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발 김이환과 좌완 송윤준(사진=한화)
한화 선발 김이환과 좌완 송윤준(사진=한화)

[엠스플뉴스=대전]

어찌해 볼 수 없는 객관적 전력의 차이는 존재한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고,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9위 팀이다. ESPN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키움을 파워랭킹 1위로 예상한 반면, 한화에 대해선 10위라는 박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6월 2일 대전 경기는 단순히 두 팀의 전력 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데서 승패가 갈렸다. 이날 전까지 최근 8연패 늪에 빠져 있던 한화는 이날도 볼넷 남발, 보크, 폭투, 악송구, 어이없는 실책까지 야구에서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나쁜 장면은 다 보여주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이날 한화 투수들은 총 10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비슷비슷한 공으로 어렵게 승부하다 아쉽게 내준 볼넷이 아니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컸다.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 있게 공을 던지지 못하고 계속 볼을 던지며 도망갔다. 선발투수 김이환으로 시작해 구원등판한 송윤준, 윤규진 등이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했다.

선발 김이환은 1회, 3회, 4회 거의 매 이닝 선두타자 볼넷을 내줬다. 3이닝 동안 내준 볼넷만 6개. 6실점도 전부 볼넷이 화근이 됐다. 1회엔 볼넷 뒤 도루저지로 주자를 없애놓고 다시 볼넷으로 1루를 허용했다. 이어 박병호에게 좌중간 담장 넘어가는 대형 투런포를 맞았다.

3회엔 볼넷 3개로 맞은 만루 위기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 김웅빈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줬다. 4회에도 올라온 김이환은 선두타자에게 또 볼넷을 내준 뒤 이현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이환의 이날 스트라이크 대 볼 비율은 34대 44로 볼이 훨씬 많았다.

한화의 투수교체는 바꾸는 족족 실패로 끝났다. 4회 무사 1루에서 올라온 이현호는 나오자마자 보크로 주자 2루를 허용한 뒤 희생번트와 적시타로 손쉽게 추가점을 내줬다. 5회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송윤준도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렸고, 6회 등판한 윤규진도 나오자마자 볼넷부터 허용했다. 나오는 투수마다 볼넷, 안타로 승계 주자를 홈으로 들여 보냈다.

아쉬운 실수도 여러 차례 나왔다. 2회초 1사 1루에선 김이환이 주자 전병우를 견제하려다 1루수 뒤로 넘어가는 악송구 실책을 했다. 전병우는 통산 도루 3개로 1군 경기에서 도루를 많이 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5회 등판한 송윤준은 폭투와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뒤, 김혜성의 1루 땅볼 때 1루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못해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포수 이해창은 파울플라이 포구 실책, 외야수 송구를 놓치는 실책까지 혼자 실책 2개. 이날 기록된 실책만 총 3개를 저지른 한화 수비진이다.

한화는 수비시간은 길고 공격시간은 짧았다. 한화 투수진은 7회까지 볼넷 10개를 내주며 총 155구를 던졌다. 반면 키움 선발 한현희는 7회까지 볼넷 없이 투구 수 95개만 던지며 한화 타선을 3실점(2자책)으로 막아냈다. 시즌 2승째. 한현희가 선발로 나와서 볼넷 없이 던진 경기는 2018년 8월 1일 SK전(3.2이닝 8실점) 이후 처음이다. 7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같은 해 9월 6일 KIA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한화 타자 31명 중의 22명이 3구 이내 빠른 카운트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이 중에 안타로 이어진 타석은 5차례밖에 없었다. 한화 공격은 앰프에서 나오는 선수 응원가가 채 나오기도 전에 끝났다. 한화 투수들은 더그아웃에 들어가 앉기가 무섭게 바로 다시 마운드에 올라와야 했다.

경기 내내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한 한화는 3대 15로 패배,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9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날 승리한 9위 SK와의 승차는 1.5게임 차로 벌어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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