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하위권 추락한 한화, 지난해 경험 토대로 젊은 선수들 급성장

-야수진에선 유장혁과 노시환 연일 맹타, 2년차 시즌 대활약 예고

-투수진에선 김민우와 김이환이 5선발 경쟁, 불펜 이동 김진영도 상승세

-성장통 딛고 발전한 젊은 선수들, 한용덕 감독 3년차 성과 낼까

유장혁과 노시환의 2020시즌이 기대된다(사진=한화)
유장혁과 노시환의 2020시즌이 기대된다(사진=한화)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가 2019년 잠시 무릎을 꿇은 것은, 2020년에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나.

지난 시즌 혹독한 성장통을 경험한 한화 젊은 선수들이 겨우내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으로 올 시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야수진에선 2년차 유장혁과 노시환의 성장이, 투수진에선 김민우-김이환-김진영 등 우완 영건들의 발전이 눈에 띈다.


1년차 경험 토대로 성장한 대형 신인 유장혁과 노시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흡족한 한용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흡족한 한용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4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자체 청백전. 이날 경기에서는 외야수 유장혁이 펄펄 날아다녔다. 세 타석에서 모두 장타를 기록한 유장혁은 처음 두 타석에선 2루타를,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중간을 꿰뚫는 3루타를 날리며 청백전 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3월 25일 청백전부터 최근 5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멀티히트 행진이다.

이날은 안타 하나만 기록했지만, 내야수 노시환의 최근 활약도 만만치 않다. 노시환은 청백전 기간 홈런 두 방을 때렸다. 3월 23일 청백전에서 솔로홈런, 4월 2일 청백전에서도 솔로홈런을 날렸고 3월 25일과 31일, 4월 4일 청백전에선 2루타를 기록하며 장타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유장혁과 노시환은 지난해 프로에 입단해 올해 2년차 시즌을 맞는다. 고교 시절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둘은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1군 무대 기회를 받았다. 한화의 기대와 달리 바로 이정후, 강백호처럼 ‘포텐셜’이 터지진 않았다. 프로 무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야수 출신인 유장혁은 낯선 외야수비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노시환은 1군 투수의 변화구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시즌 경험을 통해 한 뼘 성장한 유장혁-노시환이다. 유장혁은 “이용규 선배를 가까이에서 보며 많이 배웠다”며 타격에서 “정확하고 강하게 치려고, 라인드라이브를 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청백전에서도 유장혁은 첫 타석 좌익수쪽 2루타, 두 번째 타석 중견수쪽 2루타, 세 번째 타석 우중간 3루타로 좌중우로 골고루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노시환은 “작년에 경험을 많이 해봐서 준비는 잘 됐다. 지난해엔 여유가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며 “배트를 짧게 잡고 타구에 강하게 힘을 실을 수 있는 방향으로 타격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배트를 짧게 쥐고서도 연일 장타를 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타격자세 변화는 성공적이다.

한용덕 감독도 두 선수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한 감독은 유장혁에 관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스프링캠프부터 우리 팀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뒀는데, 유장혁은 원래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인 데다 1년이 지나면서 좀 더 힘이 붙은 것 같다. 훈련할 때 봐도 지난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노시환에 대해서도 “수비면에서 많이 안정된 모습”이라며 “방망이만 조금 ‘에버리지’를 올린다면, 다른 기존 선수들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금의 상승세를 정규시즌까지 그대로 이어가는 게 과제다. 만약 유장혁, 노시환이 시즌 때도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한화는 더욱 탄탄한 멤버 구성을 갖추게 된다. 왼손타자가 많은 한화 외야진에 기동력과 펀치력을 겸비한 우타자 유장혁은 매력적인 옵션이다.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노시환도 부상에서 돌아온 유격수 하주석, 베테랑 3루수 송광민을 백업하며 장기적으로는 ‘후계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한 감독이 “우리 팀 선수층이 작년보다 많이 두꺼워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아픈 만큼 성숙한 우완 김트리오, 김민우-김이환-김진영

한화 우완 영건 김민우와 김진영, 김이환(사진=한화)
한화 우완 영건 김민우와 김진영, 김이환(사진=한화)

마운드 쪽에도 실패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2018시즌 한용덕 감독 부임 이후 2년간 ‘나는 선발투수다’ 서바이벌 경쟁에 출전했던 우완 영건들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숱한 대량실점과 조기강판, 1군과 2군을 오르내린 경험이 젊은 투수들에게 밑거름이 됐다.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입단 6년차 우완 김민우다. 김민우는 지난 두 시즌 꾸준히 1군 선발등판 기회를 받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18시즌엔 5승 9패 평균자책 6.52로 부진했고, 지난해도 2승 7패 평균자책 6.75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어깨 관절와순 부상에서 회복해 볼 스피드는 140km/h대를 회복했지만, 데뷔 초 보여줬던 자신있고 대담한 피칭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청백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이 뚜렷하다. 3월 21일 첫 청백전 4이닝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29일에도 4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고, 4월 4일 역시 4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한국에 온 뒤 3경기에서 12이닝 3실점으로 나오는 경기마다 호투 행진이다.

청백전에서 김민우의 최고구속은 147km/h. 스피드만 빨라진 게 아니라, 공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게 되면서 구위 자체가 예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한용덕 감독은 살이 많이 빠지면서 공을 던질 때 굉장히 경쾌하게 몸이 넘어온다. 그러면서 마운드에서도 좀 더 자신감 있는 행동이 나오고, 수치상으로도 스피드가 좋아졌다고 평했다.

김민우와 5선발 경쟁을 펼치는 2년차 우완 김이환도 주목할 만하다. 김이환은 3월 23일 청백전에서 4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이후 등판에선 4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청백전인 만큼 중요한 건 결과보다 과정이다.

지난해 평균 137km/h였던 볼스피드가 140km/h 초중반대로 부쩍 좋아졌고, 다양한 변화구를 선보이며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줬단 평가다. 특히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에 자신감을 얻은 만큼, 올 시즌 진화한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

2년의 기회비용, 한용덕 감독 3년차에 결실 맺을까

3년째 시즌을 준비하는 한용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3년째 시즌을 준비하는 한용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국외 유턴파 출신으로 입단 4년차 시즌을 맞는 김진영도 기대해볼 만하다. 애초 선발 후보 중에 하나였던 김진영은 첫 청백전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긴 뒤, 한용덕 감독과 면담 끝에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에서 짧은 이닝을 던지는 불펜으로 이동한 뒤, 평균 130km/h 후반대였던 패스트볼 구속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7일 청백전에선 평균 142km/h, 최고 144km/h의 빠른 볼을 자신있게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다. 3월 23일 청백전 1이닝 무실점, 4월 4일엔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불펜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한용덕 감독은 “정민태 투수코치와 김진영을 2018시즌 이태양처럼 짧은 이닝 압축해서 쓰면 어떻겠느냐는 얘길 나눴다. 가지고 있는 구질이나 여러가지가 좋아서 결정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 계속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중간투수들과 충분히 경쟁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한화는 값비싼 기회비용을 치렀다. 신인 선수들의 성장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고, 기회를 준 젊은 투수들은 좀처럼 선발 마운드에 자리잡지 못했다. 여기에 주력 선수 부상 이탈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치른 수업료가 아깝지 않으려면, 젊은 선수들이 실패에서 배우고 경험치를 쌓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단 현재까지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고무적이다. 한 감독도 젊은 선수들은 1군 경험을 토대로 한 시즌 지난 뒤 많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감독 첫해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조금씩 생각했던 모습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지난 2년의 기회비용이 한용덕 감독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 값진 결실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