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기록 데이터화 작업 완료…일부 개인 통산 기록 조정

-전준호 NC 코치, 통산 550도루에서 549도루로

-정민철 한화 단장, 통산 60완투에서 61완투로 정정

-이강철 감독, 한용덕 감독도 잃어버린 탈삼진 되찾아

도루 하나를 잃은 전준호, 완투 하나를 되찾은 정민철(사진=현대, 한화)
도루 하나를 잃은 전준호, 완투 하나를 되찾은 정민철(사진=현대, 한화)

[엠스플뉴스]

야구 기록을 소재로 한 영화 ‘미스터 3000’의 주인공 스탠 로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3,000안타 기록 달성과 동시에 은퇴를 선언한다. 은퇴 후 9년 동안 ‘Mr. 3000’이란 별명을 내세워 다양한 사업을 벌여 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영구결번식을 앞두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기록 검토 결과 로스의 통산 안타 개수가 3,000개가 아닌 2,997개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결국 로스는 안타 3개를 채우기 위해 47세 나이로 현역에 복귀한다.

4월 2일 KBO리그에서는 여러 명의 한국판 스탠 로스가 나왔다. 이날 KBO는 리그 기록 데이터화 작업 완료를 알리면서KBO리그 38시즌 전 경기 기록의 데이터화 완성과 함께 잘못된 기록을 바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개인 타이틀이나 기록 순위가 바뀌는 정정은 없었지만, 일부 개인 통산 기록에 조정이 있었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대도로 활약한 전준호 NC 다이노스 코치는 기록 정정의 피해자다. 역대 최다도루의 주인공인 전 코치의 개인 통산 도루 수는 전날까지만 해도 550개였다.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롯데 소속이던 1996년 9월 20일 광주 무등구장 해태전 도루 기록이 교체 출전한 박종일(현 NC 데이터팀)의 기록으로 확인됐다. 전 코치의 1996시즌 도루는 23개에서 23개가 됐고, 통산 도루도 550개에서 549개로 정정됐다.

소식을 접한 전 코치는 기록은 정확성이 생명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할 수 없다. 디지털로 바꾸다 보니까 예전에 있었던 실수를 찾아낸 것 아니겠나. 그래도 0보다는 9로 끝나는 게 뭔가 더 꽉 차 보이지 않나.

전 코치는 “예전에 영화 ‘미스터 3000’을 본 기억이 있다. 실화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다시 선수 등록하고 뛰어야 하나”하고 웃어넘겼다. 물론 550개에서 549개가 됐어도 전 코치의 통산 도루 1위 자리는 여전히 굳건하다. 2위 이종범(510도루)과는 39개 차이로 압도적인 1위. 현역 최다도루를 기록 중인 KIA 김주찬(388개)과도 차이가 크다. 최근 뛰는 야구의 퇴조와 맞물려, 오래도록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전 코치는 “모든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FA(자유계약선수) 제도 도입으로 뛰는 야구가 줄었지만, 내 기록이 깨지고 후배들이 좋은 기록을 세워야 우리 야구가 건강하단 증거”라며 자신의 통산 도루 기록을 깨는 후배가 나오길 기대했다.

정민철 단장 완투 기록 +1, 이강철-한용덕 감독도 탈삼진 기록 +

47세 나이에 안타 3개 때문에 현역으로 복귀를 시도하는 영화 속 스탠 로스.
47세 나이에 안타 3개 때문에 현역으로 복귀를 시도하는 영화 속 스탠 로스.

한편 KBO는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의 개인 통산 완투 기록도 정정했다. 빙그레 소속이던 1992년 7월 30일 대전 삼성전에서 기록한 연장 11회 완투(무승부) 기록이 당시 성적 집계 오류로 누락돼, 시즌 11완투가 10완투로 잘못 계산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 단장의 통산 완투 기록은 60에서 61이 됐다. 통산 완투 순위에선 공동 11위였던 한용덕 한화 감독을 제치고 단독 11위로 올라섰다.

소식을 접한 정 단장은 “숨어있는 기록을 찾아내셨다고 하니까,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단장은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현역 시절 내 기록은 따로 찾아보거나 한 적이 없다. 기사가 나오거나 하면 나중에 알게 되는 정도였다. 당시엔 지금처럼 연봉계약에 다양한 옵션이 붙는 시절도 아니었다고 했다.

정 단장은 “투수 운영이 분업화되면서 완투, 완봉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완투 기록을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뿌듯한 느낌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단장 외에도 이강철 KT 위즈 감독, 한용덕 한화 감독이 기록 정정의 수혜를 입었다. 이강철 감독은 해태 소속이었던 1989년과 1992년 기록지 오류로 각각 연도에 탈삼진이 1개씩 누락된 것이 확인됐고, 총 2개의 탈삼진이 추가돼 개인통산 탈삼진이 1,749개에서 1,751개로 수정됐다.

또한 1995년 9월 3일(DH1) 인천 태평양 경기에서는 자책점이 3점이 아닌 2점으로 확인돼 그 해 시즌 평균 자책도 3.30에서 3.24로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아무래도 1,749개보다는 1,751개가 낫다”고 반겼다.

또 한용덕 감독은 빙그레 시절인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동안 매 시즌 기록지 오류로 삼진이 1개씩 누락된 것이 확인돼, 통산 탈삼진이 1,341개에서 1,344개로 정정됐다.

KBO에 따르면 수정 된 기록 중 투수는 투구이닝, 자책점 오기로 인한 평균자책 조정이 가장 많았다. 타자는 경기수 집계 오류(대수비만 나온 경우 경기 수에서 제외)가 가장 많았고, 홈런 기록 오류는 없었다.

기록원의 오기, 데이터 입력 오류, 단순 집계 실수 등의 여부를 검증해 정확한 기록으로 바로 잡았으며, 확인된 기록은 추가 검증을 통해 개인 및 팀의 통산 기록, 시즌 기록, 연속 기록 등 세부 항목에도 모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KBO는 검증 및 정정 완료된 기록들은 각 연도별로 투수, 타자를 구분해 정리했으며, 이후 선수 별로 정정된 내용을 구분하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KBO는 “앞으로도 매 시즌 종료 후 수기 기록지와 온라인 기록지, 데이터를 비교해 오류가 발견될 경우 즉시 바로잡아 미디어와 야구팬들에게 정확한 통계 자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 알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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