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털 사이트를 통해 KBO 리그 경기를 보는 미국 팬(사진=트위터 캡처)
한국 포털 사이트를 통해 KBO 리그 경기를 보는 미국 팬(사진=트위터 캡처)

[엠스플뉴스]

지구 반대편에서 KBO 리그가 중계된다. 그냥 방송되는 수준이 아니라 팬들끼리 '최강두산', '무적LG'로 논쟁하는 듯한 모습도 나온다.

전 세계에서 야구가 시작된 유이한 리그인 KBO 리그가 5월 5일 개막됐다. 야구에 굶주림을 느낀 미국 야구팬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나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에서는 현지 야구 팬들이 KBO 리그 시청을 인증하면서 이미 팬이 됐다는 반응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 팬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준 미국 야구 팬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 "미네소타? No... LG? Yes!"

KBO 리그가 열리자마자 미국 팬들은 각자의 응원팀을 찾기 시작했다. 김현수, 이대호 등 과거 메이저리그에 뛰었던 한국 선수가 있거나 혹은 자신의 응원팀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를 대며 KBO 리그에서 응원할 팀을 골랐다. 심지어 본인 집 가전제품의 브랜드 때문에 응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팬들은 곧 SNS상에서 몰입하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심한 경우 욕설까지도 나오곤 했다. 전통의 라이벌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는 마치 '잠실의 주인'을 논하듯 각 팬들끼리 과열된 응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트윈스보다 한국 트윈스가 좋다?! (사진=트위터 캡처)
미국 트윈스보다 한국 트윈스가 좋다?! (사진=트위터 캡처)

일부 팬들은 메이저리그 팀들을 뒤로하고 KBO 리그 팀에 더한 애정을 주기도 했다. 한 팬은 미네소타 트윈스와 LG 트윈스의 로고를 올리며 LG에 더 호감이 간다는 뜻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 크보=KBO, ㄷㄷ=amazed

미국 최대의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에서도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아예 KBO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브레딧(게시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KBO 리그에 대해 궁금한 점을 주고받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크보(KBO). ㄷㄷ 등 한국 야구팬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들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었다.

레딧에서 KBO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미국 팬들(사진=레딧 홈페이지 캡처)
레딧에서 KBO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미국 팬들(사진=레딧 홈페이지 캡처)

중계를 지켜보면서 미국 팬들은 "내가 이걸 보려고 밤을 새웠다", "3시간 반 동안 침대에 누워 지구 반대편 야구를 봤다. 이젠 좋아지려고 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KBO 리그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빠던(배트 플립)' 문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여기는 NC 팬 계정", 우리 형이 KBO에서 뛰었어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KBO 리그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무키 베츠(다저스)는 개막에 맞춰 김하성, 이영하 등 KBO 리그 주요 선수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개막전 ESPN의 해설을 맡은 제프 파산 기자는 자신의 SNS에 KBO 리그의 주요 배트 플립을 소개했다.

'폭스 스포츠 위스콘신'에서 밀워키 브루어스 중계를 하는 스포츠 캐스터 브라이언 앤더슨은 "우리 형이 90년대 후반 KBO 리그에 최초로 뛴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었다면서 미국에서 KBO 리그 중계를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앤더슨의 형은 1998년부터 2년 동안 LG와 쌍방울에서 뛰었던 투수 마이클 앤더슨이다.

NC 팬 계정이 된 더램 불스 트위터(사진=더램 불스 트위터 캡처)
NC 팬 계정이 된 더램 불스 트위터(사진=더램 불스 트위터 캡처)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팬들이 약자가 같은 NC 다이노스를 응원하자 아예 NC 팬을 자청한 구단도 있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트리플A팀인 더램 불스는 5일 구단 공식 트위터 프로필에 'NC 다이노스 팬 계정'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공교롭게도 공룡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양정웅 기자 dooge2080@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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