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율 1위·팀 평균자책 최하위, KT WIZ의 상반된 두 얼굴
-돌아올 타자들이 있는 KT, 투수들은 빠져나가기만
-KT와 데칼코마니 지표인 두산 베어스, 불안한 마운드와 효율 만점 방망이
-3연승 이상 없고 연패도 없는 두산, 마운드 안정화 없인 불안하다

KT 이강철 감독(왼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은 올 시즌 초반 부진한 팀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KT 이강철 감독(왼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은 올 시즌 초반 부진한 팀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우리 수비진에서 3골을 먹으면 공격진이 4골을 넣으면 된다.

과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 조 본프레레 전 감독이 말한 유명한 어록이다. 아무리 수비가 부실해도 공격으로 이를 극복하면 된다는 의미에서 나온 이 말은 올 시즌 초반 두산 베어스와 KT WIZ에도 적용된다. 마운드 전력이 리그 최하위 수준이라도 리그 최상위 타선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두 팀의 상황이다.

날카로운 창과 잘 뚫리는 방패, 두산과 KT의 데칼코마니 야구

올 시즌 초반 두산과 KT는 부진한 마운드와 강력한 방망이라는 공통적인 팀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SPORTS+)
올 시즌 초반 두산과 KT는 부진한 마운드와 강력한 방망이라는 공통적인 팀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SPORTS+)

KT는 올 시즌 6월 4일 기준으로 팀 타율 1위(0.308)를 달리고 있다. KT의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리그 2위(0.838)로 알짜배기 공격력을 과시 중이다. 1번부터 9번 타순까지 쉽게 거를 타자가 없을 정도로 KT 타선의 짜임새가 훌륭하다.

‘4할 타자’ 조용호(타율 0.408)와 멜 로하스 주니어(타율 0.419/8홈런)가 말 그대로 미친 활약을 보여준다면 배정대(타율 0.368/1홈런)는 기대 이상의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경수(타율 0.308/3홈런)와 황재균(타율 0.315/2홈런), 그리고 장성우(타율 0.303/3홈런)도 베테랑 타자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주축 타자인 강백호와 유한준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최근 높은 팀 타율을 유지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강백호와 유한준이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다면 KT 타선의 파괴력은 배가 될 전망이다.

백업 전력들을 향한 기대감도 있다. 천성호와 문상철, 그리고 신인 포수 강현우 등 주전들을 뒷받침할 타격 능력을 지닌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다. KT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1루수로 이동한 뒤 팀 야수진에서 은근한 선의의 경쟁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기서 나온 배정대의 성장도 올 시즌 초반 나온 큰 성과라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공포의 타선으로 웃는 KT지만, 반대 의미로 공포의 마운드에 떨고 있는 분위기다. KT는 팀 평균자책 5.94로 리그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선발진과 불펜진에서 모두 누수가 있다.

방망이가 풀리니 마운드가 붕괴, 엇박자에 빠진 KT

올 시즌 KT 팀 타선은 리그 타율 1위의 막강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sports+)
올 시즌 KT 팀 타선은 리그 타율 1위의 막강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SPORTS+)

먼저 흔들린 건 불펜이었다. 최근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마무리 투수 이대은은 퓨처스리그 두 차례 등판 뒤 허리 통증으로 재활군까지 내려갔다. 주 권(12G 6홀드 평균자책 2.70)을 제외하곤 개막부터 꾸준한 투구 흐름을 보여준 불펜 투수가 없었다. 그 결과 KT는 리그 최다인 여섯 차례 팀 블론세이브와 더불어 승계 주자 실점률 9위(54.8%)에 그쳤다. KT는 리그에서 SK 와이번스와 더불어 가장 많은 팀 불펜진 패배 기록(8패)도 기록했다.

선발진에서도 김 민(5G 2승 2패 평균자책 7.83)의 부진과 윌리엄 쿠에바스(5G 1승 2패 평균자책 6.28)의 부상 이탈이 뼈아프다. 특히 고관절 부위인 장요근 미세 손상 진단 결과를 받은 쿠에바스는 향후 5주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할 상황이다. 시즌 초반 불펜진에서 다소 부진했던 김민수(9G 2패 평균자책 14.14)를 다시 선발진에 넣을 대책을 세웠지만, 불안한 시선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이강철 감독은 김민수를 당분간 대체 선발로 활용하려고 한다. 불펜진에서 주춤했는데 선발진에서 살아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3~4점 정도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던지길 바란다. 불펜진은 김재윤, 주 권, 손동현, 전유수 위주로 운영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나마 신인 투수 소형준(5G 4승 1패 평균자책 5.34)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어 한숨을 돌렸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신인의 어린 나이에 이미 완성형 투수인 듯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야무지다’라는 느낌이 든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아진 소형준이 흔들린다면 KT 선발진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선발진이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불펜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쿠에바스의 복귀전까진 마운드 곳곳에서 불안 요소를 느낄 수밖에 없는 KT 분위기다. 이 감독도 투수진만 안정을 되찾으면 현재 야수 자원으로 상위권 진입에 도전할 수 있는 팀 전력이라며 마운드 안정화를 애타게 소망했다.

