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에이스 최원태, 청백전에서 최고 147km/h 기록

-포심 투수 시절 최고구속, 투심으로 기록해…투구폼 변경 ‘성공적’

-신중한 손혁 감독 “9일만 청백전…다른 팀과 연습경기 상대 반응도 봐야”

-“구속 올라 좋은 만큼 부상 올까 불안함도…트레이닝 파트에 당부”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최원태(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최원태(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내국인 에이스 최원태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시즌에는 투심 패스트볼의 스피드를 끌어올려 ‘2단계 진화’에 도전한다. 장점인 무브먼트를 유지하고, 하반신 건강을 지키는 게 관건이다.

최원태는 4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홈팀 선발투수로 등판, 4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청백전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9일만에 치르는 청백전이라 타자들의 컨디션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이날 원정팀 선발 이승호도 4이닝 동안 ‘노히터’를 기록했다.

기록보다 주목할 건 최원태의 볼 스피드다. 이날 최원태는 패스트볼 구속 최고 147km/h를 기록했다. 지난 청백전 등판 때(145km/h)보다 2km/h가 더 빨라졌다. 지난 시즌 최원태의 포심 최고구속은 145km/h, 평균구속은 포심이 142km/h에 투심 140km/h에 머물렀다.

경기 후 손혁 감독은 지금까지는 구속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1회부터 공을 70구 가까이 던졌는데, 마지막 회에도 145km/h까지 나왔다. 박정음 상대 초구 141km/h 말고는 나머지 공이 다 144km/h 이상 나온 것으로 안다. 지난해보다 평균구속이 훨씬 올랐다고 했다.


‘스피드 업’ 최원태, 무브먼트 유지-부상 최소화가 과제

9일 청백전에서 역투하는 최원태(사진=키움)
9일 청백전에서 역투하는 최원태(사진=키움)

147km/h는 최원태가 서울고 에이스 시절에, 그리고 프로 입단 초기에 던지던 구속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포심 투수였고, 지금은 투심이 주무기라는 점이다. 데뷔 초 빠른볼 위주 피칭이 1군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자 최원태는 2017년부터 투시머로 변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뒀다.

삼진을 목표로 포심을 던지는 투수에게 긴 이닝을 책임지는 그라운드볼 투수로 변신에 성공한 최원태다. 다만 어깨와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투구폼 탓에 해마다 내구성에는 약점을 노출했다. 2017년과 2018년엔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고, 지난해엔 포스트시즌에선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다.

지난 겨울, 최원태는 손혁 감독과 상의해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팔꿈치를 높게 드는 기존 폼을 손을 빨리 올리면서 팔스윙을 빠르게 하는 형태로 조정했다. 또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끌려 나왔던 오른다리를 단단히 고정하고 던지는 폼으로 바꿨다. 부상 방지를 목적으로 바꾼 투구폼이 볼 스피드까지 향상되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 최원태는 투심 구종가치 7.6으로 리그 전체 투수 중에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원태의 투심 패스트볼은 우투수 평균보다 5cm 이상 높은 수직 무브먼트 값을 보인다. 만약 무브먼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속까지 빨라진다면, 타자 입장에선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게 분명하다.

손혁 감독은 “오늘 처음 트랙맨을 켜고 경기했다. (최원태 공) 움직이는 걸 작년과 비교해 보라고 했다”며 “개인적으로 147km/h 정도가 나오면, 무브먼트가 좀 덜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키움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최원태의 빠른 투심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손 감독은 타자들이 9일 만의 경기라서 반응이 조금 늦고 했다. 연습경기에서 상대팀 타자들 반응도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커브 각이 좋아진 대신 체인지업이 전보다 덜 떨어지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

손 감독은 “무브먼트를 다시 줄지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와 상의해 보겠다. 그렇다고 속도를 떨어뜨리는 건 아까우니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최원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장단점을 면밀히 체크해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손 감독이다.

갑작스러운 구속 증가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손 감독은 속도가 올라가서 좋은 만큼 사실은 불안도 하다. 구속이 오르면 자기가 원래 쓰던 근력의 범위보다 더 큰 근력을 쓰기 때문이라 했다.

투구폼 변화로 상체 부상의 위험성이 줄어든 대신 하체 쪽의 부담이 커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손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와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처럼 사타구니 부상까지는 아니라도, 최원태도 허벅지 안쪽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시즌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면 제일 약한 쪽에 부상이 올 수 있는 만큼, 그런 부분을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다.” 모두가 달의 밝은 면을 바라볼 때, 반대편 어두운 면까지도 예상하고 대비하는 손 감독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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