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 팀 마운드 WAR 2위, 메인 투수코치 정현욱 지도력 주목

-“최근 2년간 1군 경험으로 젊은 투수들 크게 성장, 동기부여 됐다.”

-“주자 없이 이닝 시작부터 불펜 교체 투입 방향, 부담감 줄어들 것”

-“젊은 투수들 체력 부족해 보여, 자기 관리 알아서 잘해야 한다.”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왼쪽)는 젊은 투수들에게 격려와 더불어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고 건넨다(사진=삼성)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왼쪽)는 젊은 투수들에게 격려와 더불어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고 건넨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대구]

삼성 라이온즈의 찬란했던 2010년대 왕조 시절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철벽 계투진이었다. 삼성이 6회까지만 앞서 있어도 상대 팀은 큰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계투진의 중심에 서 있었던 투수가 바로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였다.

영광의 그 시절을 재현하고자 정 코치가 팔을 직접 걷어붙였다. 정 코치는 올 시즌부터 메인 투수코치를 맡아 본격적으로 왕조 시절 마운드 재건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부터 정 코치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시즌을 준비했다.

리그 개막전 선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토종 투수들이 에이스 자리까지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 왕조 시절엔 대부분 외국인 투수는 국내 투수들을 받쳐주는 역할 정도였다. 지금 젊은 투수들이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와 줘야 한다. 토종 에이스가 나와야 삼성 마운드가 살아난다. 그래서 올 시즌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싶다. 스프링캠프 당시 정 코치의 말이다.

"젊은 투수들 기대 이상 활약, 목표 의식이 확실히 생겼다."

프로 2년 차 원태인은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영건 선발진으로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삼성)
프로 2년 차 원태인은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영건 선발진으로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삼성)

정현욱 코치의 바람대로 삼성은 올 시즌 원태인(11G 5승 2패 평균자책 3.12)과 최채흥(10G 5승 2패 평균자책 4.01)을 앞세워 젊고 탄탄한 선발진을 구성했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의 시즌 초반 옆구리 부상 장기 이탈은 김대우(14G 3승 3패 평균자책 4.53)와 신인 허윤동(6G 2승 1패 평균자책 4.15)의 깜짝 활약으로 메웠다.

“팀 선발 마운드가 부상과 부진으로 올 시즌 출발을 ‘완전체’로 하지 못했다. 대체로 들어간 투수들이 정말 잘해준 듯싶다. (김)대우나 (허)윤동이가 자기 몫을 충분히 해주며 빈자리를 잘 메웠다. 라이블리가 곧 돌아오는 것도 큰 힘이 될 거다. 라이블리의 경우 2개월 정도 공백 기간이 있으니까 투구수도 그렇고 1~2경기 정도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듯싶다.” 정 코치의 말이다.

라이블리는 7월 18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라이블리의 복귀로 17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등판하는 허윤동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된다. 데이비드 뷰캐넌·라이블리·원태인·최채흥·백정현으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를 처음 가동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팀 타선뿐만 아니라 팀 선발진도 시즌 60경기가 지난 뒤에야 ‘베스트’로 맞출 수 있을 듯싶다”라며 기뻐했다.

젊은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원동력에 대해 정 코치는 ‘1군 경험이 쌓인 자양분 덕분’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2년 동안 김한수 전 감독님과 오치아이 2군 감독님이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1군 등판 기회를 줬다. 그 덕분에 젊은 투수들이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됐다. 1군 무대를 잠깐이라도 뛰었던 투수들도 확실한 목표 의식이 생긴 셈이다.”

젊은 투수들의 활약상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 구도 분위기도 형성됐다. 8월 중순 제대하는 심창민까지 합류할 경우 1군 불펜 엔트리 생존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팀 마운드 자체에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 마운드 뎁스가 좋아지다 보니까 내부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현재도 몇몇 자리를 두고 싸움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분명히 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잠시 삐걱하다간 자기 자리를 뺏길 수 있는 분위기다.

승계 주자 실점률 최하위도 삼성 "이닝 처음부터 맡긴다."

지난해 겨울 2차 드래프트로 NC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노성호는 올 시즌 만년 유망주의 틀을 깨고 맹활약하고 있다(사진=삼성)
지난해 겨울 2차 드래프트로 NC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노성호는 올 시즌 만년 유망주의 틀을 깨고 맹활약하고 있다(사진=삼성)

삼성 불펜진은 7월 15일 기준 팀 홀드 1위(37홀드)와 최소 블론세이브 1위(4개), 그리고 승계 주자 실점률 최소 1위(29.6%)에 올라 있다. 정현욱 코치는 승계 주자 없이 이닝 시작 때 최대한 투수 교체를 하는 방향으로 불펜진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올 시즌 불펜진이 물려받은 주자 숫자(71명)가 리그에서 가장 적은 팀이다.

주자가 있을 때보단 이닝 처음부터 투수를 교체 투입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해당 이닝은 그 투수가 끝까지 책임지라는 스타일이다. 마운드 위에선 그런 방향이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듯싶다. 위기 상황에서도 ‘무조건 막아라’, ‘볼넷 주지 마라’, ‘안타 맞지 마라’ 이런 주문은 통하기 쉽지 않다. 힘을 아끼지 말고 전력으로 던지라는 말만 해준다.

정 코치는 시즌 전 예상보다 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는 노성호(21G 1패 7홀드 평균자책 2.70)와 김윤수(26G 1패 5홀드 평균자책 3.62)에게도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노)성호는 조금 더 제구가 정교해졌으면 좋겠지만, 아직 자기 공을 100% 전력으로 던지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볼넷이 나오더라도 자기 공을 던져 볼넷이 나오면 어쩔 수 없다. 김윤수도 지난해보다 훨씬 더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1군 마운드에 적응해 편안하게 공을 던지는 느낌이 나온다.”

삼성은 이번 주중 홈 시리즈에서 1승씩 주고받은 KIA와 올 시즌 마운드 전력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올 시즌 팀 마운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위(10.99)가 KIA, 2위(9.01)는 삼성이다.

“KIA 마운드를 살펴보면 불펜도 불펜이지만, 선발진이 정말 훌륭하다. 마운드 연결고리 흐름이 돋보인다.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흐름을 못 만들어주면 아무리 불펜진이 좋아도 쉽지 않다. 현재 전력만 보면 선발진은 우리 팀보다 KIA가 더 강한 듯싶다. 그래도 우리 팀도 라이블리가 돌아온다면 거기에 견줄 만한 전력이 될 거다.”

정 코치는 칭찬뿐만 아니라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단 뜻이었다.

요새 젊은 투수들을 보면 예전과 비교해 체력이 약한 게 느껴진다.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 부분에서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단순히 운동을 쉰다고 체력 관리가 되는 건 아니다. 마운드 위에 올라가는 순간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야구는 선수가 알아서 하는 거다.

올 시즌 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그림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즌 전 최하위권이라는 바깥의 예상을 깬 건 마운드의 힘이 컸다. 왕조 재건을 그리는 정 코치의 지도력과 정 코치를 믿고 따라온 삼성 투수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일 것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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