KT와 불펜 붕괴 동병상련 느끼는 두산, 이용찬마저 팔꿈치 수술 이탈

올 시즌 두산과 KT는 불펜진의 극심한 부진이라는 공통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사진=MBC SPORTS+)
올 시즌 초반 두산과 KT는 불펜진의 극심한 부진이라는 공통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사진=MBC SPORTS+)

어쩌면 KT 못지않은 심각한 마운드 상황이 두산 앞에 펼쳐졌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은 리그 9위(5.81)다. 특히 불펜진 누수가 심하다. KT와 같이 마무리 투수 교체가 일찌감치 이뤄졌다. 지난해 맹활약했던 이형범(10G 2패 평균자책 13.50)은 극심한 부진 끝에 최근 2군으로 내려갔다. 마무리 역할을 이어받은 함덕주(12G 1승 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2.08)에 대한 팀 의존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문제는 함덕주와 더불어 이현승(13G 1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3.75)까지 두 투수만 불펜진에서 계산이 서는 안정적인 공을 던진단 점이다. 경기 중반 이후 5점 차 이상으로 점수 차가 벌어져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두산 불펜진 상황이다.

실제로 비슷한 팀 색깔을 보유한 KT와의 이번 주중 시리즈에서 불펜진 취약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두산은 6월 2일 수원 KT전에선 4회까지 10대 1로 앞선 경기를 끝내 11대 8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마무리 투수 함덕주가 9회 2사 만루 마지막 순간 구원 등판해 가까스로 불을 껐다.

두산은 4일 KT전에서도 14대 5로 앞서던 9회 말 3실점으로 필승조인 윤명준까지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함덕주는 이날도 불펜에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몸을 풀었다. 4일 1군으로 복귀한 김강률이 최대한 빨리 필승조에 안착해야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이렇게 가뜩이나 물이 새는 마운드에 선발 이용찬의 팔꿈치 수술 소식은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용찬은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 검진 결과로 조만간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을 예정이다. 선발진이 긴 이닝 소화로 버텨줘야 하는 상황에서 베테랑 이용찬의 이탈은 불펜진에 더 큰 과부하를 안길 요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은 3주 전 KIA전 등판 때부터 팔꿈치 통증이 있었다. 평소 투수가 안고 가는 통증 정도인 줄 알았는데 검진 결과 생각보다 심각했다. 올 시즌 복귀는 힘들 듯싶다. 베테랑 선발 1명이 빠지는 타격이 정말 크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용찬을 대체할 선발 자원은 2군 투수진 가운데 선택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당장 다음 주 화요일 선발 투수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스프링캠프에 같이 간 젊은 투수들 가운데 상태를 계속 살펴보겠다. 선발 경험이 있는 최원준은 손가락 압통 때문에 당분간 긴 이닝 동안 공을 던지기가 힘들다. 2군 투수들을 계속 시험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최고 효율 보여준 두산 방망이, 마운드가 도와줘야 할 때

두산은 올 시즌 초반 팀 타선의 힘으로 리그 3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사진=두산)
두산은 올 시즌 초반 팀 타선의 힘으로 리그 3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사진=두산)

두산이 이런 마운드 고난 속에서 시즌 16승 10패로 리그 3위 자리를 지킨 건 방망이의 힘이 컸다. ‘맞은 만큼 더 때린다’라는 표현이 두산에 딱 들어맞는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 2위(0.303)와 팀 출루율 2위(0.366)에 오른 상태다.

올 시즌 두산의 타격은 몰아치기와 더불어 가장 효율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올 시즌 한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7차례나 기록한 두산은 해당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두산의 팀 득점권 타율은 리그 전체 1위(0.342)다. 중요한 순간 평소보다 얼마나 좋은 타격을 해줬는지를 보여주는 Clutch 지표에서도 두산은 2위 LG 트윈스(1.47) 다음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2.32) 자리에 올라 있다.

두산은 이런 불안한 마운드와 효율적인 방망이를 합쳐 올 시즌 3연승 이상이 없고, 연패도 단 한 차례 없는 무난한(?) 팀 성적을 거뒀다. 물론 현재 KT와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한 맞은 만큼 더 때리는 공격 야구가 언제까지 통할지는 불확실하다.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에선 결국 마운드 안정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시즌 중반 이후 마운드 과부하와 팀 타선 동시 침체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결국, 타자들뿐만 아니라 마운드 위에 서 있는 투수들이 승리를 이끄는 빈도가 더 높아질 시기가 빨리 찾아와야 한다. 6월 4일 경기에서 개인 통산 150홈런과 더불어 4타점으로 팀 대량 득점(14점) 승리에 힘을 보탠 김재환도 팀 동료 투수들의 반등을 확신했다.

김재환은 우리 투수들도 잘하려고 하는데 안 풀린 듯싶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 않나. 타자들이 지금 잘 풀어가고 있지만, 나중엔 투수들이 우리 야수들을 도와줄 거다. 그런 상황을 신경 쓰지 말고 서로 도와가며 팀 승리에 집중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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