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중계 계기로 미국 현지에서 KBO 인기…유명인사로 떠오른 댄 커츠

-2000년대 초부터 웹사이트 통해 한국야구 홍보…’빠던’과 응원 문화 소개

-“지난 몇 주간 놀라운 경험…한국야구 향한 관심은 ‘리얼’입니다”

-MyKBO 통해 한국과 ‘지속적 유대관계’ 의미…생모와 다시 만날 날 꿈꾼다

MBC 스포츠플러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댄 커츠(사진=엠스플뉴스)
MBC 스포츠플러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댄 커츠(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다른 사람들이 KBO, 한국야구, 그리고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5월 5일 열린 2020 KBO리그 개막전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 적은 관중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개 구장 모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고, 이날 총 관중 수는 ‘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은 KBO리그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개막전이기도 했다.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 ESPN이 5일 NC-삼성전부터 매일 1경기씩 KBO리그 중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NBA, NFL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를 중계하는 채널이 한국의 프로야구 경기를 방송하는, 믿기 힘든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ESPN 중계를 신호탄으로 뉴욕타임스 등 현지 유력 언론이 KBO리그 개막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두산을 양키스에, LG를 메츠에 비유하는 등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트위터와 래딧 등 미국인들의 SNS 타임라인은 온통 KBO리그 얘기로 가득했다. 야구가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사람들과 트리플 A 구단 더램 불스 트위터 계정이 ’NC 팬’을 자처하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ESPN 생중계를 계기로 웹사이트 ‘MyKBO’ 운영자 댄 커츠(Dan Kurtz)도 유명인사가 됐다. 입양인 출신 댄 커츠는 2000년대 초부터 MyKBO 사이트를 통해 미국 현지에 한국야구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아무도 한국야구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부터 ‘빠던’과 응원문화를 미국에 소개한 사람이 바로 댄 커츠다.

엠스플뉴스와 연락이 닿은 댄 커츠는 “하루하루가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라 했다. 댄 커츠는 요즘 ESPN 중계방송에 객원해설로 출연하고, 각종 팟캐스트 출연과 인터뷰로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KBO리그를 통해 모국인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그리고 KBO리그를 통해 앞으로 또 다른 만남을 꿈꾸는 댄 커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KBO리그 향한 높은 관심에 방문자 급증…MyKBO 사이트 다운”

ESPN 중계방송에 출연한 댄 커츠.
ESPN 중계방송에 출연한 댄 커츠.


반갑습니다. 우선 MyKBO.net과 댄 커츠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댄 커츠이고요, MyKBO.net의 설립자입니다. 제 사이트는 KBO에 대해, 한국야구에 대해 알기 원하는 영어권 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최근 ESPN을 통해 KBO리그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화제의 인물이 되셨는데요. 요즘 하루하루를 어떤 기분으로 보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몇 주간의 경험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KBO에 관심을 가진 지난 20년 동안, KBO경기가 ESPN을 통해 미국에서 방송되는 건 꿈조차 꾸지 못했으니까요. 처음 ESPN 계약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매우 충격을 받았고 흥분도 되었습니다. 어제는 ESPN의 SK-LG 경기 중계방송에 1이닝 동안 게스트 해설로 출연했습니다. 최근 ESPN에서 한국 기자들이나 예전 KBO리그 출신 선수들을 불러서 인터뷰하고 있거든요. 어제는 저와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이 게스트였어요. 우승 감독 출신인 힐만을 부르면서 왜 저를 같이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웹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인가요?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개막전 당일 경기를 보다 7회인가, 8회쯤에 자러 갔습니다. 밤에는 저도 자야 하니까요(웃음). 아마 새벽 1시 반이었을 겁니다. 잠에서 깨어 휴대전화로 트위터를 켰는데, 메시지가 많이 와 있더군요. 이런 멘션이 와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굿 뉴스, 님 사이트 다운됨. 배드 뉴스, 님 사이트 다운됨.’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싶었죠. 사이트 관리를 도와주는 친구와 대화를 나눴는데, 친구 얘기론 사이트 방문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하더군요. 작년 KBO리그 개막전 당시보다 27배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고 해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죠. 개막한 뒤 지난 2주간 미국 현지에서 보여준 반응은 우리 웹사이트만 아니라 KBO리그 전반에 대해서도 매우 열광적이었습니다.

미국 현지의 분위기를 좀 더 자세히 전해주시죠.

