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포수 왕국 칭호는 2020년에도 계속
-스프링캠프부터 느낀 베테랑 정상호 효과 “경험+안정감 생겼다.”
-조인성 코치 “포수 각자 보완점 해결 위해 노력, 세혁이도 도루 저지 향상 필요”
-빈틈없는 확고한 세대투자, 포수 왕국 명맥 이어가는 비결

두산 포수진인 정상호(사진 왼쪽부터)와 박세혁, 그리고 장승현. 베테랑 정상호의 가세로 두산 포수진의 깊이가 더해졌다(사진=두산)
두산 포수진인 정상호(사진 왼쪽부터)와 박세혁, 그리고 장승현. 베테랑 정상호의 가세로 두산 포수진의 깊이가 더해졌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잠실]

두산 베어스가 ‘포수 왕국’이라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프로야구 원년 시절부터 김경문·조범현·김태형·진갑용·홍성흔·양의지 등 훌륭한 포수들이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영광의 역사를 함께했다. 지난해엔 박세혁이 새롭게 등장해 첫 풀타임 시즌 만에 우승 포수로 성장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은 두산은 베테랑 포수 정상호의 영입과 신인 포수 장규빈의 1라운드 지명으로 확고한 세대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니 포수 왕국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난해와 비교해 두산 포수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정상호의 합류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정상호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부름에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포수 출신 김 감독의 관점에서 ‘베테랑 포수’의 필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김 감독은 “(정)상호는 젊은 투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베테랑 포수다. 또 (박)세혁이와 비교하면 경험을 더 많이 쌓았으니까 비상 상황에서 상호가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라고 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나오는 ‘정상호 효과’는 두산 포수진 사이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다독이는 베테랑 정상호 가세, 두산 포수진 분위기 UP

정상호(사진 왼쪽)의 합류로 두산 포수조 분위기 더 밝아졌다(사진=두산)
정상호(사진 왼쪽)의 합류로 두산 포수조 분위기 더 밝아졌다(사진=두산)

(정)상호 형이 오며 우리 팀 포수 조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고 재밌어졌다. 어떤 상황에서 상호 형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신다. 잘하면 잘했다고 칭찬으로 분위기를 더 올려주고, 만약 실수하면 괜찮다고 분위기를 다잡아준다. 그런 건 개인 성향이 있는데 상호 형이 그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하신다. 나도 그런 성향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또 상호 형과 ‘이럴 땐 이렇게 가면 어땠을까’라며 볼 배합 얘기를 자주 나눈다. 코치님과는 또 다른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다. 두산 포수 이흥련의 말이다.

두산 조인성 배터리코치도 정상호의 합류를 반겼다. 젊은 포수들에게 코치가 조언하지 못 하는 부분을 베테랑 포수가 할 수 있는 까닭이다.

확실히 상호가 팀에 오니 포수진의 안정감이 더 생긴 느낌이다. 포수와 투수 사이에서 질문을 더하려는 분위기도 생겼다. 상호 생각을 먼저 얘기하기도 하고 투수가 먼저 와 질문도 더하기도 한다. 코치가 조언하지 못 하는 부분을 베테랑 포수인 상호가 중간 자리에서 잘해주고 있다. 팀이 더 단단해지고, 배터리 호흡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조 코치의 말이다.

정상호도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잘 인지하고 있다. 수 싸움에 있어 자신의 경험을 젊은 포수들에게 최대한 전달하며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빈틈에 대비하는 역할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세혁이와도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수 싸움과 관련해 경험에서 느꼈던 점을 한 마디라도 조언해줬다. 베테랑 포수로서 경험이 많다는 건 실패도 자주 맛봤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초심으로 이 팀에 왔기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두산에서 무엇 하나라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정상호의 말이다.

백업 경쟁 돌입한 이흥련, 하체 운동+풋워크 향상에 집중

두산 포수 이흥련은 치열한 백업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조인성 코치가 주문한 하체 운동과 풋워크 향상에 힘쓰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포수 이흥련은 치열한 백업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조인성 코치가 주문한 하체 운동과 풋워크 향상에 힘쓰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정상호의 합류로 백업 포수 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도 형성됐다. 주전 박세혁을 필두로 정상호와 이흥련, 그리고 장승현이 백업 포수 한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도 두산 포수진이 긴장감을 놓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조인성 코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치고 힘든 분위기지만,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고 주문했다. 나름 내부 경쟁 속에서 훈련하다 보면 분위기가 잡힌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이흥련은 백업 생존 경쟁을 위한 특별 과제를 수행 중이다. 조 코치는 이흥련의 수비 순발력 발전을 위해 하체 운동 및 풋워크와 관련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이흥련은 조인성 코치님이 하체 운동과 풋워크에 중점을 두라고 얘기하셨다. 지난해보다 스프링캠프 훈련 강도가 확실히 강했다. 기술 체력의 기본이 되는 게 하체 운동이니까 풋워크와 블로킹 순발력을 같이 키워야 한다. 타격 자세에도 변화를 조금씩 주고 있었다. 스윙 스피드 빠른 편이 아니라서 강하게 공을 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흥련에게 하체 운동 및 풋워크 훈련을 강조한 조 코치는 기술 체력이 약한 점을 지적했다. 조 코치는 (이)흥련이는 기술 체력이 다소 약하다. 풋워크 부분을 강조하며 반복 훈련을 계속해왔다. 기술 체력이 좋아야 어려운 공이 왔을 때 항상 준비돼 있고 방어할 수 있다. 지난해 큰 경기를 경험하며 그래도 발전한 느낌이다. 캐치와 블로킹에 있어 순발력이 많이 좋아졌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세혁이는 향후 3년 정도 꾸준함과 도루 저지 능력 향상 필요"

