔 대구에서 사람들과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며 “구단에서도 선수들이 손을 잘 씻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프로야구가 선수와 관중들의 건강보다 더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나 자신과 가족의 위생에 철저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과 거짓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방역 당국과 믿을 수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잘 따르는 것이다. 야구가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올 그 날을 기다리며.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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