정말 놀랍습니다. 개막전 직후 저는 많은 언론으로부터 KBO에 대한 정보 요청을 받았고 어떻게 리그의 팬이 되었는지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KBO리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응원팀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팬을 자처하고 마스코트에 애정을 보내기도 하고, 모자와 유니폼 사고 싶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솔직히 아직도 ESPN을 통해 KBO 시즌이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듭니다.

KBO리그를 향한 미국 현지의 관심은 ‘진짜’일까요.

사실 소셜 미디어에선 긍정적 여론이 있으면, 부정적 여론도 있게 마련입니다. 보통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항상 화가 많이 나 있고, 매사에 부정적이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제 트위터 팔로워 중에는 KBO리그 개막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을 드러낸 분이 거의 없었어요. 요즘 ESPN에선 하루에 세 번씩 KBO리그 경기를 틀어줍니다. 생중계로 한번, 서부시간대로 오전에 또 한 번, 그리고 저녁 시간에 한 번 더 틀어주죠. 그러면 사람들이 제게 트윗을 보냅니다. ‘헤이, 지금 재방송으로 경기를 보고 있어요’ ‘아주 좋은 경기예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제게는 놀라웠습니다. 사람들이 KBO리그를 이렇게 좋아해 준다는 사실이 제게는 아주 기뻤습니다.

이처럼 미국 팬들이 KBO리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 이건 KBO리그가 지구상에서 단 두 번째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리그이기 때문이다. 현재 ESPN을 통해 중계되는 유일한 생중계 스포츠이기도 하고요, 팬들이 목말라하던 콘텐츠입니다. 사람들이 괜히 생중계를 찾는 게 아니죠. ‘대체 NFL 2008 챔피언십 경기를 얼마나 더 봐야 하는데?’ 이게 사람들의 심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ESPN 편성표를 보면 옛날 메이저리그 명승부, 대학풋볼 재방송, E-스포츠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실 KBO리그 중계를 시작하기 한 주 전에는 플레이스테이션 4게임인 ‘MLB 더 쇼’ 리그를 중계하기도 했었는데요. 실제 메이저리거들이 컨트롤러를 잡고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했습니다. 저는 취향이 아니라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정말 재밌게 즐기는 사람도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게임 같은 건 실제 나무 배트로 공을 때리는 진짜 야구에는 비할 수 없죠. 그래서 KBO리그가 막을 올렸을 때, 이제 라이브로 중계되는 스포츠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기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모든 스포츠 종목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에게 프로 스포츠란 굉장히 드문 호사와도 같습니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매일 TV 저녁 6시 반 7시가 되면 일을 켜서 메이저리그를 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2000년 생애 첫 잠실 직관, 우즈의 몬스터 홈런, 뜨거운 경기장 열기…잊지 못할 경험

자녀와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은 댄 커츠.
자녀와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은 댄 커츠.


미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야구를 어릴 적부터 좋아했나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4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됐습니다. 대부분을 펜실베니아주의 랭커스터라는 지역에서 성장했으며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으로 자랐어요. 제가 어렸을 때 필리스 최고의 스타는 마이크 슈미트였고, 뒷마당에서 야구를 하며 항상 슈미트를 따라 하곤 했습니다.


워싱턴주에 살고 계셔서 시애틀 매리너스 팬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그건 아니었군요. 나중에 19살 때 친구와 여행하러 한국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제 첫 한국 방문은 지난 1999년 다른 한국 출신의 입양아 그룹과 함께였습니다. 그 10일간의 여행 기간 부산, 제주도, 서울, 경주와 같은 곳들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하루는 잠실야구장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당시 가이드가 그곳에서 프로야구팀이 경기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한국에 프로야구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외국인 중엔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1999년 당시의 인터넷은 현재와 같지 않았어요. 위키피디아, 구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가 KBO에 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9년도의 여행은 매우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당시의 기억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사람들, 문화, 그리고 지역들 모두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저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제가 태어난 고향에 대해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1년 뒤 교환학생으로 돌아와 처음 잠실야구장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2000~2001년에 연세대학교의 국제학부에서 공부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온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또 당시 연세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던 현재의 아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제 첫 KBO경기 직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첫 ‘직관’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2000년 가을, 한국에서 사귄 친구가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모든 프로스포츠를 좋아했기에 당연히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저는 어떤 팀이 있고 어떤 경기장에서 경기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지금 기억나는 건 지하철을 타고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갈 때 노점상에서 음식과 음료들을 파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경기 티켓 값과 음식값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굉장히 저렴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상상이 갑니다.

