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6일 오후 5개 구단에 ‘외국인 선수 2주 자가격리’ 방침 통보

-25일까지 자가격리 언질 없어…26일 오후 갑작스레 자가격리로 방침 선회

-미국발 입국자 가운데 확진자 크게 증가해…질병관리본부에서 KBO에 권고한 듯

-스프링캠프, 개인훈련으로 몸 만든 외국인 선수들…2주 자가격리 기간 훈련은 어떻게?

이미 선수단에 합류한 켈리와 윌슨. 앞으로 2주간 자가격리 대상이다(사진=LG)
이미 선수단에 합류한 켈리와 윌슨. 앞으로 2주간 자가격리 대상이다(사진=LG)

[엠스플뉴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KBO가 이번 주 입국한 5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가격리 계획이 없었던 구단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KBO 관계자는 3월 26일 오후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등 5개 구단에 외국인 선수를 2주간 자가격리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방침은 KBO 박근찬 운영팀장이 5개 구단 운영팀장에 통보한 뒤, 운영팀장들이 단장에게 보고하는 형태로 전달됐다.


“자가격리 통보, 왜 하필 오늘” 아쉬움 속에서도 “정부 방침인 만큼 협조해야”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3인조(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3인조(사진=엠스플뉴스)

구단들은 “국가적 문제인 만큼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KBO의 자가격리 방침이 오늘에서야 뒤늦게 나온 데 아쉬움을 표한다. 구단 중에는 이미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이 선수단에 합류해서 함께 훈련한 팀도 있다.

LG는 22일 타일러 윌슨을 시작으로 23일 로베르토 라모스, 25일 케이시 켈리가 차례로 입국해 오늘 선수단과 함께 훈련했다. KT도 23일 외국인 선수 셋이 함께 입국했고 선수단에 합류한 상태다. 입국한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단과 이미 접촉했다면, 자가격리 조처는 ‘뒷북’일 수 있다. 물론 이들 외국인 선수가 입국 직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합류했기에, 2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팀은 키움이다. 키움 외국인 선수들은 원래 27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키움은 미국 올랜도에서 출발해 애틀랜타를 거쳐 인천에 도착하는 비즈니스 항공편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입국 이틀을 앞두고 정부에서 27일 0시 기준으로 미국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키움은 2주간 자가격리를 피해 부랴부랴 항공편을 변경했다. LA 공항을 경유하는 이코노미 항공편을 어렵게 구했고, 오늘 저녁 외국인 선수 전원이 한국 땅을 밟았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KBO는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 자가격리 관련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았다. 키움 관계자는 25일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KBO에서 ‘27일 이후 들어오면 자가격리가 필수가 된다. 외국인 선수들이 빨리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구단에 조언했다. 그래서 오늘 들어오게 해놨는데, 결국은 자가격리 대상이 돼서 허탈하다고 했다.

전날 KBO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자가격리 방침은 논의되지 않았다. 참석한 의학 전문가가 “27일 이전 입국 선수도 자가격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얘기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오늘 자가격리 방침이 내려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O 관계자는 “물론 좀 더 일찍 방침을 전달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질병관리본부의 방침과 전문가 조언에 따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자가격리 의무는 27일부터지만 최근 미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늘고 있고, 바이러스 잠복기가 있는 만큼 27일 이전 입국한 선수라도 자가격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모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어제 일부 구단의 외국인 선수 입국 문제가 언론을 통해 크게 화제가 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일각에선 왜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바로 팀 훈련에 합류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이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KBO에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워낙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우리 구단만 놓고 보면 아쉬운 면이 있지만, 코로나19는 야구를 넘어선 차원의 문제다. 정부나 KBO에서도 모든 걸 예상하고 미리 정답만 내놓을 수는 없다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란 만큼, 당연히 협조하는 게 맞다 했다.

앞으로 2주 자가격리 기간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이미 선수단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에게 바뀐 상황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이라 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본국에서 개인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상태다. 14일 격리 기간에는 집이나 숙소 안에만 머물러야 해서 피칭, 타격 훈련을 하기가 어렵다. 시즌 개막에 맞춰 다시 몸을 만들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5개 구단 운영팀은 내일 오전 현장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회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