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차지한 김해고(사진=엠스플뉴스)
우승을 차지한 김해고(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목동]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너무 자주 쓰여서 이제는 식상해진 야구 명언이 눈 앞에 현실로 펼쳐졌다. 김해고등학교가 창단 19년 만에 처음 진출한 전국대회 결승에서 9회초 거짓말 같은 기적을 연출하며 황금사자기의 주인공이 됐다.

김해고는 6월 2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고교 넘버원 에이스 김진욱을 무너뜨리고 4대 3 역전승을 거뒀다. 2회 구원등판한 에이스 김유성이 6이닝 1실점 호투로 역전의 발판을 놓았고, 8회 올라온 김준수가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지켰다.

8회까지는 강릉고의 페이스였다. 1회말 2루타 하나로 가볍게 선취점을 낸 강릉고는 2회초 동점을 내준 뒤 바로 에이스 김진욱을 투입해 추가실점을 막았다. 2회말 다시 1점을 달아나며 2대 1 강릉고의 리드. 김해고는 리드를 허용한 뒤 에이스 김유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후 3회부터는 김진욱과 김유성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고교랭킹 1위 좌완 김진욱과 연고지 팀 NC의 유력한 1차지명 후보로 꼽히는 김유성은 나란히 6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고 버텼다. 김진욱은 3회부터 5회까지 퍼펙트 피칭. 6회와 7회 실점위기에서도 점수를 내주지 않고 한 점 리드를 지켰다. 위기를 넘긴 강릉고는 7회말 공격에서 이동준의 적시타로 1점을 더해 3대 1로 달아났다. 강릉고 쪽으로 승기가 넘어간 것처럼 보인 순간이다.

9회초 김해고의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강릉고 김진욱의 투구수는 86구. 투구수 제한(105구)까지 19구를 남겨두고 있어 무난하게 9회를 막아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사후 김해고 리드오프 황인서가 좌측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경기가 요동쳤다. 이어진 허지원의 적시타로 점수는 한점차. 박진영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주자는 두 명이 됐고, 김진욱은 2사 1, 2루 서준교 타석에서 투구수 제한에 걸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볼카운트 1-1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투수는 1학년 사이드암 조경민. 그러나 서준교의 3유간 타구가 내야안타가 되며 주자 만루가 됐고, 부담감이 커진 조경민은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서 바뀐 투수 최지민까지 타석에 나온 상대 투수 김준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4대 3 역전. 김해고 더그아웃은 축제 분위기, 반면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역전을 내준 강릉고 더그아웃은 찬물을 끼얹은 듯 잠잠했다.

강릉고의 9회말 마지막 공격은 무기력했다. 김해고 에이스 김유성이 투구수 제한에 걸려 교체된 뒤라 충분히 반격을 시도할 만 했지만, 삼자범퇴로 힘없이 물러났다. 마운드에 선 김준수는 100km/h짜리 느린 커브와 슬라이더로 강릉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고, 세 타자를 차례로 범타로 잡아냈다. 김해고가 기적같은 드라마를 완성한 순간이다.

8회 네번째 투수로 올라온 김준수는 1.1이닝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2회 2아웃에 세번째 투수로 올라온 김유성은 최고 145km/h 힘있는 속구로 6이닝 1실점 7탈삼진 호투를 펼쳤고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반면 8회까지만 해도 삼진 10개 잡아내며 완벽했던 김진욱은 9회 마지막 고비 넘기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이로써 김해고는 2002년 팀 창단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뤘다. 이전까지 김해고의 전국대회 최고 성적은 8강이었다. 창단 후 처음 진출한 결승 무대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펼치며 우승까지 거머쥔 김해고다. 반면 강릉고는 지난해 두 차례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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