잠실야구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저는 메이저리그 경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의 열기는 이미 뜨거웠고 메이저리그 경기보다 훨씬 시끄럽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타이론 우즈 선수가 몬스터 홈런을 쳤고 모든 관중이 열광하고 박수를 치던 것이 기억이 나요. 그리고 응원가, 응원구호, 치어리더도 많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당시에 두산이 이겼는지 졌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경기장을 나오면서 친구에게 빨리 또 다른 경기를 보러 오고 싶다, 이 팀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제가 처음으로 KBO리그의 팬 문화를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 리그를 접하며 성장한 당신에게, 한국야구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을 끌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경기와 지역 마이너리그팀인 레딩 필리스 (필라델피아 AA팀) 경기를 보며 성장했습니다. 그 경기들도 물론 재밌었지만 KBO 경기의 주말 직관이나 포스트시즌 경기 직관과는 비교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팬으로서 KBO 경기를 즐기는 경험은 미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메이저리그 경기보다 홈/원정 팬들 모두 훨씬 더 열정적입니다.

그런가요.

KBO 경기에서는 경기의 스코어와는 상관없이,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양 팀 모두 열띤 응원을 펼칩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홈팀이 지고 있으면 사람들은 일찍 경기장을 떠납니다. 저는 KBO를 경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야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록 콘서트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야구 자체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저는 KBO 선수들이 경기 중에 보여주는 여러 재간들, 이를테면 ‘빠던’이나 삼진을 잡은 뒤 주먹을 쥐면서 포효하는 모습이 맘에 듭니다. 경기의 수준은 메이저리그에 못 미칠 수는 있어도 KBO는 경기에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첫 20년은 한국과 무관한 삶, 이후 20년은 KBO리그 덕분에 한국과 지속적 유대관계”

댄 커츠가 운영하는 MyKBO 웹사이트.
댄 커츠가 운영하는 MyKBO 웹사이트.

2003년부터 웹사이트 MyKBO를 개설해 영어권 독자에게 한국야구를 소개해 왔습니다. 웹사이트를 개설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 MyKBO를 만든 이유는 영어권 팬들에게 KBO를 소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처음 리그에 관해 관심을 가졌을 때는 리그, 팀, 선수들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영어 자료가 많지 않았습니다. 연세대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간단한 한국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KBO의 팀, 경기장 위치, 선수 이름, 기록 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만든 게시판에 그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군요.

처음에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 저 혼자뿐이었고, 지역 영어신문의 게시판에서 제가 답변해줄 수 있는 야구 관련 질문 글에 답변을 올리며 제가 만든 게시판에 방문하도록 홍보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몇몇 유저들을 모을 수 있었고 도메인을 구입한 후 MyKBO.net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직 매우 기초적인 디자인에 불과하지만 저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이 KBO와 한국야구에 대해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MyKBO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많은 관심을 받았던 건 아닙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 때도 꾸준하게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한국야구를 소개했습니다. 그런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제 생각에는, 제가 한국에서 입양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20년간 저는 저의 고향과의 커넥션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고, 기초적인 한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첫 20년간은 저는 한국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지난 그 후 20년간 저는 저의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과 계속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지속적인 관계라.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는 한국 출신의 입양아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웹사이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한국, 한국야구, 그리고 KBO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자랑스럽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미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현재 집에서 3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전업주부(?)입니다. 9살 아들, 5살 아들, 3살 딸이 있어요. 이전에는 교육 쪽 일을 했었고 한국에서 몇 년간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서울과 창원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강사 일을 했었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가 프로야구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그 학생은 저에게 부끄러워하며 스승의 날 선물로 사인볼을 선물로 주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 선수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조규제 선수였어요. 학생의 영어 이름은 제니(Jenny)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조규제 선수는 삼성의 육성군 코치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봐선 자녀들도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도 당신처럼 KBO리그와 두산 베어스의 팬인가요.

