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새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 벌써 8홈런으로 단독 1위

-지난해 트리플 A 30홈런…KBO리그에서도 가공할 홈런 파워

-몸쪽 공과 낮은 코스 대응력 뛰어나…하이 패스트볼이 약점

-부진하다가도 중요할 때는 한 방…상대 투수에게 공포감 주는 타자

만루홈런을 날리는 라모스(사진=LG)
만루홈런을 날리는 라모스(사진=LG)

[엠스플뉴스]

5월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한화전. 1회초 LG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채드벨의 바깥쪽 높은 포심에 세 번 헛스윙했다. 3구째 바깥쪽 낮은 커브는 꼼짝도 않고 잘 골라냈지만 4, 5구째 높은 쪽 벗어나는 포심에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바뀐 투수 김이환은 2구 커브와 3・4・5구 체인지업으로 4연속 변화구 승부를 펼쳤다. 3-2 풀카운트. 여기서 6구째 몸쪽으로 던진 패스트볼을 라모스는 놓치지 않고 퍼 올렸다. 1루 방향 구장 바깥에 있는 보문산 전망대까지 날아갈 듯한 큰 홈런이 나왔다. 시즌 8호 홈런, 1대 0으로 LG가 앞서 나갔다.

그리고 8회 마지막 타석. 라모스는 다시 1회 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현호의 바깥쪽 높은 포심에 속절없이 세 번 헛스윙해 삼진. 하지만 경기가 LG의 3대 0 승리로 끝나면서 라모스는 이날의 영웅이 됐다. 류중일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라모스의 결승 홈런을 시작으로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몸쪽과 낮은 공 대응력 뛰어나…시즌 전 평가 뒤집은 라모스

홈으로 들어오는 라모스(사진=LG)
홈으로 들어오는 라모스(사진=LG)

27일 현재 로베르토 라모스는 8홈런으로 리그 홈런 단독 선두다. 벌써 2018년 LG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와 홈런 동률, 지난해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카를로스 페게로(9홈런)와는 1개 차이다.

홈런 2위(6개) SK 한동민은 부상으로 26일 자로 이탈했다. 5홈런의 KT 강백호도 이미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 역시 5홈런을 날린 KIA 프레스턴 터커까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당분간 라모스의 홈런 독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라모스의 장타 생산력은 이미 시즌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키 193cm, 몸무게 115kg의 좋은 체격 조건에 지난해 트리플 A에서 30홈런을 기록한 만큼 홈런 파워는 갖춘 선수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좌투수와 변화구에 약점이 뚜렷하단 점에서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라모스는 연일 놀라운 활약으로 우려의 시선을 지워가는 중이다. 5일 두산 상대 개막전 멀티히트를 시작으로 8일 NC전에선 3안타를 날리며 좋은 출발을 했고, 10일 NC전에선 홈런포 2방을 날려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지난 주말 잠실에서 열린 KT와 3연전에선 12타수 1안타로 내내 부진하다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 끝내기 만루포로 한 방에 영웅이 됐다.

심재학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라모스는 몸쪽 공, 특히 낮은 쪽에 대응을 잘할 수 있는 타격폼을 갖고 있다. 팔꿈치가 몸에 잘 붙어서 나온다로테이션이 잘 이뤄지면서, 몸쪽 낮은 공을 아래에서 위로 보낼 줄 아는 유형의 타자라고 했다.

투수 시점으로 본 라모스의 핫/콜드존. 왼쪽은 라모스의 코스별 컨택트%, 오른쪽은 코스별 장타율을 나타낸다(표=스탯티즈)
투수 시점으로 본 라모스의 핫/콜드존. 왼쪽은 라모스의 코스별 컨택트%, 오른쪽은 코스별 장타율을 나타낸다(표=스탯티즈)

실제 라모스의 8개 홈런 중에는 몸쪽(4홈런)이나 낮은 쪽 공을 공략해 만든 홈런이 많다. 외야로 공을 띄워 보내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뜬공아웃/땅볼아웃 비율이 2.71로 리그에서 가장 높고 전체 타구에서 외야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77.1%로 리그 1위다. 라모스의 질 좋은 타구는 주로 우측(타율 0.500)과 우중간 쪽으로 형성된다. 개성과 장점이 뚜렷한 타자다.

심 위원은 “바깥쪽이나 하이패스트볼에 대한 대응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라모스의 타격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장타가 몸쪽 낮은 코스와 가운데 높이 실투에 집중돼 있다. 반면 바깥쪽 높은 공에는 아직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장점만큼, 약점도 뚜렷하다.

4타수 무안타 뒤 만루홈런, 이게 라모스의 매력

라모스는 가공할 홈런 파워를 자랑한다(사진=LG)
라모스는 가공할 홈런 파워를 자랑한다(사진=LG)

심재학 위원은 시즌 초반엔 상대 팀도 라모스에 대한 분석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제는 모두가 라모스의 약점을 안다. 류중일 감독은 26일 경기를 앞두고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한화 투수들은 집요하게 바깥쪽 높은 속구로 라모스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물론 실제 야구는 컴퓨터 게임과는 다르다. 타자 약점보다 투수의 강점에 초점을 맞춘 볼 배합이 필요할 때도 있다. 24일 KT 김민수는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던지다 만루포를 맞았다.

종종 실투도 나온다. 라모스의 약점으로 알려진 구역은 공 한두 개 차이로 라모스의 강점이 된다. 20일 삼성전에서 좌완 최채흥은 높은 포심을 던지려다 약간 가운데로 몰린 공이 홈런이 됐다. 16일엔 언더핸드 양현이 바깥쪽 투심을 던지려다 약간 안으로 들어가면서 홈런으로 이어졌다. 10일 임창민이 맞은 홈런도 높은 데로 던지려다 몰리면서 얻어맞은 홈런이었다.

하이패스트볼은 좋은 수직무브먼트를 동반해야 위력이 있다. 어느정도 제구도 필요하다. 가운데로 몰리면 장타로 이어지고, 그렇다고 너무 벗어나면 볼넷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투수 중에 그 정도 제구력과 구위를 겸비한 엘리트 투수의 수는 제한적이다. 첫 타석 라모스를 제압한 채드벨조차 두번째 타석 때는 바깥쪽 제구에 애를 먹다 볼넷을 내줬다. 약점을 안다고 다 잡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서너 번 완벽하게 라모스를 잡아내도, 한 번만 실수하면 바로 담장을 넘어간다. 24일 라모스의 만루포는 4타수 무안타 침묵 이후에 터졌다. 26일 한화전에선 삼진 두 번 대신 홈런 한 방으로 영웅이 됐다.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 부진하다가도 중요할 때는 뭔가 해줄 것만 같은 기대감을 주는 타자. 모름지기 4번타자라면 이런 매력이 있어야 한다. LG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진정한 4번타자를 찾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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