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창원 경기에서는 마운드 2회 방문금지 규정 위반으로 허문회 감독이 퇴장당하는 촌극이 벌어졌다(사진=중계화면 캡쳐)
1일 창원 경기에서는 마운드 2회 방문금지 규정 위반으로 허문회 감독이 퇴장당하는 촌극이 벌어졌다(사진=중계화면 캡쳐)

[엠스플뉴스=창원]

롯데 허문회 감독의 황당 퇴장 사태는 ‘룰알못’ 코칭스태프와 ‘초보’ 심판진이 합작해 빚은 촌극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낙동강 더비’가 열린 7월 1일 창원NC파크. 7회초까지 비교적 팽팽했던 경기는 7회말 나온 롯데 벤치의 실수로 한순간에 승부가 갈렸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마운드 2회 방문 금지’ 규정 위반으로 퇴장당했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악송구 실책 3개가 연달아 나오면서 흐름이 NC 쪽으로 넘어갔다.

이날 롯데 노장 선발 장원삼은 NC 강타선 상대로 6회까지 4실점 선방했다. ‘청백전용’ 타선도 7회초 구창모 상대로 1점을 뽑아내 두 점 차(2대 4)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7회말 모든 게 허사가 됐다. 7회에도 올라온 장원삼이 첫 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노병오 투수코치가 더그아웃에서 나와 장원삼 쪽으로 향했다.

노 코치는 장원삼과 대화를 나누고 내려왔다가, 잠시 후 다시 투수를 바꾸러 마운드 쪽으로 향했다. 베이스라인을 넘어간 노 코치를 뒤늦게 우효동 구심이 제지했다. 같은 이닝 같은 투수 같은 타자 타석에서 감독이나 코치의 마운드 방문 횟수를 제한한 야구규칙 5조 10항의 ‘마운드 방문 규칙’ 때문이다.

이 조항 4번은 ‘감독 혹은 코치가 한번 마운드에 가고 나서 같은 이닝 같은 투수 같은 타자일 때 또다시 갈 수 없다는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 혹은 코치가 두 번째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되며 투수는 그 타자가 아웃되거나 주자가 될 때까지 투구한 후 물러나야 한다’고 돼 있다.

우효동 구심과 김병주 심판팀장의 상의 끝에 허문회 감독은 퇴장당했다. 허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더그아웃 뒤로 향했다. 규칙에 따라 장원삼은 투수교체 없이 계속 모창민과 상대했다. 흐름이 끊긴 탓인지 실책이 계속 나왔다. 김준태와 김동한의 악송구 에러로 1점, 모창민-노진혁의 안타와 김동한의 송구 실책으로 또 1점을 내줬다. 결국 롯데는 2대 6으로 경기를 내줬다.

6월 18일 고척 경기. 김혜성 타석 때 두 번 마운드에 오르는 노병오 코치에게 공을 건네주는 김선수 심판(사진=중계화면 캡쳐)
6월 18일 고척 경기. 김혜성 타석 때 두 번 마운드에 오르는 노병오 코치에게 공을 건네주는 김선수 심판(사진=중계화면 캡쳐)

문제는 롯데 벤치의 ‘마운드 2회 방문’ 실수가 이날이 처음이 아니란 데 있다. 앞서 6월 18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롯데 벤치는 한 이닝 같은 타자 타석에 두 번 마운드에 방문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에도 경기 후반 긴박한 상황에서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과정에 미스가 나왔다.

당시 롯데는 8회까지 1대 2로 끌려가다 9회초 공격에서 극적인 2대 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9회말 키움 공격. 미처 승리조 불펜을 준비 못 한 롯데는 일단 베테랑 송승준을 먼저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타자 서건창이 볼넷 출루. 다음 타자 김혜성 타석을 앞두고 노병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포수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후속 투수가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다분한 마운드 방문이었다.

송승준은 김혜성 상대로 초구 번트 파울, 2구째 볼로 1-1 카운트를 만들었다. 이때 롯데 벤치에서 노병오 코치가 다시 올라와 투수를 박시영으로 바꿨다. 규칙대로라면 당연히 심판이 제지했어야 하는 장면이다. 이미 김혜성 타석에 마운드를 방문했기 때문에 투수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감독을 퇴장 조치하고, 김혜성 타석까지 송승준이 계속 던졌어야 했다.

하지만 김선수 구심은 마운드로 올라가는 노병오 코치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노 코치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공을 건네줬다. 올해로 8년 차인 김 구심은 올해 전까지 2군에서만 678경기에 출전했고, 1군 심판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규정상 불가능한 투수교체에 성공한 롯데는 키움의 9회말 공격을 실점 없이 막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경기는 10회말 주효상의 끝내기 안타로 키움이 3대 2로 이겼다.

당시 롯데 벤치는 물론 키움 벤치에서도 누구 하나 규칙 위반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경기 끝난 뒤에라도 롯데 코칭스태프 내에서 문제를 인지했다면, 1일 창원 경기에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나온 순간적 착각이 아니라 애초에 룰을 몰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심판진도 문제다. 1군 심판이 처음인 구심의 실수도 문제지만, 같은 조 선배 심판과 심판팀장이라도 즉시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경기 끝난 뒤 심판위원회 차원에서라도 문제 제기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명백한 규칙 위반 실수를 그냥 넘어갔고, 이는 보름도 지나지 않아 롯데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퇴장당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박용진 한화 전 2군 감독은 감독, 코치는 규칙에 능통해야 한다. 언제 규칙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규칙서는 옆구리에 끼고 다녀야 하며 매일 읽어 통달해야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문제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기본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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