제가 두산의 팬인 이유는 첫 직관 경기가 두산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베어스의 팬이지만 저는 모든 10개 구단에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선입견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아이들은 아직 스포츠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팀의 로고는 알고 있지만 팀이 이기든 지든 큰 관심은 없습니다. 제 아이들은 그저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니 큰아들과 함께 한국 야구장에 간 적도 있는 것 같던데요. 당시 아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잠시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5살이었던 큰아들을 잠실에서 열리는 경기에 몇 번 데려간 적이 있어요. 하지만 불과 몇 이닝 만에 아이는 지루해하기 시작했고, 경기장 여러 곳을 구경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직 야구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저 아이를 처음으로 KBO 경기에 직접 데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아마 많은 야구팬이 궁금해할 질문일 겁니다. KBO리그 구단의 새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을 한국 언론보다도 훨씬 빠르게 전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는데요. 비결이 뭔지 공개할 수 있습니까.

몇 년 전까지 제가 시간이 더 많았을 때는 KBO의 외국인 영입선수에 대해 알아낸 다음 제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올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셋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엔 더욱더 바빠졌고, 이제는 선수 영입에 대한 글보단 팬들이 더욱더 재밌어할 만한 다른 뉴스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야구 소식은 어떻게 수집하나요.

제 한국어 실력은 여전히 별로 좋지 못합니다만, 다행히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웹상에서 제공하는 번역 서비스들이 어려운 기사를 해석할 때 도움이 됩니다. 물론 여전히 몇몇 기사를 읽을 때는 다시 한국어 공부했던 것들을 되살려본다는 느낌으로 해석을 해보곤 합니다. 여기엔 모국과 저의 유대관계를 확인하는 의미도 있고요.

“한국야구 즐기는 방법? 메이저리그의 안경을 벗어라”

댄 커츠의 트위터 계정 MyKBO.
댄 커츠의 트위터 계정 MyKBO.


ESPN 중계와 함께 한국야구 특유의 ‘빠던’과 응원문화도 미국 현지에서 화제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야구가 한국의 응원이나 야구 문화를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구요. 일찌감치 ‘빠던’을 미국에 소개해 온 선구자로서, 최근의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국과, 북아메리카 지역에 두 개의 다른 야구 문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아메리카에는 ‘baseball culture’가 있고 한국에는 ‘yagu culture’가 있는 것입니다. 두 문화가 모두 야구라는 경기를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다른 문화에 따른 규칙, 그리고 몇몇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 두 문화가 다르다고 해서 한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다른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트플립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겨지지만 ‘yagu culture’에서는 배트플립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경기장 분위기는 조용하지만 KBO 경기는 시끄럽고 요란합니다. 저는 같은 야구라는 경기를 보면서 독특하고 다른 각각의 야구문화를 만들어가는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KBO리그 경기를 보려는 새로운 팬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안경을 벗어라’죠. 열린 마음으로 봐야 합니다. KBO리그는 한국프로야구 리그입니다. 여기서 마이크 트라웃을 볼 수는 없어요. 대신 최정, 박병호 같은 좋은 선수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선수들은 빅리거가 아니잖아’란 시선으로 보면 부정적인 인상밖에 얻을 수 없겠죠. 그보단 긍정적인 요소를 보라고 얘기합니다. 재미있고, 짜릿한 야구가 펼쳐지는 리그에요. 저는 물론 메이저리그도 좋아하지만, MLB에는 없는 여러 가지 덕목 때문에 KBO리그를 좋아합니다.


한국야구는 한국경제처럼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당신이 한국야구를 처음 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한국야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지난 20년간 리그, 방송사, 그리고 관중 수가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TV 방송부터 살펴보자면 이제는 MBC스포츠플러스와 같은 전문 채널도 생겨났고, ‘’ 같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까지 방송하고 있습니다. 처음 KBO 중계방송을 시청했을 때는 경기에 대한 소개도 전혀 없었고 9회의 3번째 아웃 직후에 바로 뉴스 또는 드라마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방송은 4D 리플레이나 RPM과 같은 더욱더 상세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정확합니다.

제가 KBO를 보기 시작한 이후에 생겨난 또 다른 변화는 바로 관중 수입니다. 예전에 수원에 현대 유니콘스 경기를 보러 갔을 때 경기장에는 거의 관중이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 현대가 수원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요즘 가장 적은 관중 수를 기록하는 경기장조차도 2000년대 초반의 경기장에 비하면 관중이 훨씬 많고 시끄럽습니다.

경기장도 많이 달라졌죠?

맞아요, 최근엔 많은 팀이 신식 구장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새로운 구장들을 모두 방문해보는 것이 제 목표 중 하나입니다. 경기력 역시 예전보다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한국 경기장을 방문하고 있고, 팬으로서 리그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KBO리그의 오랜 팬으로서 올 시즌 리그 판도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두산 팬이니까 당연히 두산의 우승을 예상하나요.

