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실행위, 4월 말 교류전·5월 초 개막 로드맵 제시
-무관중 개막이 가장 현실적, “관중 입장 시 안전 통제 어렵다.”
-선수 확진자 발생 시나리오가 가장 위험, 방역 디테일부터 잡아야
-개막 뒤 선수 의심 증세 발생 시 대응 시스템 정밀 구축도 관건

라커룸 안에서도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이뤄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라커룸 안에서도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이뤄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5월 5일 어린이날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는 완벽한 날씨에 KBO리그 개막 축포가 터진다. 개막전 선발 투수들은 스프링캠프 시작 뒤 3개월 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기대했던 관중들의 함성은 들리지 않는다. 부모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나온 어린이 팬들도 보이지 않는다. 멋진 홈런과 수비가 나와도 관중석은 고요하다.

앞선 무관중 개막 시나리오는 한국 야구계에 달갑지 않은 그림이다. 하지만, 무관중 개막은 현실로 다가온다.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인 까닭이다. 4월 7일 열린 KBO(한국위원회) 실행위원회에선 4월 21일부터 타 팀과 교류전을 시작으로 5월 초 정규시즌 개막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무관중 개막 뒤 서서히 관중 점유율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타 팀과의 교류전은 4월 21일 직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두루 고려해 일정 진행이 확정된다. 5월 초 개막을 가정하고 당일치기 경기로 남부와 북부리그로 나눠 팀당 4~6경기 정도 진행될 계획이다. TV 생중계도 이뤄질 가운데 관중 입장을 막을 교류전은 사실상 무관중 개막 리허설 무대와도 같다. 방송사 제작진도 평소와 비교해 적은 제작진 숫자와 카메라 숫자로 중계할 가능성이 크다.

"관중 입장 및 통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무관중 개막 가닥"

5월 초 KBO리그 무관중 개막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5월 초 KBO리그 무관중 개막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 교류전을 무사히 마친다고 하더라도 개막 확정까진 산 넘어 산이다. 무관중 개막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본 조건이 있다. 먼저 코로나19 국내 추가 확진자 숫자가 하루 최대 30명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가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과 더불어 오프라인 개학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종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부의 전염병 심각 단계 격하가 이뤄져야 한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개막 날짜는 5월 1일, 5월 5일, 5월 8일 이렇게 고민해볼 수 있다. 5월 초 개막을 언급한 건 4월 말 개막이 어려워졌단 의미와도 같았다. 오프라인 개학과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전염병 단계 격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앞서 이뤄져야 개막이 사실상 가능하다. 개막이 결정되더라도 현재 상황에선 무관중 개막이 가장 현실적이다. 관중 입장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무관중 개막은 KBO리그 구단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관중 입장 수익이 구단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무관중 경기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구단 재정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돼 관중들을 점진적으로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불안한 안전 요소가 있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10%, 20% 등 이렇게 점진적으로 관중을 받는다고 해도 코로나19 전염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다. 관중들이 일정 거리를 띄워 놓고 앉아야 하고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장 내 경호원들이 경기 내내 관중 한 명 한 명을 감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 관중 감염 사례가 만약에 나온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와 관련해 논란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수 확진자가 안 나오는 게 가장 중요, 방역 디테일 구축이 관건

감염 예방을 위해선 그라운드 위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감염 예방을 위해선 그라운드 위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어쩌면 무관중 여부를 놓고 나오는 논쟁은 곁가지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점이다. 만약 시즌 개막 뒤 선수 확진자가 나올 경우 향후 2주간 일정을 모두 중단해야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즌 정상 진행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마자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해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개막 전 선수단 동선과 관련한 ‘방역 디테일’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이번 실행위에서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규정을 논의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현재 자체 연습과 청백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와 라커룸 안에선 대부분 마스크 착용이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교류전부터는 그라운드 위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될 수 있다.

류대환 총장은 가장 무서운 건 선수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일정이 전면 중단되고 연쇄 감염이 일어나는 일이다. 결국, 선수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 현재 구단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지만, 교류전부터 방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라운드 위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특히 밀폐된 좁은 공간인 라커룸 안에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그라운드 위에서 연습할 때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자 한다. 원정 경기를 하러 오는 선수단 동선 관리도 구단과 협의해 최대한 방역 빈틈없이 짜보겠다라고 설명했다.

몇몇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서 습관적으로 침을 뱉는 행동도 고쳐야 한다. 한 현장 관계자는 혹시나 모를 비말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침 뱉는 행동도 있어선 안 된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일 수도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시국에선 나와서 안 될 행동이다. 팬들도 TV 중계를 통해 볼 수 있기에 선수 개인이 정말 신경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KBO리그 구단들은 미열과 2차 접촉 가능성만으로 훈련 중단을 곧바로 결정한다. 만약 시즌 개막 뒤 한 선수가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엔 정부에서 KBO리그로 파견한 역학 조사관이 접촉자들을 분류해 자가 격리를 지시할 수 있다. 다만, 개막 뒤에도 미열과 2차 접촉 가능성만으로 경기 일정을 곧바로 취소하는 건 부담감이 크다. 해당 의심 선수만 격리한 뒤 곧바로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받게 하고 다른 선수들은 경기 일정을 정상 소화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에 따른 올 시즌 1군 엔트리 일시 확대 방안도 나온다. 144경기 체제 소화를 위한 월요일 경기 및 더블헤더 경기 편성과 더불어 코로나19 자가 격리 가능성까지 고려해 올 시즌 1군 엔트리를 28명에서 30명 이상으로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류 총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한다. 결정을 내릴 때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긴밀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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