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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김혜성’ 시작은 고육지책, 결론은 신의 한 수 [배지헌의 브러시백]

  • 기사입력 2020.07.04 11:00:01   |   최종수정 2020.07.0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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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에디슨 러셀 영입으로 김혜성 외야 이동

-첫 외야 출전 경기에서 눈부신 호수비…손혁 감독 “수비 천재 아냐?” 감탄

-김혜성 “중학교 때까지 외야수였다”…전문 외야수만큼 빠른 타구판단 돋보여

-키움 전력 극대화 길 열려…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곳 없다

 

프로 데뷔 첫 외야수로 출전한 김혜성(사진=키움) 프로 데뷔 첫 외야수로 출전한 김혜성(사진=키움)

 

[엠스플뉴스=수원]

 

고육지책(苦肉之策).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꾸며 내는 계책’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마지 못해 쥐어짜 낸 해결책이다 보니 묘수보단 악수가 되기에 십상이다. ‘중박’만 쳐도 다행이다.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의 외야수 겸업도 시작은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보통 내야수의 외야 전향은 심한 ‘입스(yips)’ 증상을 겪는 선수가 대상이다. 타격엔 문제가 없는데 수비력에 이상이 생긴 선수의 공격력을 활용하기 위해 내리는 처방이다. 이정후의 외야수 변신도 스프링캠프에서 드러난 근거리 송구 문제가 발단이었다.

 

그런데 김혜성은 수비를 못 하는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잘하는 선수에 가깝다. 2루, 유격수, 3루까지 부드럽고 날렵하게 해낸다. 김혜성의 2루에서 타구처리율은 95.65%(리그 평균 92.04%), 유격수에선 93.22%(리그 89.90%)에 달한다. 타격도 타율 0.280에 5홈런 장타율 0.445로 상승세다. 이렇게 잘하는 내야수를 외야로 보내는 경우는 좀체 보기 드문 일이다.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할 에디슨 러셀 때문이다. 원래 키움은 새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로 데려올 생각이었다. 야시엘 푸이그도 알아보고, 작년 LG에서 뛴 카를로스 페게로도 검토했다. 하지만 둘 다 영입이 불발됐다. 

 

마침 그때 MLB 올스타 출신 유격수 러셀과 연이 닿았다. 당시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었던 러셀은 코로나19 사태로 MLB 개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처에게 보낼 양육비도 벌고, 경기도 뛰면서 감각을 유지할 무대가 필요했다. 당장 MLB 중계방송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선수가 버건디 유니폼을 입게 된 사연이다.

 

러셀의 주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다. 키움의 약점은 3루와 코너 외야다. 보통 이럴 때는 외국인 타자에게 포지션 전향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에릭 테임즈의 경우 주포지션은 외야였지만 NC의 제안으로 1루수로 전향했고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러셀은 사실상 반 시즌 렌탈 선수에 가깝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MLB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선수에게 반년만 다른 포지션을 맡아달라고 요구하긴 쉽지 않다. 김치현 단장은 따로 계약조건에 포지션 관련 내용을 넣진 않았다. 하지만 2루와 유격수만 본 선수가 다른 포지션을 맡는 건 무리수라고 봤다고 했다. 국내 내야수의 외야 이동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감탄한 손혁 감독 “수비 천재 아냐? 생각했다”

 

외야수로 나선 김혜성(사진=키움) 외야수로 나선 김혜성(사진=키움)

 

키움은 러셀 영입이 확정된 뒤 김혜성, 김웅빈, 전병우 등 내야수들을 상대로 조심스레 외야 이동 의사를 확인했다. 손혁 감독은 “오윤 코치가 한 번씩 ‘떠보듯’ 얘길 건넸는데 다행히 선수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김혜성은 “경기에 못 나가는 것보다는, 외야라도 경기에 나가는 게 좋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름의 자신도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내야가 아닌 외야가 주포지션이었다. 김혜성은 원래부터 내야수는 아니었다. 고교에 간 뒤에 내야수가 됐고, 원래 외야수여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전에서 확인한 김혜성의 외야 수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7월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이날 프로 데뷔 첫 좌익수로 출전한 김혜성은 전문 외야수 못지않게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했다. 이날 경기 첫 타구부터 바로 김혜성 쪽으로 날아왔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손쉽게 잡아냈다. 김혜성은 “상대가 우타자(박건우)고 해서 공이 오겠다 싶었는데 마침 딱 와서 좋았다”고 했다.

