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1차 지명 상위 유망주들에 거는 기대

-마무리 후보 김원중, 선발 후보 서준원 등 호주 캠프에서 호투

-미국으로 간 윤성빈, 상동에 남은 이승헌도 페이스 좋아

-상위 지명 유망주, 한꺼번에 터진다면…롯데의 행복한 상상, 꿈만은 아니다

서준원과 김유영, 롯데의 1차 지명 출신 유망주 투수(사진=롯데)
서준원과 김유영, 롯데의 1차 지명 출신 유망주 투수(사진=롯데)

[엠스플뉴스]

10년 동안 열심히 모은 상위지명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포텐’을 터뜨린다면? 2020시즌을 준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행복한 상상이다. 지금까지 과정으로 봐선, 결코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호주 애들레이드와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상동 2군 야구장으로 나눠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캠프에서 젊은 유망주들의 빠른 성장세가 돋보인다는 게 롯데의 자체 평가. 특히 1차 지명, 2차 1라운드 등 최상위 순번에서 뽑은 선수들이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우선 마무리 후보 김원중. 김원중은 동성고를 졸업하고 2012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투수다. 당시 팔꿈치 부상에도 좋은 신체조건과 뛰어난 야구 재능을 보고 지명했다. 입단 이후 재활로 시간을 보내다 2017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엔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 마무리 경쟁에 나섰다. 호주 캠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1, 2차 평가전에 모두 등판해 도합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포크볼이란 주무기가 있어 마무리로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경남고 출신 2014 신인 1차 지명 좌완 김유영도 기대되는 선수다. 고교 시절 부산야구의 오타니로 활약한 김유영은 지난 2년간 상무에서 군 복무를 소화하고 올 시즌 팀에 복귀했다. 입단 당시만 해도 호리호리했던 몸이 군복무 기간 한결 탄탄해졌고 힘이 붙었다.

롯데 복귀 후엔 투구폼도 간결하게 수정했다. 그 결과 제구는 물론 구위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평가전에서도 공격적인 승부를 펼쳐 합격점을 받았다. 좌타자들이 까다로워하는 투수인 만큼, 올 시즌 롯데 좌완 불펜의 한 축을 맡을 전망이다.

야수 중엔 2018 신인 1차 지명 한동희가 있다. 한동희는 지난 2년간 1군과 2군을 오가며 성장통을 겪었다. 그러나 시련을 딛고 더 단단해져 올 시즌 활약을 벼르고 있다. 캠프 합류에 앞서 몸무게부터 8kg을 줄였다. 타고난 재능에 지난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25일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 상대 평가전에선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해 자체 MVP를 수상했다. 한동희는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더욱 잘해달라’는 의미로 선정해주신 듯하다. 상금도 받게 됐는데 현지에서 전준우형 생일 케이크를 구입하는 데 쓰겠다며 의젓하게 소감을 말했다.

2017 신인 1차 지명 윤성빈, 2018 신인 2차 1라운더 이승헌, 2019 신인 1차 지명 서준원도 올 시즌이 기대되는 상위 지명 트리오다. 지난해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윤성빈은 올겨울 팔 스윙을 조정하고, 1군 캠프 대신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에서 피치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16일 호주 캠프에 합류해서는 첫 불펜피칭부터 150km/h 강속구를 뿌렸다. 윤성빈의 공을 받은 포수 김준태는 “미국에서 실내 훈련만 하다 첫 야외 투구에 나섰음에도 구속과 구위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커진다.

이승헌은 1군 캠프가 아닌 상동 2군 구장에서 훈련 중이다. 입단 첫해 부상으로 고전한 이승헌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쌓았다. 최근 들어 팔꿈치 상태가 크게 좋아지면서, 용마고 시절 보여줬던 힘 있는 공이 조금씩 나오는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상동에 있는 투수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다”고 호평했다.

그리고 서준원. 이미 지난 시즌 1군용 투수로 검증된 서준원은 호주 캠프에서 묵묵히 훈련에 집중했다. 27일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 상대 평가전에선 선발로 등판해 3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총 투구 수는 58구, 최고 구속은 패스트볼 147km/h를 기록했다. 9대 9로 끝난 이 날 난타전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인 서준원이다.

서준원은 경기 후 오랜만에 선발 투수로 나섰는데, 많은 이닝은 아니지만 연습해왔던 것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주자 견제를 할 때의 감각도 제법 감이 잡혀가고 변화구 구사도 잘 됐다. 하지만 투구수가 늘며 체력 저하로 폼이 살짝 망가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남은 훈련 기간 이 점을 계속 상기해가며 보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물론 연습경기는 어디까지나 연습경기다.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규시즌에서 1군 팀들 상대로 144경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젊은 선수 성장이 더뎠던 롯데에서 상위 지명 유망주들이 일제히 활기를 찾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이들 중에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올 시즌은 물론 앞으로 롯데의 미래도 밝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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