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파워랭킹 2위 LG 트윈스, 시즌 전 예상대로 상위권 질주

-내용 뜯어보면 예상과 달라…주축 선수 부진과 부상 속 대체 자원들 맹활약

-임찬규와 정찬헌 선발 활약, 정우영과 이상규 불펜 활약

-이형종 빠졌지만 라모스 홈런포, 베테랑 활약으로 타선도 막강

올 시즌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자주 연출한 LG(사진=LG)
올 시즌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자주 연출한 LG(사진=LG)

[엠스플뉴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리그 중계방송사 ESPN은 ‘파워랭킹’ 2위로 LG 트윈스를 선정했다. 이유는 외국인 원투펀치. 케이시 켈리와 타일러 윌슨이 이끄는 원투펀치가 마운드를 이끌 거란 예상이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LG를 상위권 후보로 꼽았다. 하나같이 켈리-윌슨-차우찬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35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고우석의 존재, 김지용-정찬헌-이정용 등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더욱 탄탄해질 뒷문도 기대를 모았다.

개막 3주가 지난 5월 28일 현재 LG는 국내외의 예상대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승률 0.684로 NC 다이노스(0.842)에 이은 2위. 득실점으로 따진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도 6할대(0.606)로 NC(0.754) 바로 다음이다.

그런데 2위를 달리는 이유가 애초 예상과는 좀 다르다. ESPN이 기대했던 켈리와 윌슨은 2주 자가격리 여파로 개막시리즈에 나오지 못했다. 켈리는 3경기 평균자책 5.79로 기복이 심하고 윌슨은 작년 대비 속구 구속이 2km/h 가량 줄어들었다. 국내 에이스 차우찬도 개막전 승리 이후엔 주춤한 모습이다(평균자책 6.00).

마무리 고우석은 아예 전력에서 이탈했다. 16일 무릎 내측 반월판 수술을 받았다. 예상 재활 기간은 3개월. 아무리 빨라도 8월이 지나야 돌아올 수 있다. 기대했던 부상자 중에선 정찬헌만 선발투수가 돼서 돌아왔을 뿐 김지용과 이정용의 복귀는 아직이다.

개막전을 앞두고 손등 부상으로 이탈한 외야수 이형종도 6월 중순 이후에나 돌아올 전망. 그런데도 LG는 리그 최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외국인 부진, 고우석 이탈에도 잇몸으로 버틴 LG 마운드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하는 윌슨과 켈리(사진=엠스플뉴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하는 윌슨과 켈리(사진=엠스플뉴스)

류중일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강팀이라 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 LG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으로 잘 채우고 있다.

선발진에선 국내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임찬규는 3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팀은 3전 전승을 거뒀다. 류 감독은 “임찬규는 변화구가 좋은 투수다. 커브의 낙차가 커졌고 제구도 잘 이뤄진다”고 했다.

커리어 내내 전문 구원투수였던 정찬헌은 27일 한화전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2008년 이후 12년 만의 선발승, 날짜로는 4390일 만에 거둔 선발승이다. 최근 2경기 연속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선발로 자릴 잡아가는 모습이다. 새로 장착한 투심과 주 무기 커브, 포크볼 조합이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로 제격이다.

1차지명으로 뽑은 신인 이민호는 데뷔 첫 선발등판(삼성전)에서 5.1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구원등판 포함 3경기에서 1점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들 국내 선발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LG는 6승을 거뒀다. 전체 팀 승리(13승)의 절반이 국내 선발 등판 경기에서 나왔다.

고우석이 빠진 불펜도 탄탄하다. 지난해 신인왕 정우영은 7경기 1승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0.84로 불펜 에이스다. ‘2년 차 징크스’를 비웃는 듯한 활약이다. 청와대 경호원 출신 이상규는 LG 뒷문 경호원으로 변신했다. 150km/h대 힘 있는 속구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이다. 평균자책 1.69에 2세이브로 팀 내 최다 세이브.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이 없어서 처음엔 걱정했는데 우영이와 상규가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필요할 때는 베테랑 우완 송은범도 마무리로 나간다. 류 감독은 “정우영과 이상규가 힘이 부친다 싶으면 송은범까지 나올 수 있다. 1이닝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했다.

27일 3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세이브를 거둔 여건욱과 사이드암 최동환, 좌완 진해수 등 30대 투수들도 요긴할 때마다 제 몫을 해준다. 2차 1라운드 신인 좌완 김윤식도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LG 불펜에선 아직 단 1개의 블론세이브도 나오지 않았다. 불펜 평균자책은 3.39로 전체 1위다.

라모스 맹타, 김현수 부활, 베테랑 활약…달라진 LG 타선

끝내기 안타를 날린 김현수(사진=LG)
끝내기 안타를 날린 김현수(사진=LG)

타선도 이형종이 빠졌지만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19경기에서 벌써 홈런 23개(2위)를 날렸다. 27일 한화전에선 한 경기 5홈런을 퍼부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174개를 날릴 페이스다. 이전까지 LG의 한 시즌 팀 최다홈런은 2018시즌 기록한 148홈런이었다.

중심엔 외국인 4번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있다. 벌써 19경기에서 9홈런(단독 1위). 2경기당 1개꼴로 홈런을 때렸다. 60홈런을 날릴 페이스다. 몸쪽 낮은 공, 약간 몰린 공은 여지없이 담장 너머 관중석 상단으로 날려 보낸다. 140km/h 후반대 하이패스트볼이나 완벽하게 코너워크 된 변화구가 아니고서는 잡아내기 쉽지 않다.

