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를 못 채우고 내려간 채드벨(사진=한화)
5회를 못 채우고 내려간 채드벨(사진=한화)

[엠스플뉴스=대전]

코치 5명 없이 경기를 치르는 사상 초유의 극약 처방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타선은 리그 좌완 에이스 구창모에게 꽁꽁 묶였고, 마운드는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차례로 무너졌다. 13연패. 김응용 감독 시절인 2013년 기록했던 단일시즌 최다연패 수모를 2020년 다시 한 번 재현한 한화다.

한화는 6월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시즌 5차전에서 시종 무기력한 경기 속에 2대 14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화는 1군 엔트리에서 장종훈 수석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김성래·정현석 타격코치 등 코치 4명을 한꺼번에 말소했다. 엔트리 등록되지 않은 박정진 불펜코치를 포함하면, 코칭스태프 10명 중의 5명이 경기 직전 자리를 떠났다.

2군에서 새로 올라온 코치는 없었다. 한화는 수석, 투수, 불펜, 타격코치 없이 그대로 경기를 치렀다. 한화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코치 5명을 빼고 경기를 치르는 건 KBO리그 사상 유례없는 상황. 소식을 접한 야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극약 처방이 환자를 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날도 한화는 익숙해진 연패 공식을 반복하며 힘 한번 못 써보고 경기를 내줬다. 선취점은 쉽게 내주었지만, 첫 득점을 올리긴 어려웠다. 한화는 3회초 선발 채드벨이 김성욱에게 솔로포(시즌 1호)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앞서 12연패 기간 한화는 단 3차례 선취점을 얻는 동안, 9차례나 상대에게 선취득점을 내준 바 있다.

선취점 뒤 추가점도 아무런 저항 없이 내줬다. 4회초 리그 타율 1위 강진성 상대로 1볼에서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던지다 솔로홈런을 맞았다. 이어 무사 1루에선 노진혁에게 던진 바깥 높은 속구가 징검다리 투런으로 이어졌다. 0대 4. 2회까지 팽팽했던 분위기가 홈런 세 방으로 순식간에 NC 쪽으로 넘어갔다.

반면 타자들은 기껏 찬스가 생겨도 살리지 못했다. 1회말 공격을 삼자범퇴로 출발한 한화는 2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안타 2개씩을 때려내며 득점권 찬스를 잡았지만 점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2회엔 김회성의 병살타가, 3회엔 범타와 삼진이, 4회에도 삼진과 범타로 기회를 날렸다. 상대 선발 구창모의 제구가 평소보다 예리한 맛이 떨어졌음에도 좀처럼 점수로는 연결하지 못했다.

4점을 더 내줘 0대 8로 리드당한 5회엔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물러나 일찌감치 하얀 수건을 던졌다. 6회 김태균의 통산 3,500루타(역대 4호)로 1점, 8회 최진행의 이틀 연속 홈런으로 1점을 내긴 했지만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운 뒤였다.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엔 불펜이 올라와 대량실점하는 패턴도 여전했다. 연패 기간 한화는 4~6회 빅이닝 허용 5회로 리그 최다(롯데와 공동 1위), 7~9회 빅이닝 허용도 6차례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도 5회 한 이닝에만 4점을 내줬고 9회엔 6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온 정우람이 0.1이닝 동안 3안타로 4실점 하고 내려갔다. 9회초에만 6점을 더 내준 한화는 결국 2대 14로 경기를 내줬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5월 23일 창원 NC전부터 내리 13연패를 당했다. 김응용 감독 시절인 2013년 개막 13연패를 당한 뒤 프랜차이즈 단일시즌 최다연패 타이기록이다. 한화의 프랜차이즈 최다연패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14연패. 만약 7일 경기에서도 패하면 한화는 프랜차이즈 연패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야수를 마운드에 세워봐도, 코치 절반 없이 경기해 봐도 승리는 한화의 편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 후 한화는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발표했다. 1군 타격, 투수, 불펜코치를 모두 교체했다. 한화는 7일 경기부터 새 코칭스태프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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