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2군 선수단 일탈 행위에 은폐 의혹까지 불거져 사면초가

-최초 KBO 보고 때 무면허 운전만 언급하고, 음주 운전은 언급 안 해

-“보고가 아닌 ‘문의’였다”는 SK 주장…KBO는 “구두 보고 맞다” 선 그어

-최초 보고부터 경위서 제출까지 3일이나 걸려…언론 보도될 때까지 경위서 제출 미뤄

SK 와이번스가 20년간 쌓아 올린 클린 구단 공든 탑이 무너졌다(사진=MBC)
SK 와이번스가 20년간 쌓아 올린 클린 구단 공든 탑이 무너졌다(사진=MBC)

[엠스플뉴스]

KBO에 신고해야 하는 사안인지 문의를 한 것이지 보고를 한 사항은 아니다.

무슨 소리냐? '문의'라고 주장하려면 처음 사건을 처리할 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구두 보고' 한 게 맞다.

SK 와이번스는 구두 보고가 아닌 ‘문의’였다고 주장한다. 반면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구두 보고가 맞다고 못을 박는다. 퓨처스(2군) 선수단 내 폭력·음주·무면허 운전이 알려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SK가 교묘한 말장난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SK, 최초 KBO 보고 때 ‘음주 운전’ 언급 안 했다

SK는 사건이 터진 뒤 물의를 빚은 선수들을 탬플스테이에 보냈다(사진=MBC)
SK는 사건이 터진 뒤 물의를 빚은 선수들을 탬플스테이에 보냈다(사진=MBC)

7월 14일 SK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지난 5월 말 2군 선수단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탈 행위가 엠스플뉴스 보도([단독] SK 퓨처스팀 선수 간 폭행·무면허 운전 의혹…논란 일자 뒤늦게 KBO에 보고)로 드러났다. 선·후배 간 물리력 행사, 음주 상태 운전, 무면허 운전에 구단의 은폐 의혹까지 20년 치 사건·사고가 한꺼번에 터졌다.

프로야구 구단이 성인 선수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사고 친 선수들에게 있다. 만약 SK가 원칙대로 제때 KBO에 보고하고, 대가를 감수했다면 지난 20년간 쌓아올린 ‘클린 SK’ 이미지는 더욱 굳건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SK는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과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SK는 사건을 KBO에 알리는 대신 구단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는 쪽을 택했다. 관련된 선수들에게 거액의 벌금을 물렸고, 3주간 탬플스테이에 보냈다. 그러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문이 퍼지자 7월 12일이 돼서야 뒤늦게 KBO에 사실관계를 알렸다.

당시 KBO가 보고받은 내용을 따져보면 사건의 파장을 어떻게든 축소하고 싶은 SK의 속내가 드러난다. KBO에 따르면 최초 보고 당시 SK는 선수의 숙소 이탈과 ‘무면허 운전’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선수 가운데 술을 마시고 운전한 선수가 있다는 사실은 아예 거론조차하지 않았다.

선·후배 간 물리력 행사에 대해선 ‘발로 밀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설명했다. KBO 관계자는 SK의 설명만 들어선 폭력으로 봐야 할지 헷갈렸다고 했다. SK는 나중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2차례 얼차려와 가볍게 가슴을 톡톡 치거나 허벅지를 2차례 찼다”는 식으로 당시 상황이 마치 별것 아닌 일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발로 걷어차는 등 과격한 물리력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SK가 사건을 은폐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축소 보고’로 파장을 최소화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보고 아닌 문의” SK의 궤변…음주 운전 고의 누락 모면하려고?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SK 관계자는 보고가 아닌 문의를 했다고 주장했다(사진=MBC)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SK 관계자는 보고가 아닌 문의를 했다고 주장했다(사진=MBC)

