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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이어도 괜찮아’ 김지찬·최지광, 삼성의 작은 사자들 [배지헌의 브러시백]

  • 기사입력 2020.07.08 10:51:55   |   최종수정 2020.07.08 10: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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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4위로 올라선 삼성 라이온즈…평균 신장은 181.7cm로 리그 꼴찌

-역대 최단신 선수 김지찬, 키 173cm 투수 최지광 등 단신 선수 유독 많아

-“키 작아도 야구 잘하면 눈여겨본다” 삼성의 스카우트 방향성

-키 178cm 약점 딛고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로 올라선 오승환

 

삼성 김지찬과 최지광(사진=삼성) 삼성 김지찬과 최지광(사진=삼성)

 

[엠스플뉴스]

 

키 183cm에 몸무게 87.5kg. 

 

올해 초 KBO가 발표한 ‘2020 리그 등록선수’ 평균 신장과 몸무게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만 해도 리그 평균 신장은 176.5cm, 몸무게는 73.9kg에 불과했다. 39년 사이 평균 신장은 6.5cm 커졌고, 몸무게는 13.6kg이 늘었다. 

 

이제 야구장 더그아웃엔 모델처럼 키가 훤칠한 선수, 영화 ‘300’ 촬영장과 헷갈릴 만큼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선수가 넘쳐난다. LG 같은 팀은 소속 선수 평균신장이 183.8cm에 달한다(1위). SK가 183.6cm로 3위, 한화가 183.4cm로 4위, 롯데가 183.3cm로 5위다. 

 

평균신장 최하위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 키 181.7cm에 몸무게 84.5kg으로 10개 구단 중에 유일한 182cm 미만 ‘단신’ 팀이다. 신체조건만 보면 21세기 야구팀보단 1980년대 팀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팀 성적과 키 높이는 전혀 별개다. 7월 7일 고척 원정에서 삼성은 키움 히어로즈를 대파하고 리그 네 번째로 30승을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평균신장 1위 팀 LG를 반 게임 차로 제치고 단독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평균신장 3위 SK는 리그 9위, 4위 팀 한화는 리그 최하위, 5위 팀 롯데는 리그 8위다. 

 

이날 경기에서 키 175cm의 리드오프 김상수는 3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프로필 상 키 180cm의 외야수 박해민은 3타점에 호수비를 펼쳤다. 경기 후반 교체 출전한 리그 최단신 선수 김지찬은 2루수 수비위치에서 우익수 앞까지 전력 질주해 넓은 수비범위를 과시했다. 

 

김지찬, 허윤동, 최지광…삼성 상승세 이끄는 작은 사자들

 

삼성 양창섭. 고교 시절 뛰어난 활약에도 신체조건이 작다는 이유로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사진=삼성) 삼성 양창섭. 고교 시절 뛰어난 활약에도 신체조건이 작다는 이유로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사진=삼성)

 

특히 삼성 야구의 새 마스코트로 떠오른 신인 내야수 김지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키 163cm의 김지찬은 역대 KBO 등록선수 중에 최단신 기록 보유자로, 올해 삼성 선수단 평균 신장을 크게 낮춘 주역이다. 김지찬 입단 전인 지난해 삼성 선수단 평균 키는 182.5cm(8위)로 작긴 했지만 꼴찌까진 아니었다. 

 

상대편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면 난간 위로 모자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작은 선수, 이대호와 나란히 서 있으면 애런 저지와 호세 알투베의 투 샷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지찬의 진가는 더그아웃 난간 너머가 아닌 그라운드 위에서 나온다. 라온고등학교 시절부터 빠른 발과 탁월한 야구 센스, 정확한 타격 능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세계청소년대표팀에서도 덩치 큰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펄펄 날아다녔다. 한 서울팀 스카우트는 야구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플레이를 다 잘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삼성은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지찬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지명했다. 드래프트 전 예상 지명 순위를 훌쩍 뛰어넘은 과감한 선택이었다. 앞서 1라운드에서 지명한 투수 허윤동도 신체조건이나 구속, 성장 가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유망주는 아니었기에 논란이 따랐지만, 삼성 스카우트 팀은 자신이 있었다. 