조인성 코치는 주전 포수 박세혁에게 도루 저지 능력 향상을 주문했다(사진=두산)
조인성 코치는 주전 포수 박세혁에게 도루 저지 능력 향상을 주문했다(사진=두산)

기존 주전 포수인 박세혁을 향해선 도루 저지 능력 향상이 과제로 주어졌다. 박세혁은 지난해 도루 저지율 23.2%(83도루 허용·25도루 저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00이닝 이상 수비를 소화한 KBO리그 포수들 가운데 10위 기록이었다.

조 코치는 (박)세혁이에겐 개인적으로 도루 저지 능력 향상을 주문했다. 팔 스윙 각도가 약간 낮다. 그런 면에서 수정하는 과정인데 도루 저지 능력이 좋아지면 훨씬 투수를 리드하고 안정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또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거라 향후 3년 뒤 통산 600~700경기 정도 경험을 쌓아야 한다. 주전 포수로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줘야 스스로 느끼는 감각과 촉이 나온다. 그런 걸 빨리 인지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2군에 내려간 장승현과 신인 장규빈도 언제든지 백업 포수 자리를 노릴 자원들이다. 특히 조 코치는 장규빈을 향해 향후 두산의 10년을 이끌 포수 재목이라고 강조했다.

조 코치는 (장)승현이는 훈련하다가 옆구리가 안 좋아 지금 2군에 있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 곧 1군으로 올라올 계획이다. 스프링캠프 때 본 (장)규빈이는 아직 어리고 포수를 중학교 2학년부터 늦게 시작해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2군에서 기본기를 한 단계씩 보완해야 한다. 물론 지닌 조건을 보면 향후 10년 넘게 팀을 이끌 포수 재목인 건 맞다라고 내다봤다.

신인 장규빈 지명은 지난해 당시 의외의 1라운드 픽이라는 주위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고려한 두산의 넓은 시야가 녹아든 픽이었다. 당시 두산 관계자는 “양의지가 떠난 뒤 공·수를 겸비한 포수는 사실상 박세혁뿐이다. 다음 세대를 고려하면 주전 포수로 성장할 어린 유망주가 필요했다. 수비에선 고교 최고로 평가받고, 타격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큰 선수다. 우리는 포수 보강이 최우선 순위였다”며 장규빈의 1라운드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투수와 야수들이 탄탄하기에 포수 왕국 칭호도 가능"

조인성 코치는 3년째 포수 왕국 두산의 배터리코치를 맡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조인성 코치는 3년째 포수 왕국 두산의 배터리코치를 맡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의지가 빠진 뒤에도 여전히 포수 왕국의 칭호를 이어가는 이유는 이처럼 포수진을 향한 확고한 세대투자라는 시선도 있다. 두산은 베테랑 정상호 영입과 신인 장규빈 지명으로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는 행보를 보였다. 과거 이원석(삼성 라이온즈)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로 당시 군대에 있던 이흥련을 지목했던 두산의 선택도 현재 시점에선 신의 한 수로 꼽힌다. 1982년생 정상호·1989년생 이흥련·1990년생 박세혁·1994년생 장승현·2001년생 장규빈 등 나이에 따른 세대별로 팀 내 포수진 구성이 알차게 이뤄진 셈이다.

물론 포수 혼자서만 잘해선 포수 왕국 칭호를 듣는 건 어렵다. 훌륭한 포수가 되는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훌륭한 투수와 훌륭한 야수와 함께 뛰는 것이다.

두산에서만 어느덧 3년 차 코치가 됐다. 현역 시절부터 두산은 항상 포수 왕국이라는 얘길 들어왔다. 코치로서 직접 와 보니까 포수들이 정말 잘하긴 한다. 사실 ‘포수가 강하다’라는 말은 팀 전체 투수력과 수비력도 굉장히 탄탄하다는 의미다. 포수 혼자서만 잘한다고 포수 왕국 얘기를 들을 수 없다. 두산은 포수를 중심으로 투수와 야수 전체가 전반적으로 안정됐기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포수 왕국이라는 칭호에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조인성 코치의 말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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