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강 두산 타선을 잠재운 소형준(사진=KT)
리그 최강 두산 타선을 잠재운 소형준(사진=KT)

[엠스플뉴스=수원]

“확실한 변화구가 하나 있어야 한다”는 이강철 감독의 주문에 소형준은 체인지업으로 응답했다. 슈퍼루키 소형준이 전날 18안타 11득점을 몰아친 두산 베어스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리그 최강 두산을 상대로만 2전 2승을 챙기며 ‘곰 사냥꾼’ 가능성까지 보여준 소형준이다.

소형준은 6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최근 2경기에서 다소 주춤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데뷔 후 가장 완벽한 투구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호투의 열쇠는 체인지업이었다. 앞서 4경기에서 투심과 포심 등 패스트볼 의존도가 높았던 소형준이다. 이에 첫 2경기 호투 뒤 최근 2경기에선 다소 많은 안타와 실점을 내주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확실한 변화구가 없다. 캐치볼 할 때 감이 오면 다른 구종도 던져봐야 한다. 내년에는 변화구가 하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소형준의 대답은 체인지업이었다. 이날 소형준은 초반부터 많은 체인지업을 던져 빠른 볼을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들에게 어려움을 더했다. 초구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고, 체인지업을 여러 개 연속으로 던져 타이밍을 뺏었다. 달라진 패턴을 앞세운 소형준은 1회를 공 10개로, 2회를 13개로 가볍게 정리했다. 첫 2이닝 동안 던진 23구 중에 체인지업이 13구였다.

3회에 잠시 흔들렸다. 볼넷 3개를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3볼넷은 소형준의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볼넷 허용. 그러나 강타자 김재환 상대로 대담한 피칭을 펼쳐 위기를 벗어났다. 바깥쪽 체인지업과 투심을 잇따라 던져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위기를 넘긴 소형준은 4회부터 다시 안정을 찾았다. 4회 13구, 5회 9구, 6회 7구, 7회 10구로 마지막 4이닝을 공 39개로 순식간에 지웠다. 2회와 4회, 5회, 7회는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전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10점을 뽑아냈던 두산 타선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KT 야수들도 활발한 공격과 호수비로 루키를 지원했다. 두산 이용찬을 상대로 1회에만 안타 5개를 집중하며 2점을 먼저 얻었고, 4회 황재균의 솔로포와 5회 멜 로하스의 솔로포로 2점을 더했다.

6회초 무사 1루에선 오재일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2루수 박경수가 역동작으로 잡아 4-6-3 병살타로 만드는 호수비를 펼쳤다. 공수에서 지원을 듬뿍 받은 소형준은 7대 0으로 크게 앞선 8회부터 전유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전유수와 손동현이 두산의 추격을 2점으로 차단한 KT는 7대 2로 두산을 꺾고 전날 경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소형준은 이날 총 96구를 던졌다. 이 가운데 투심이 26구, 포심이 15구로 빠른 볼 계열은 총 41구만 구사했다. 반면 체인지업을 39구 던져 속구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던졌다. 슬라이더(13구), 커브(3구)까지 더하면 절반 이상을 변화구로 던진 소형준이다. 속구 비율이 70% 이상이었던 앞서 4차례 등판과는 완전히 달라진 투구패턴. 체인지업을 새로운 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날 승리로 소형준은 데뷔 후 최다이닝과 첫 무실점 경기를 달성했다. 이전 소형준의 최다이닝은 6.1이닝을 투구한 5월 15일 삼성전. 또 리그 최강팀 두산을 상대로 2번 등판해 2번 모두 승리를 따내며 강세를 이어갔다. 4승 가운데 2승이 두산 상대로 거둔 승리. 새로운 두산 킬러의 탄생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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