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포를 터뜨린 박병호(사진=키움)
멀티포를 터뜨린 박병호(사진=키움)

[엠스플뉴스=부산]

드디어 터졌다. 국민거포 박병호가 13경기 만에 홈런포를 터뜨렸다. 하나로는 아쉬웠는지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길었던 침묵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박병호의 멀티포 포함 홈런 4방에 선발 전원 안타를 몰아친 키움은 롯데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박병호의 홈런포 재가동엔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1회 첫 타석만 해도 ‘오프너’ 이인복 상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최근의 좋지 않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다. 3대 0으로 앞선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2볼에서 3구째를 건드린 타구가 떠올라 1루 쪽 파울 구역으로 향했다. 허무한 파울플라이 아웃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이 타구를 롯데 수비진이 잡지 못하며 박병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기사회생한 박병호는 최영환의 4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특유의 스윙으로 받아쳤다. 높이 떠오른 타구는 좌측 폴대 바로 옆을 통과해 관중석에 떨어졌다. 시즌 3호 홈런. 박병호의 홈런으로 점수는 4대 0으로 벌어졌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박병호의 홈런포는 8회초 공격에서 다시 터졌다. 이정후의 3점포로 11대 2로 앞선 가운데 나선 네 번째 타석. 3-2 풀카운트에서 강동호의 바깥쪽 높은 속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좌측 펜스 너머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초대형 홈런. 비거리 130m짜리 시즌 4호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의 홈런 포함 장단 15안타를 퍼부은 키움은 12대 4로 롯데에 대승을 거두고 9승 7패로 KIA와 공동 4위를 유지했다. 이날 키움 타선에선 박병호 외에도 김하성이 시즌 3호, 이정후가 시즌 4호 홈런을 각각 기록했다.

키움으로선 이날 박병호의 멀티 홈런은 큰 의미가 있다. 8일 한화전 2호 홈런 이후 12경기 동안 홈런포가 터지지 않았던 박병호다. 이 기간 박병호는 단타 3개와 2루타 1개를 때리는 데 그쳤고, 삼진은 17차례나 당하는 등 깊은 부진에 시달렸다.

제리 샌즈가 떠난 뒤 뒤를 받쳐줄 타자가 사라지자 투수들은 집요하게 유인구로 박병호를 피해갔고, 자꾸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면서 타격감이 떨어졌다. 강타자가 즐비한 키움 타선이지만, 4번 박병호가 막히면서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손혁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 한결같은 믿음을 유지했다. 박병호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박병호는 박병호다” “때가 되면 제 몫을 해줄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그리고 박병호는 이날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완벽하게 살아나 손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경기 후 손 감독은 “박병호가 홈런 2개 친 게 가장 기쁘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키움 동료들도 4번타자를 향해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이날 키움 더그아웃에선 박병호 타석마다 박수 소리와 응원의 함성이 떠나지 않았다. 3회엔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들어온 김하성이 박병호에게 다가가 ‘형도 칠 수 있다’고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동료들의 믿음에 부응하듯, 이날 홈런 2방을 날리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박병호다. 3회 박병호의 홈런이 터진 순간, 키움 더그아웃에선 홈구장 관중석에서나 나올 법한 큰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 후 박병호는 “최근 잘 맞지 않아서 더 많이 노력했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중심타자 역할을 잘하도록 하겠다. 잘 맞는 타구들이 나와야 타선 분위기도 살아나고 좋아진다”며 “개인적으로는 오늘 홈런이 변화의 기점이 되길 바란다. 내일 경기 긍정적인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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