 

8일 현재 김지찬은 4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1에 6도루(1 실패)를, 허윤동은 5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 3.60을 기록 중이다. 갓 고교를 졸업한 19살 신인 선수들의 1군 기록으로는 매우 빼어난 성과다. 

 

여기에 키 173cm인 투수 최지광도 올 시즌 구속 향상과 함께 삼성의 철벽 불펜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 최지광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1승 9홀드에 평균자책 2.14를 기록 중이다. 키는 리그 평균보다 10cm 작지만, 평균구속은 146.3km/h로 리그 평균(142.3km/h)보다 4km/h 더 빠르다. 

 

 

김지찬 이전엔 김성윤이 있었다. 올해 이전에도 삼성은 왜소한 신체조건 때문에 다른 구단에서 외면한 선수들을 종종 예상보다 빠른 순위에 깜짝 지명하곤 했다. 2017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에서 뽑은 김성윤이 대표적이다.

 

김성윤은 키 163cm로 김지찬과 함께 역대 등록선수 최단신 기록 보유자다. 하지만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앞세워 입단 첫해부터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6월 경기에선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현재는 군 복무로 잠시 팀을 떠난 상태지만, 어쩌면 몇 년 뒤 김지찬과 함께 ‘최단신’ 테이블세터를 결성할지도 모른다. 

 

우완 양창섭도 신체조건 때문에 재능에 비해 평가절하됐던 선수. 덕수고 재학시절 3년 내내 에이스로 활약한 양창섭은 투수치곤 다소 작은 키(182cm) 때문에 서울권 1차지명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데뷔시즌 양창섭은 곧장 1군 무대에서 주력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KT 강백호와 신인왕을 놓고 다퉜다.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치고 현재는 퓨처스에서 1군 복귀를 준비하는 중이다. 

 

키 작아도 야구 잘하면 OK, 삼성에 작은 선수 많은 이유

 

오승환의 키는 178cm. 하지만 마운드에 선 오승환을 작다고 생각하는 타자는 아무도 없다(사진=삼성) 오승환의 키는 178cm. 하지만 마운드에 선 오승환을 작다고 생각하는 타자는 아무도 없다(사진=삼성)

 

키는 작아도 야구 센스나 빠른 발 등 다른 장점을 갖춘 선수가 많습니다.삼성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의 말이다. 

 

“김지찬 같은 경우 워낙 고교 때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고, 기존 우리 선수단에 다소 부족했던 작전 수행이나 잔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라서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물론 지금 1군에서 기여하는 건 코칭스태프가 잘 지도하고, 선수 본인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라고 봅니다.”

 

최 팀장은 사실 매년 나오는 지명 대상 중에 신체조건과 야구 재능을 한몸에 다 갖춘 선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야구 센스 같은 경우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우리 팀도 신체조건 좋고 재능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하지만 키가 작아도 센스가 있고,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면 편견을 갖지 않고 눈여겨보려고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평균 이하 신장 선수 목록(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삼성의 평균 이하 신장 선수 목록(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여기엔 현실적인 한계도 작용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리그 1위를 차지하며 강팀으로 군림했다. 여기에 NC와 KT 창단이 겹쳐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유망주를 뽑기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며 “신체조건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타격이나 수비, 도루 등에서 확실한 장점을 갖춘 선수를 지명하는 전략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삼성 선수단에 키 160, 170cm대 ‘작은 사자’가 유독 여럿 눈에 띄는 이유다.

 

야구 실력과 키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는 올 시즌 마운드에 복귀한 오승환이다. 오승환의 프로필 상 키는 178cm로 리그 평균보다 5cm 작다. 하지만 마운드에 선 오승환을 보고 작다고 느끼는 KBO리그 타자는 아무도 없다. 일본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거구의 선수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엄청난 운동량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단점을 극복하고, 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올라섰다. 이미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대기록을 세웠고, KBO리그 최초의 300세이브 대기록도 눈앞이다. 확실히, 야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스포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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