지난해 공인구 여파에 고전했던 김현수도 완벽하게 살아났다. 4할대 타율(0.410)에 리그 최다 2루타(10개), 장타율도 0.603으로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 27일 경기에선 그동안 부진했던 유강남(2안타 1홈런)과 오지환(2홈런)까지 살아났다.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는 공·수·주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3도루(팀 내 2위)에 도루 실패는 하나도 없다. 26일엔 친정 한화 상대로 마수걸이 홈런을 날렸다. 최고참 박용택은 타점 11개로 팀 내에서 4번째로 많은 타점을 올렸다.

백업 선수들도 저마다 제 몫을 한다. 베테랑 포수 이성우는 27일 경기에서 만루포를 날렸다. 김용의(타율 0.417), 백승현(0.455), 홍창기(출루율 0.476)의 활약이 쏠쏠하다.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백승현은 내야진이 약한 다른 팀에서도 탐내는 자원이다. 백업 내야수 구본혁은 타구처리율 100%에 병살처리율 100%의 완벽한 수비로 힘을 보탠다. 주전 9명만 갖고 야구하던 2년 전과는 달라진 LG다.

류중일표 ‘디테일 야구’ LG가 강팀인 숨은 이유

윌슨은 3루수 김민성과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를 극찬했다(사진=LG)
윌슨은 3루수 김민성과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를 극찬했다(사진=LG)

류중일 감독 특유의 ‘세밀한 야구’도 부임 3년째인 올 시즌 들어 완전히 자릴 잡았다. 류 감독은 겨우내 주루 플레이와 수비 조직력 훈련에 공을 들였다. 간과하기 쉬운 투수 수비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8일 현재 LG는 팀 도루 14개로 전체 2위다. 1위 키움(15도루)와는 1개 차. 류 감독 부임 첫해 리그 9위(71도루)에서 지난해 3위(107도루)를 거쳐 이제는 리그 최고 수준의 기동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69.5%였던 도루성공률이 올해는 82.4%(2위)로 몰라보게 좋아졌다.

반면 LG의 상대 팀 주자들은 좀처럼 뛰지 못한다. 유강남, 이성우 등 포수진의 역할도 있지만 투수진의 주자 견제 능력이 향상된 덕분이다. 지난해 LG와 상대한 팀의 도루 시도율(도루 시도/주루기회)은 8%. 10개 팀 중에 가장 높은 도루 시도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 수치를 5.7%(최소 5위)로 끌어내렸다. 견제사도 2차례로 최다 2위다.

실점 위기에선 내야진의 압박수비로 상대의 숨통을 조른다. 3루수와 1루수가 대시해 상대를 압박하고, 대시하는 척하다가 정상수비로 바꾸는 조직적인 플레이가 일품이다. 지난해 LG는 총 53차례 희생번트 수비 상황에서 31번 희생번트를 허용하고, 22번을 막아내 0.415의 번트저지율(2위)을 기록했다.

올 시즌 LG 상대 팀의 희생번트 시도 횟수는 6차례. 10개 구단 가운데 최소 기록이다. 류중일표 수비 야구가 자리 잡으면서 번트 대기 부담스러운 팀이 된 결과다. 1루 주자를 최대한 베이스 가까이에 묶어둔 결과, LG는 14.4%의 높은 병살타율(2위)을 기록 중이다.

LG 내야진의 수비력은 완전히 물이 올랐다. 2루수 정근우-유격수 오지환-3루수 김민성으로 이어지는 수비진은 물샐 틈이 없다. 윌슨은 27일 인터뷰에서 오지환은 아주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오지환이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 3루수 김민성도 아주 멋진 호수비를 보여준다. 수비 잘 하는 동료들이 뒤에 있어서 좋다고 했다.

1루수 라모스의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 좌우 수비 폭이 넓진 않지만, 실수가 적고 송구받아내는 능력이 좋아 전체 내야진의 수비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류 감독은 “짧은 쇼트 바운드 송구를 잘 처리해주면 야수들이 편해진다. 라모스는 덩치가 커서 야수들이 던지기 편할 것”이라 했다.

주축 선수 살아나고, 부상 선수 돌아오면…LG, 더 무서운 팀 된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서 돌아오면 LG는 더 강한 팀이 될 전망이다(사진=LG)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서 돌아오면 LG는 더 강한 팀이 될 전망이다(사진=LG)

LG는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 속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주축 선수들이 살아나고, 부상에서 돌아오면 지금보다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시즌 전 ESPN이 기대했던 LG 선발 에이스 듀오는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윌슨은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26일 한화전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첫 승을 거뒀다. 윌슨은 “100%에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28일 한화전에서 켈리가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불펜에도 앞으로 힘을 보탤 원군이 여럿이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에서 돌아온 영건 김대현은 1군 복귀 후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토미존 수술 뒤 재활을 마친 김지용도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등판을 시작했다. 캠프 내내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좌완 이우찬은 퓨처스에서 10.2이닝 1실점으로 회복세다.

손등 골절로 재활 중인 이형종은 6월 중순 이후 복귀를 바라본다. 류중일 감독은 이형종이 돌아오면 외야수와 지명타자를 모두 오갈 수 있다. 이형종이 선발로 나가는 날은 박용택이 왼손 대타를 맡고, 박용택이 나가는 날은 이형종이 오른쪽 대타를 맡는다. 이게 우리 정상적인 라인업이라며 완전체 타선을 기대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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