굉장히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입니다. 최근엔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가서 키움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할 거란 예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 응원팀이라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합니다(웃음). 실제로 키움은 올 시즌 초반 아주 뜨거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현재 저를 놀라게 하고 있는 팀은 따로 있습니다.

어느 팀인가요.

바로 롯데 자이언츠에요. 올해 새로운 단장과 코치들을 영입했고, 분석 쪽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데요. 실제로 올 시즌 롯데의 경기를 보면 지난 시즌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올 시즌에는 이기는 것도 이기는 거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즐기고 있어요. 웃으면서 즐겁게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훌륭한 초반 페이스의 원천이 바로 그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기세를 시즌 내내 이어갈 수 있을지는 봐야 알겠지만요.

팀 얘기를 들었으니 이번엔 어떤 선수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지도 듣고 싶군요.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놓고 제가 지켜보는 선수들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일단 저는 KBO리그 선수들이 빅리그에 진출하는 걸 크게 환영합니다. 제가 미국에 사는 만큼, 그들의 경기를 보러 갈 수 있으니까요. 저는 키움 유격수 김하성의 경기를 보고 싶습니다. 나성범의 경기를 보고 싶고요, 양현종이 미국에서 던지는 것도 보고 싶어요. 이 세 명이 올 시즌 끝난 뒤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는 선수들입니다. 좀 더 미래를 놓고 본다면 KT 위즈 강백호가 기대됩니다. 역시 키움 출신인 이정후도 마찬가지고요.


한 사람의 야구팬으로서 한국야구가 앞으로 이것만큼은 바꿨으면 하는 부분, 발전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이번 ESPN 중계를 통해 KBO리그, 팀, 선수들, 그리고 한국의 팬들이 지금 전 세계에 KBO를 즐기고 배우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리그가 해외 마케팅에도 힘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ESPN 계약을 통해 미국에 많은 KBO 팬들이 생겼습니다. 메이저리그와 다른 리그들이 재개하게 되면 몇몇 팬들은 관심을 끄겠지만, 몇몇 팬들은 여전히 KBO리그에 관한 관심을 지속해서 나타낼 것입니다.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쯤에도 여전히 KBO리그를 보는 미국 팬이 남아있을까요?

KBO리그가 여기 미국에서 단 한 명의 새로운 팬을 확보하든 1,000명을 확보하든 5,000명의 새 팬을 확보하든 간에, 이건 지금까지 KBO리그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그만큼의 새로운 팬을 얻었다는 얘기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여기서는 KBO리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KBO가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더 세계적인 리그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MyKBO 통한 경제적 이득? 내 유일한 바람은…”

한국야구를 즐기고,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일은 당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입니까.

저는 다른 사람들이 KBO, 한국야구, 그리고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주위에 많지 않은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자라며 저는 제가 태어난 나라인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실망하곤 했습니다. 한국에 여행도 다녀오고, 공부도 해보고, 살아보고, 일도 해보니 이제 한국이란 나라와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뿐만 아니라 한국의 야구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아내와 그녀의 가족 또한 제가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제 아내는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렇군요.

또한 저는 계속해서 KBO와 한국 야구에 대해 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2000년부터 리그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난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일어났던 KBO의 역사는 아직 잘 알지 못하고, 따라서 매일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제가 자는 동안 일어났던 KBO 경기와 관련된 뉴스와 하이라이트를 챙겨봅니다. 사실 예전에는 밤을 새워서 경기를 보곤 했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있어 그러지는 못합니다. 대신 낮에 재방송을 챙겨봅니다. 제 목표는 제가 지난 20년간 KBO를 좋아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KBO리그를 즐기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의 계획은 계속해서 MyKBO.net을 비영리 팬 사이트로 운영해 다른 사람들이 KBO와 한국 야구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입니다. 최근 언론 노출이 많아지면서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거나 이와 관련된 일을 구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유일한 욕심이 있다면, 한국 언론에서 MyKBO와 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제 생모가 저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어 나중에 서로 상봉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인터뷰할 수 있게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한국에 가게 되면 챙겨 보게 되는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인터뷰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조만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KBO 경기를 직관하러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행, 번역: 김신욱 MBC SPORTS+ PD

정리: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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