축소·은폐 논란이 커지자 SK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14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SK 관계자는 “KBO에 보고가 아닌 ‘문의’를 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리포트에서 SK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서 저희가 뒤늦게 신고한 게 아니다. 자체징계하고 이런 사안이 KBO에 신고할 사안인지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서 KBO에 문의를 한 거지, 보고한 사항은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7월 12일 이뤄진 손차훈 단장과 정금조 클린베이스볼 센터장 간의 전화통화가 ‘구두 보고’가 아닌 ‘문의’였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작 정금조 센터장은 “구두 보고가 맞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정 센터장은 당시 전화통화는 구두 보고라고 봐야 한다. 보고가 아닌 문의라고 하려면 처음 사건을 처리할 때 문의했어야 한다통화에서 대략적인 사건 내용을 전달받았고, 구두 유선보고를 받은 것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장덕선 클린베이스볼센터 팀장도 “정금조 센터장이 12일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고, 센터 내부에서 공유한 뒤 KBO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SK의 유선 보고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점은 5월 말”이라며 여러 차례 ‘보고’란 표현을 사용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고면 보고지 문의는 뭔가. SK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SK가 “보고가 아닌 문의였다”고 강변하는 이유는 뭘까. 이를 두고 ‘최고 보고 때 선수의 음주 운전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게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 설명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사건 당시 한 선수가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SK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고 술이 깬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진술한 점,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에서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수와 SK의 주장일 뿐이다.

특히나 음주운전과 관련해 사법기관도 아니고 구단이 '정상 참작'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많은 야구 관계자의 입장이다.

SK는 KBO 최초 보고 때 선수의 음주 운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정금조 센터장은무면허 얘기만 들었지 음주 상태로 운전했단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둘 다 경찰에 적발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SK가 의도적으로 음주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늑장 보고만으로도 구단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하다. 만약 정식 보고 절차에서 고의로 사실관계를 빠뜨린 것까지 밝혀지면 더욱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두 보고가 아닌 ‘단순 문의’였다면 중요한 사실관계를 빠뜨렸더라도 문제 삼기 어렵다. KBO에서 ‘보고가 맞다’는 데도 SK가 ‘문의였다’고 우기는 이유다.

최초 보고는 12일, 언론 보도 나오자 15일 뒤늦게 경위서 제출

SK 퓨처스팀 경기 장면(사진=엠스플뉴스)
SK 퓨처스팀 경기 장면(사진=엠스플뉴스)

SK의 최초 보고부터 경위서 제출까지 왜 사흘이나 걸렸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장덕선 클린베이스볼센터 팀장은 SK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건 12일, 일요일 저녁이었다. 이후 다음날(13일) 오전 KBO 내부 절차를 거쳐 SK 쪽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위서 작성과 제출은 SK 육성팀장이 담당했다. 이 팀장은 KBO 측에 가급적 13일 안에 경위서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덕선 팀장은 14일 아침 엠스플뉴스와 통화 당시 “오늘 안으로는 경위서가 들어올 것”이라 했다. 그러나 정작 13일에도, 14일에도 무슨 이유에선지 SK는 경위서를 보내지 않았다.

14일 오후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드러나자 부랴부랴 구단 해명을 담은 공식 입장문까지 발표했지만, 14일 자정이 지나도록 경위서 제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금조 센터장은 “15일 오전에 경위서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보고부터 경위서 제출까지 사흘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와 관련 정금조 센터장은 “꼭 경위서 제출 날짜를 확정하진 않았다.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해달라고 했지 언제까지 보내달라고 하진 않았다”며 “보통 경위서를 요구하면 다음 날이나 이튿날 정도에 오긴 하지만, 사흘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 코치의 구장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 당시 구단의 보고를 받고서도 20일 넘게 경위서를 요구하지 않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선 ‘언론 보도가 나기 전까지 사건을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초 13일에 보내겠다던 경위서 제출이 언론 보도 뒤인 15일에야 이뤄진 이유가 무엇인지 SK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SK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이 사건에 대해 최초 문의했을 때 가감없이 설명했고, 실책을 인정했다. 어떻게 사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재발 방지책도 세운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또 한 번의 실책을 거듭하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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