 

5회말엔 2사 1, 2루에서 김재환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다이빙캐치로 걷어냈다. 홈런타자 김재환이 타석에 있을 땐 대개 수비위치를 평소보다 뒤쪽으로 잡는다. 타구가 맞는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뒤쪽으로 향하기 쉽다. 그런데 김혜성은 ‘딱’ 소리가 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앞을 향해 달렸고,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챘다. 손혁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김혜성의 수비가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손 감독은 그 수비를 보고서 ‘수비 천재 아냐?’라고 생각했다. 수비코치, 수석코치와 얘기해봐도 처음 외야수로 나간 선수가 할 수 있는 수비가 아니라고, 기존 외야수도 쉽지 않은 수비라고 하더라며 칭찬했다. 

 

김혜성은 “타구가 빗맞은 게 느껴졌다. 맞자마자 무조건 ‘앞이다’ 싶어서 전력으로 뛰었다. 뭔가 저도 모르게 슬라이딩이 됐고, 저도 모르게 잘 잡혔다”며 “감독님 말씀대로 ‘수비천재’는 아니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 외야수 중에도 타구가 맞는 순간 곧바로 타구 특성과 낙구지점을 포착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공이 높이 떠오른 뒤에야 뒤늦게 판단해서 움직이는 선수도 많다. 그런데 김혜성은 첫 외야 출전에서 공이 맞는 순간 타구판단을 끝냈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정수빈, 박해민 등 리그 최상위급 외야수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플레이다. 

 

김혜성은 “다들 잘 잡았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기분이 좋았다”며 “타구가 많이 안 왔고, 평범한 타구만 왔기 때문에 외야 수비에 어려운 점은 딱히 느끼지 못했다”고 첫 외야 출전 소감을 전했다. 

 

김혜성 외야 기용, 키움도 선수도 윈윈 된다

 

김혜성 외야 기용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사진=키움) 김혜성 외야 기용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사진=키움)

 

김혜성의 외야 기용은 팀과 선수에게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 키움은 야수 전력 극대화 효과가 기대된다. 박병호-서건창-러셀-김하성-김혜성-임병욱-이정후-박동원-이지영을 한 경기에서 전부 스타팅 멤버로 쓸 수 있다. 1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빈틈이 보이지 않는 타선. 수비에서도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선 러셀이 2루로 가고 김하성이 유격수를, 서건창이 지명타자를 맡는 그림도 가능하다. 혹은 김혜성과 러셀이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김하성이 3루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짤 수 있는 선발 라인업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1위 팀 NC 못지않은 강력한 라인업을 기대할 만하다.

 

김혜성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는 일이다. 손 감독은 “수비 포지션이 하나 더 늘어나고, 그만큼 내 역량을 넓힌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2루, 유격수, 3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외야까지 가능한 선수는 흔치 않다(벤 조브리스트?). 선수로서 김혜성의 가치를 더 높일 기회다.

 

물론 외야 이동이 김혜성의 완전한 외야수 전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외야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김혜성도 “만약 팀에서 아예 외야수로 바꾸자고 한다면, 그때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마냥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정색했다. 외야 출전은 어디까지나 러셀과 함께 뛰는 올 시즌 한정 임시방편이자 고육지책. 하지만, 김혜성이 외야 수비를 너무 잘 해서 신의 한 수가 되게 생겼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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